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美헌법과 공화정 기틀 닦은 매디슨의 일대기](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302102369058001[1].jpg "[논설실의 서가] 美헌법과 공화정 기틀 닦은 매디슨의 일대기")
미국의 설계자 제임스 매디슨
노아 펠드먼 지음 / 오현아 옮김 / 소요서가 펴냄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등 미국 건국에 수많은 공로자들이 있지만 '헌법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매디슨의 공헌은 빼놓을 수 없다. 제4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그는 미국 헌법과 공화정의 기틀을 닦은 실천적 사상가로 사실상 미국의 설계자였다. 전 3권인 이 책은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노아 펠드먼이 6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완성한 것으로,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메디슨의 전기다. 매디슨의 편지와 논설 등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인용해 매디슨의 삶과 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매디슨의 공헌이 미 헌법 제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매디슨은 헌법과 공화정을 설계한 정치사상가인 동시에 헌법의 이상을 현실 정치에서 구현하고자 한 정당정치 지도자였으며, 또한 헌법적 가치를 국제 무대에서 수호하기 위해 분투한 대통령이기도 했다. 이렇게 매디슨의 삶을 통해 책은 미 헌법에 어떤 철학이 담겼는지, 그것이 현실 정치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진화했으며, 신생 독립국인 미국이 어떻게 유럽 강대국 틈새에서 생존을 모색하였는지를 살펴본다.
미국은 178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지만, 앞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막대한 전쟁 부채로 국가 재정은 파탄 상태에 이르렀고, 13개의 주는 개별 주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서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과도한 세금 징수에 반발한 가난한 농부들이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가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이런 변혁의 시기, 매디슨은 그 중심에서 나라의 기틀을 잡았다. 1787년에 일단의 지도자들이 국가적 난국을 수습할 방책을 모색하기 위해 필라델피아에 모였다. 무더운 여름날인데도 그들은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의사당 건물 창문에 두꺼운 커튼을 내린 채 몇 달 동안 숙의와 토론을 이어갔다. 그렇게 미 정치체제의 근간이 될 헌법이 탄생했다.
그 중심에 제임스 매디슨이 있었다. 책은 매디슨의 삶을 세 가지 측면에서 조명한다. '1권 헌법'에서는 미 헌법을 제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혁명적 사상가, '2권 정당'에서는 자신의 창조물인 헌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당을 창시한 당파적 지도자, '3권 전쟁'에서는 영국과 프랑스라는 당대의 초강대국 사이에서 신생 독립국 미국의 생존을 모색한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의 모습이 그려진다.
저자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매디슨이 평생에 걸쳐 '공화주의적 화합'이라는 이상에 헌신했다는 점이다. 이런 정치상은 현실 정치에서 분열과 대립보다는 화합과 통합을 추구할 것을 요구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겪는 지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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