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입법 기능은 국민의 삶과 직결됩니다. 좋은 법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지만 반대의 경우 불편함과 불이익을 초래합니다. 이는 국회의원이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법안을 발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법안들 중 내 삶과 가족, 일터와 사회에 의미가 있거나 울림을 주는 법안을 선별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의의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편집자주]
최근 정치권에서 외국인 투표권을 상호주의 원칙에 맞게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다시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일 실시한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오는 상태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22대 국회 들어 김기현·권성동·고동진·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의원 법안별로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외국인에게 부여하고 있는 지방선거 투표권 기준을 한층 강화하고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국내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에게 '지방 의회의원 및 자치단체장의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중국·일본 등 해외 여러 국가들은 영주권자의 자격으로 거주하는 우리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지방선거 선거권을 가진 외국인은 14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국적별로 나눠보면 11만3513명(81%)이 중국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다음은 대만 9611명(6.9%), 일본 6676명(4.8%), 베트남 1516명(1.1%) 등의 순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투표권 박탈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국민청원은 21만명의 동의를 얻었으나 당시 정부가 "민주주의의 보편성"이라는 제도의 취지를 들어 거부해 폐지가 무산됐다.
그러나 중국인 투표권 박탈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언급하면서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고 의원의 법안을 소개하며 "제가 법무부 장관 당시부터 당대표 때까지 일관되고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이라며 "지금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일본 정부의 재일교포 참정권 부여를 촉구하고자 대선·총선을 제외한 지방선거에 한해 투표권을 부여했고 2006년부터 적용해 왔다. 하지만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우리 국민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또 당시 6000여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유권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민의힘이 외국인 투표권 제한을 주장하고 나서는 배경에는 정치적인 목적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영주권자의 대다수가 중국 국적자라는 점에서 2030세대의 반중 정서를 반영한 측면이 있다.
다만 최근 외국인 유권자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사실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논의해 효과적인 외국인 유권자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종갑·김유정 국회 입법조사관은 '외국인 지방참정권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향후 외국인 유권자의 선거 참여와 관리에 관한 정책은 외국인 참정권 제도의 도입 취지인 지역사회 통합과 지방자치 활성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구로구청장 보궐선거 본투표일인 지난 2일 서울 구로제5동 제3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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