21일 SK네트웍스에 따르면 최 사장은 전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리시 수낙 영국 전 총리와 만나 AI 등 기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웰니스 라이프 브랜드 '나무엑스' 론칭 쇼케이스에서 직접 무대에 서 웰니스 로봇을 공개하고 브랜드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광폭 경영 행보에 대해 재계에선 아버지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실형과 지분 매각으로 최 사장이 지지기반을 잃으며 흔들리는 리더십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최 전 회장에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확정했다.
최 전 회장은 판결 선고에 앞서 SK㈜ 지분 전량과 판결 이후 19일까지 SK네트웍스의 주식 64만여주를 매각했다. 대신 최 전 회장의 장남인 최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 사장이 본격 외부활동을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 AI 스타트업 피닉스랩이 개발한 생성형 AI 솔루션 '케이론'(Cheiron)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후 최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 'CES 2025' 현장을 찾아 글로벌 신기술 동향을 살폈으며, 나무엑스 론칭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최 사장이 AI 신사업을 확장하며 광폭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재계에서는 사업의 특성 상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일단 최 사장이 진두지휘해 만든 AI 스타트업 '피닉스랩(PhnyX Lab)'의 경우 제약 산업 특화 AI 솔루션인 '케이론(Cheiron)'을 만들어 20여개 제약업체가 활용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웰니스 로봇 AI 사업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아마존 등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도전장을 내민 상황에서 제조 기반이 빈약한 SK네트웍스가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SK네트웍스는 '나무엑스(NAMUHX)' 브랜드를 만들었고, 계열사인 SK매직은 물론 SK도 브랜드에 넣지 않는 차별화 전략을 취했다.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지로 해석되지만, 한편으로는 SK와 선을 긋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작년 SK렌터카 매각을 통해 82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는데, 이를 AI 사업 모델로 전환하는 데 투자해 내년부터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최성환 사장에겐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남은 셈이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일반적으로 B2B(기업 간 거래), B2G(기업과 공공기관 간 거래) AI 서비스는 연구개발(R&D)부터 상용화까지 6개월에서 1년가량이 소요되며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는 이보다 더 복잡하다"며 "상용화를 해도 실제 돈을 벌 수 있느냐는 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당장 SK네트웍스는 올 1분기 실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1% 줄어든 매출 1조6367억원, 15.6% 감소한 영업이익 165억원을 거뒀다. 나무엑스 론칭을 위한 SK매직의 선제적 비용 집행 등이 수익성 감소에 영향을 줬다.
비교적 탄탄한 사업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SK스피드메이트 등이 버텨준다고 해도 최 사장으로 대표되는 신사업에서 그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결국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분을 높여 지배력을 강화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최 사장이 보유한 SK네트웍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오너 경영을 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지분 확보가 필요한데 최 전 회장이 최근 횡령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았기에 바로 지분 매입을 통해 지배력을 높이기엔 정서상 어려움이 있다. 결국 최 사장은 원점으로 돌아와 실력으로 리더십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SK네트웍스가 상반기 부진하겠으나 고정비를 줄이면서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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