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 논설실장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트럼프 통상압박 새 무기 `스타링크`](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302102269058001[1].jpg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트럼프 통상압박 새 무기 `스타링크`")
잘 알려지다시피 미국의 위성 인터넷 기업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일등 공신인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타링크(Starlink)다. WP는 미 정부 내부에서 오간 메시지와 메모 등을 자체 입수해 이같이 보도하면서 근래 아프리카 국가들이 잇달아 스타링크를 허가한 배경에는 미 정부의 이런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타링크는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인공위성 통신 서비스다. '우주 인터넷' 스타링크는 미국의 글로벌 외교안보 및 통상전략과 깊숙이 연계돼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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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발표한 '머스크의 우주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의 지정학'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지표면에서 약 500~2000km 상공의 저궤도(LEO·Low Earth Orbit)에서 운행되는 인공위성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표면에서 약 3민6000km 상공에서 운행되는 전통적인 고궤도 정지(HEO/GEO·High Earth Orbit Geostationary) 인공위성과 달리, 지구에 훨씬 더 가깝기 때문에 통신 지연시간(latency)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라이브 비디오 스트리밍, 실시간 주식거래, 자율주행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다만 고도가 낮아 인공위성 하나가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이 넓지 않아 수많은 인공위성을 네트워크 군집(constellation) 형태로 운용해야 한다. 스타링크는 2019년 첫 시험발사 이후 지난 3월 기준 7135대의 인공위성을 운용중이다. 머스크는 2030년까지 운용 인공위성을 지금의 5배 이상인 4만2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스타링크 수신기의 크기는 가로 38cm x 세로 59cm로, 키트(kit) 구성도 단순해 전쟁이나 재난 등 위급상황에 휴대가 편리하다는 게 장점이다. 현재 스타링크 키트 가격은 350달러이며, 이용요금은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월 120~165달러 수준이다. 약 100여개국에서 500만 고객을 확보했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부 중동국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세계 주요국들이 이미 스타링크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할 예정이다.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스페이스X를 통해 직접 제작한 재사용가능 로켓 팔콘-9(Falcon-9)으로 2020년부터 매월 수십 대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렸다. 로켓 발사를 외부에 위탁하는 위성통신 사업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쟁우위다. 스타링크와 견줄 수 있는 기업은 프랑스 유텔샛(Eutelsat)의 원웹(OneWeb)과 룩셈부르크의 SES 정도이지만 운영 위성이 각각 600여대, 10여대에 불과하다. 중국과 유럽연합(EU)도 스타링크에 맞서 각각 Qianfan(Spacesail)과 IRIS2라는 이름의 저궤도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뒤늦게 추진하고 있지만 2026년 이후에나 서비스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근처를 도는 인공위성의 3분의 2는 스타링크 소유인 셈이다.
2020년 정식 서비스 개시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스타링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러시아는 지상 기지국 등 통신 인프라부터 파괴해 우크라이나 군의 통신을 마비시켰다. 이에 우크라이나 디지털부 장관 미하일로 페도로프 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에게 지원을 요청했고, 단 48시간 만에 스타링크로 통신 서비스가 제공됐다. 머스크가 지원한 스타링크 수신기의 숫자는 약 4만개 이상으로 특히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및 포격 작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22년 9월 흑해에서 러시아 모스크바함을 격침한 해상 드론 공격은 스타링크의 실시간 데이터 전송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러시아군의 포격 위치 확인에도 스타링크는 큰 도움을 줬다.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트럼프 통상압박 새 무기 `스타링크`](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302102269058001[3].jpg "[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트럼프 통상압박 새 무기 `스타링크`")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스타링크는 종전 협상도구로 활용되기 시작됐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축소를 주장하며, 스타링크 서비스 비용 부담은 미국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부담해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희토류 자원을 미국에 공급하는 대가로 안전을 보장받는 광물협정을 제안했고, 협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스타링크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젤렌스키는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을 위한 것이지 협박 카드가 아니다"라고 반발했지만 3월 스타링크 서비스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광물협정에 부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는 또 스타링크의 인도 진출도 도왔다.
스타링크는 한국에서도 통신3사와 제휴를 맺고 올해 상반기 중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95% 수준이어서 스타링크가 진출해도 기존 통신사의 지위는 당분간 여전히 공고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백 개의 섬으로 이뤄진 해안 지역에서는 지상 기지국 설치비용이 비싸 스타링크 활용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또 향후 별도의 수신기 없이 개인이 가진 핸드폰과 저궤도 인공위성이 직접 연결되는 D2D(Direct-to Device)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통신시장 경쟁구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타링크는 미국의 압도적 기술 우위가 어떻게 대외정책의 전략적 수단으로 쓰이는지를 잘 보여준다. 스타링크가 촉발한 저궤도 인공위성 글로벌 기술경쟁은 우주가 단순히 탐사의 공간이 아니라 지정학적 패권경쟁의 장으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한국도 차세대 6G(6세대) 통신,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잘 활용함과 동시에 데이터 주권 침해와 기술 종속 위험을 경계하면서 우주 기술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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