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북미와 중남미 항공 시장에서의 입지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캐나다 2위 항공사 웨스트젯의 지분 10%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북미 항공시장 내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에 나선 점이 주목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9일 열린 이사회에서 2억2000억달러 규모의 웨스트젯 지분 인수를 결의했다. 동시에 파트너사인 델타도 15%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 중 2.3%는 에어프랑스-KLM에 매각·양도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이번 인수는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캐나다 항공시장에 대한 전략적 대응 차원이다. 캐나다는 면적 세계 2위의 국가로 항공 의존도가 높고, 지난해 기준 약 330억달러 규모로 세계 7위 항공시장이다. 2019년 이후 두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인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대한항공은 웨스트젯과의 공동운항 확대를 통해 한국과 북미 간 연결 편을 대폭 늘리는 한편, 웨스트젯이 보유한 중남미 노선을 적극 활용해 한국과 북미, 중남미를 잇는 새로운 여객·물류 루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는 북미 내 정치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항공 네트워크 안정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등으로 항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인천공항을 거치는 환승 수요 증가하는 등 대한항공에 새로운 기회가 포착된다.
대한항공은 이를 적극 활용해 미주와 아시아 항공 수요를 자사 네트워크로 흡수하려는 전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LG, SK 등 굵직한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 확대도 대한항공의 북미 전략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텍사스와 조지아, 미시간 등 주요 거점에서의 현지 공장 운영은 출장이나 주재원 이동, 부품 운송 등 항공 수요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동반 진출' 구조는 미국 내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외교적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웨스트젯과 공동운항 확대로 한국과 북미 간 연결 가능한 스케줄을 늘리고, 폭 넓은 웨스트젯의 중남미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규 목적지도 발굴해 나갈 계획"이라며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고 향후 글로벌 항공시장에서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고객 선택권과 편의성을 넓혀 글로벌 항공사로의 입지를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과 델타, 에어프랑스-KLM은 웨스트젯과 공동운항(코드셰어)을 이어오고 있다. 과거 델타는 웨스트젯과 운항 일정 조율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했지만 지난 2020년 미 교통부가 뉴욕 라과디아공항(LGA) 슬롯 포기를 요구하며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