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내 능력을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내곤 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앞으로 디자이너보다는 고객이나 시장, 기술, 생산에 적합한 결과물을 편집해내는 '문화 편집자(cultural editor)' 같은 역할로 전환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로 꼽히는 카림 라시드(Karim Rashid)는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진행된 다쏘시스템의 연례행사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5'에서 AI에 대한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삼성,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토플, 알레시 등 세계적 브랜드와 협업하며 4000개 이상의 디자인을 만들어낸 인물로, 최근에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을 위한 가로등과 벤치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라시드는 다쏘시스템의 3차원 컴퓨터지원설계(3D CAD) '솔리드웍스'를 1995년 처음 출시된 지 반년 뒤 접해 현재까지 30년 동안 애용해왔다. 그 인연으로 행사 마지막 날인 이날 기조강연도 맡았다. 이후 열린 간담회에선 생성형AI의 급격한 발전이 디자이너 직업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의 생각과 입장을 솔직하게 공유했다.
라시드는 "처음엔 AI에 대해 그저 다른 도구들과 마찬가지라 생각했다. 소프트웨어(SW) 등 도구는 도구일 뿐으로,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가 얼마나 창의적이냐, 혹은 사고방식이 어떤가에 달려있다"라고 운을 뗀 뒤 "하지만 현재 AI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변화와 영향력이 막대할 것이고, 내 전문분야에도 이로써 3~5년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의 작업 결과물 이미지를 클라우드에 5만장가량 저장해놨는데, 이는 AI가 내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에 대해 해석하고 대신 작업을 수행하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는 의미도 된다"며 "물론 모든 데이터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만 반영할 뿐,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측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만드는 것 같다고 여길 만한 부분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라시드는 앞으로 디자이너의 역할이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는 "작업 중인 제품의 AI기반 이미지 50장을 생성해보면, 밤새도록 아무 성과가 없을 때도 있지만 몇 분 만에 최적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개중엔 내 능력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들도 있다"면서 "(디자이너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는 AI와 로봇 등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결국 인간은 무엇을 하게 될 것인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휴스턴(미국)=글·사진 팽동현기자 dhp@dt.co.kr
유명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26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다쏘시스템이 진행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5' 행사 마지막 날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팽동현 기자
유명 산업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26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다쏘시스템이 진행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5' 행사 마지막 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팽동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