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일 세종본부 정책팀장
![[현장칼럼] `컨트롤타워` 실종, 경제 키는 누가 쥐나](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302102369061001[1].jpg "[현장칼럼] `컨트롤타워` 실종, 경제 키는 누가 쥐나")
한 경제전문가는 작금의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한국 경제'란 배를 운항할 선장이 없는데 안전하게 안내할 등대마저 보이지 않아 배가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지난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사퇴한 데 이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스스로 물러났다. 대통령 부재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대대행 체제'가 되던 날, 경제 사령탑 자리도 공석이 됐다. 선장도, 등대도 사라진 날, 한국 경제는 "건국 이래 최고의 불확실성"이란 어둠에 갇혔다.
경제 컨트롤타워가 실종되면서 내수 부진 해소 등 경기 대응은 물론 미국발 관세 등 통상 대응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표만 봐도 그렇다.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경제는 -0.25%로 역성장했다. 수출 둔화 폭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대미 수출 감소폭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달 1∼10일에도 대미 수출은 30.4% 줄었다. 반도체를 제외하곤 우리의 주요 수출 품목이 일제히 역주행하고 있다.
관세 후폭풍으로 수출이 꺾이고 있는 데 경제 사령탑의 부재로 한미 '2+2 통상협의'는 속도를 내기 어려워졌다. 당장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고위급 협의는 차관급 간 논의로 직급을 낮춰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런데 6·3 대선 국면으로 경제 부처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에 든 상황이다. 최소 두 달여간 경제·통상 정책을 몰고 갈 추진력이 떨어진데다 빨간불을 확인할 등대마저 없어 한국 경제란 배가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재정 정책의 키를 쥐고 있던 최 전 부총리 사퇴 후 통화 정책의 키를 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바깥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선진국인데 어떻게 수장들의 탄핵, 사퇴와 같은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는지 해명하는 것이 곤혹스럽다고 했다.
이 총재는 "최근 일련의 사태가 자꾸 나쁜 쪽으로 가는 것이 마음이 좋지 않다. 같이 고생한 사람이 나가니까 사기가 많이 저하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더구나, 경제 컨트롤타워가 사라져 대미 협상력이 약화될 것이란 지적에 그는 "불확실성이 좋을 리가 없다"고 털어났다.
경제는 심리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은 경제 주체들을 두렵게 한다. 투자, 고용, 생산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두려움에 놓아 버릴 수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대미 협상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해외 대관팀을 꾸려 대응하고 있지만 막상 논의 테이블에서 미국의 고위급 인사를 만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 미국 행정부의 실세로 여겨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지난달 말 이틀 일정으로 방한했을 때 정·관계 인사들과의 미팅은 잡지 않아 기업들로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예측 가능성도 없고, 책임질 선장마저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시장이란 망망대해에 배를 띄우겠느냐는 볼멘소리가 기업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를 내려놓으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자 "그런 비판은 도덕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했다. 곧바로 사의를 표명한 최 전 부총리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노량해전에서 충무공 이순신은 총탄에 맞아 쓰러지면서도 "전투가 한창이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했다. 최고 지휘관이자 수장인 그는 죽는 순간까지 아군의 사기가 떨어질까봐 걱정했다. "신의 몸이 살아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란 그를 보며 백성들은 배를 젓고, 군사들은 용감히 싸웠다.
국민과 기업들이 '도덕적 수용', '죄송하다'란 막연한 말을 받아들이기에는 처한 대내외 경제 여건이 너무 엄중하다. 좌초하는 배에 홀로 내리기 보다 뛰어들어 키를 쥘, 그런 책임질 선장이 필요할 뿐이다.
원승일기자 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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