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탑승객만 900만명인데
엔데믹에 물류 키운 저가항공사
항공화물 줄고 환율 뛰며 '울상'
엔데믹에 물류 키운 저가항공사
항공화물 줄고 환율 뛰며 '울상'
고환율과 고물가 상황에도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며 항공사들의 여객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반면 화물 부문은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속에 부진이 이어지며 '빈 화물칸' 현상이 고착화 되는 분위기다. 엔데믹 이후 화물 전용기를 도입하며 물류 사업을 확대해 온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당시의 선택을 땅을 치고 후회할 노릇이다.
7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일본 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총 888만여명에 달했다. 인천공항만 해도 618만5000여명이 일본행 항공편을 이용했고, 김포·김해·제주·청주·대구 등 지방공항에서는 269만여명이 이용했다.
하루 평균 4만9000명이 인천공항에서 일본을 오간 점을 감안하면 실제 총 탑승객은 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16만명)보다 8.8% 늘어난 수준이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64만명)보다도 16.2% 증가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업계는 엔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소도시 중심의 여행 수요와 공격적인 항공사 프로모션이 결합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노선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무비자 정책 시행과 정부의 단체관광객 유치 방침에 힘입어 올해 1∼4월 이용객 수는 전년 대비 21.6% 증가한 47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용객은 572만4000명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9.4% 증가했다.
반면 항공화물 부문은 침체 국면에 빠졌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1분기 항공 화물 물동량은 69만5000톤으로,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다. 1월부터 3월까지 각 월별로도 출발·도착 화물 모두 예년보다 저조한 흐름을 보였다.
업계에선 이 같은 화물 부진의 배경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대중국 관세 전쟁을 지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돌파한 가운데 이미 중국발 항공화물은 뚜렷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항공운송협회에 따르면 회원사들의 중국발 항공화물 예약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줄었으며, 다수 항공사는 중국발 수요 급감으로 주문 자체를 중단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엔데믹 이후 화물 전용기를 도입하며 물류 사업을 확대해 온 제주항공 등 LCC들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객실은 연일 만석 행진이지만, 정작 화물칸은 비어 있는 '기형적 회복' 상황이 이어져 수익성 회복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화물 사업을 확장한 저비용항공사들의 부담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편 중국 노선의 인기는 올해 가을까지 이어지는 하계 시즌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한시 비자 면제를 오는 3분기 시행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양국의 무비자 정책이 적용되면 2016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전 수준으로 승객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