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내수부진이 지속되면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진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 신호를 건넬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오는 17일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75%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동결 전망의 주요인으로는 '환율 불안'이 꼽히고 있다. 이달 금리를 낮추기에는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위험하다는 견해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금리 인하로 현재 1.75%포인트(p)인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지면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후 한때 1480원대까지 치솟은 환율이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 1470원 안팎까지 오르더니 지난 9일 상호관세가 발효되자 1484.1원(오후 3시 30분 기준가)에 이르렀다. 금융위기 당시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 기록이다. 이후 상호관세 유예 소식과 함께 1420원 내외로 떨어졌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에 언제 다시 1500원을 위협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원·달러 환율 모니터링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2월 들썩인 가계대출과 서울 부동산 가격 등 안정 여부, 불확실한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나 집행 시기 등을 더 지켜보기 위해서라도 한은이 일단 금리를 묶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미국 관세 충격의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 정확히 추정하기 어려운 데다, 추경의 윤곽도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금통위에선 금리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겠다는 확실한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를 발표해야 한은도 다시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장은 한은의 다음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갖고 있다. 한 달 사이 원·달러 환율이 다소 안정되고, 관세전쟁 등에 따른 경기·성장 악화 양상이 더 뚜렷해지면 한은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눈높이를 다시 한번 더 낮추면서 금리도 내릴 것이란 관측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5월 인하 뉘앙스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특히 총재 간담회에서 공개될 포워드가이던스가 완화적일 것이다. 총재 제외 6명 중 4~5명은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달 기준금리가 예상대로 동결되더라도 올해 전체로는 당초 전망보다 한은의 인하 횟수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발 관세전쟁의 강도가 예상보다 높아 추경 등 재정정책이 경기 부양에 충분한 정도로 실행되지 않으면 금리라도 더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2월과 5월, 상반기 두 차례 인하로 통화 완화 기조가 끝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았지만 이제 하반기 인하까지 포함해 '연내 3회'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