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일(현지시간) 내놓은 5월 정책(기준) 금리 동결 배경이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연 4.25~4.50%인 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1월과 3월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세번째 금리를 묶은 것이다. 백악관은 "실망스럽다"며 금리 인하를 다시 압박하고 나섰다.
◇연준, 불확실성 '더 커졌다"
연준은 불확실성이 더 커져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견지해온 입장과 결이 같다.
발언 강도는 더 세졌다. 연준은 통화정책 성명서에서 "(관세 전쟁 등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고 적시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준이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이중 책무를 향해 나아가겠지만 향후 1년 동안 이중책무를 향한 진전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관세 부과의 시기와 규모에 대한 전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연준의 첫 금리 결정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 공개 경고?
시장은 경기 침체로 실업이 증가하면서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JP모건의 데이비드 켈리는 "연준 성명은 트럼프 행정부에 보내는 경고"라면서 "성명서 행간을 보면 '당신(행정부)의 정책으로 인플레이션과 실업이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글렌메드의 제이슨 프라이드 수석 투자전략가는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연준의 핵심 도전임을 공식적으로 명시했다"고 해석했다.
스파르탄 캐피털증권의 피터 카딜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스태그플레이션과 관세발 불확실성에 대해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며 "성명서가 예상보다 좀 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재니몽고메리스콧의 수석 전략가 가이 르바는 "연준이 성장(실업)과 인플레이션 위험을 이처럼 완전히 상향했던 경우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세 충격…물가 전망치 올리는 시장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이 관세 정책 발표 후 달러 약세 여파 등을 이유로 올해와 내년 미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이날 상향 조정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와 내년 연말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을 기존 3.5%, 2.3%에서 3.8%, 2.7%로 각각 올렸다.
연준이 중시하는 PCE 가격지수의 경우 상호관세 발표 전인 3월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2.3%였고, 최근 발표된 4월 실업률은 4.2%로 관세 여파에도 불구하고 전월과 같은 수준이었다.
◇백악관 "연준 정책에 동의 못해"
백악관은 기준금리 동결에 공개적으로 실망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먹혀들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지만 파월 의장과 정책에 대해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들이 관세에 대한 잘못된 경제 모델링을 한 것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연준)은 '월가에선 관세가 경제 침체를 부를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반면에 우리는 매우 강한 고용 지표를 갖고 있다. 그들이 예측한 인플레이션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싯 위원장은 "연준은 조 바이든(전 대통령)이 돈을 찍어내고 지출하면서 20%의 인플레이션을 창출했을 때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연준의 모델이나 정치적 견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진다"라고 공격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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