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지식재산의 미래' 좌담회…1차 '미술 분야'
박경신 "미술계 특수성 감안해야…창작자 의견 수렴 필수"
손상민 "웹툰계 AI 심리적 장벽 높아…작가를 돕는 AI를 기대"
김윤명 "AI 활용은 또 다른 기회…제도가 막으면 안돼"
성원영 "새로운 분야와 시장의 창출 측면 고려해야"
김창화 "저작물 보상금 체계 구축 방안도 논의해야"
박경신 "미술계 특수성 감안해야…창작자 의견 수렴 필수"
손상민 "웹툰계 AI 심리적 장벽 높아…작가를 돕는 AI를 기대"
김윤명 "AI 활용은 또 다른 기회…제도가 막으면 안돼"
성원영 "새로운 분야와 시장의 창출 측면 고려해야"
김창화 "저작물 보상금 체계 구축 방안도 논의해야"
인공지능(AI)은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영역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고 있지만, AI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과 법·제도는 지체돼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탄생은 창작의 영역을 인간 고유의 것으로 여겨온 관념을 한 순간에 파괴했다. 미술, 웹툰, 영상 등의 지식재산 분야 전문가들은 AI 기술발전이 가져온 창작자의 역할 전환과 예술적 가치의 변화, 저작권 논란 등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전문가들은 AI가 창작자를 대신하는 대체 창작자가 되는 게 아니라, 창작자의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로 작용하도록 정책적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AI를 이용한 창작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할지 여부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과 함께 AI시대, 지식재산 이슈와 지향점에 대한 좌담회를 미술·음악·반도체 3개 분야로 나눠 진행한다. 첫회는 미술이 주제다.
<대담자>김창화 한밭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사회)김지수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성원영 중앙홀딩스 변호사박경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김윤명 디지털정책연구소 소장손상민 한국만화가협회 이사◇김지수=디지털 대전환은 이제 산업 현장이나 공장에서 로봇이 일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생성형 AI는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창작도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기존의 법 제도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기술혁신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저작권 관련 제도가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위한 기술이니 인간을 위한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충되고 있다.
저자권 차원에서 보면 크게 창작·창출과 보호·활용으로 나눠서 얘기할 수 있는데, 일단 창작·창출 환경은 많이 바뀐 것 같다. 기존의 예술 창작뿐 아니라 AI 창작 방법이 있다. 또 저작권 보호나 활용 측면에서 보면 유튜브 등 온라인 유통 환경에서 창작자들을 보호하고, 지식재산을 원활히 유통할 수 있는지 여러 고민이 있다.
◇김창화=현재 저작권 분야에선 2가지가 가장 문제다. 첫째는 AI 데이터학습에 이용되는 저작물 이용과 저작권 침해이고, 둘째는 AI가 만든 생성물의 저작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사회정책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또 다른 의제는 퍼블리시티권(초상권)이다. 최근 딥페이크(허위영상물)로 인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에 퍼블리시티권 개념이 포함돼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박경신=미술은 굉장히 범위가 넓다. 미술계에서 AI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얼마나 절실하게 느끼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작가들에게 위기의식을 느끼는지 질문하지만 작가마다 생각이 매우 다르다. 최근에 만난 작가는 본인이 직접 데이터를 작성해 AI에 학습을 시키기도 한다. 미술분야는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등 분야마다 특수성이 있어 그런 부분을 감안해야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미술 분야는 분야별·작가별 격차가 심해서 평균값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
◇손상민=만화·웹툰이 미술과 가장 다른 점은 규칙적으로 연재를 해야 하고, 연재물량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그런 특수성이 있다 보니 만화·웹툰 작가들은 작가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돕는 AI였으면 좋겠다는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웹툰 제작은 매우 세분화된 단계를 거친다. 각색, 데생, 펜 터치, 채색, 배경 그리기를 한 후 후보정, 소리 효과 등을 더한다. 그래서 다양한 단계의 공동 작업을 하고 있고, 이미 스튜디오 제작으로 진화했다. 웹툰 제작에는 시간과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 작가 간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아주 단순한 작업은 AI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웹툰계에서는 AI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과 거부감이 높아서 많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재 초·중학교에서 AI가 방과후활동 등에 활용되는 만큼 5~10년 후에는 장벽이 지금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두로 돌아가서 작가를 돕는 AI 방향성 설정이 필요한 것은 작가의 건강권과도 직결된다. 배경 채색이나 후보정, 스토리 보조 등의 보조도구 역할로서 AI 방향성을 설정했으면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지금도 일부 작가는 생성형 AI와 대화하면서 작품을 전개하거나 우주 배경을 작화하는데 보조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스튜디오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인 1인 작가가 창작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작가 고유의 캐릭터 창작 등에 AI가 침범하면 작가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공유하고 있다. 웹툰 작가들도 대부분 작가 자체에 팬덤이 형성돼 있고, 팬덤도 중요한 산업의 부분이기 때문에 AI가 작가를 대체하는 방향성은 지양해야 한다. 다층적인 제작 환경에서 AI는 창작자에게 매우 훌륭한 보조도구지만, 작가 대체제가 된다면 창작자들의 다양성을 잃을 수 있고, 문화적 다양성이나 지속 가능한 웹툰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김창화=저작권법에서 문제되는 부분은 AI가 어느 부분을 창작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간이 기여한 부분만 보호하겠다고 했다. AI가 보조도구가 된다면 인간의 기여와 AI의 기여를 분리하는 게 가능한가.
◇손상민=분리는 어렵다. 워터마크를 삽입한다고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입증하기도 어렵다. 작가의 전문성과 창작성, 예술성이 없다면 정교한 프롬프트를 입력할 수 없다. (AI의 기여라기보다) 작가의 창작 제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김윤명=결국 AI는 일자리와 연결된다. 웹툰 분야도 당연히 그렇다. 1인 작가에게는 AI가 훌륭한 보조도구가 되지만, (스튜디오 시스템 등) 단체로 보면 AI는 인력 대체제가 된다. AI를 잘쓰는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의 대결이 될 수 있다.
다만, AI가 작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18~19세기 사진이 발명되면서 회화작가들이 반발했지만 사진은 대체제가 아니라 도구가 됐다. AI도 유사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들이 사진기를 쓰듯이 AI를 활용한다면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법·제도가 이를 막아서는 안된다.
프롬프트에 전문성이나 창작성, 예술성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게 아이디어의 집합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적으로 보면 단순하게 아이디어의 집합에 불과하니 창작 기여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은 견해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로 방향을 잡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성원영=산업계에선 일단 AI를 쓰고 있다. 제일 많이 영향을 받는 것은 노동집약적 분야다. 시각효과는 인형 눈에 점 찍는 것이라 표현할 정도로 노동집약적이다. 그동안 시각효과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는데 생성형 AI를 이용하면서 제작비가 낮아졌다. 특수효과·시각효과에 많이 쓰인다.
사진 분야의 사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역사상 기록에 나와 있는 사진 저작물성이 인정된 최초의 피사체는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이다. 실존하는 피사체를 찍었는데 어떻게 저작물성을 인정하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때 만든 논리는 순간의 포착, (피사체의) 포즈, 빛의 노출 등은 (작가의 기여가 있는) 저작물성이 있다는 논리다. 그게 지금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까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생성형 AI를 두고 학계에서 일어나는 논의와 비슷하다. 최근 해외에서는 AI에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있다.
콘텐츠 산업과 AI 산업은 어떤 관계인가. 콘텐츠산업진흥법에서 콘텐츠 정의를 보면 AI와 교집합이 굉장히 많다. 그럼 콘텐츠 산업은 AI의 부분집합인지, 또는 AI 산업이 발전하면 콘텐츠 산업이 위축되거나 위기가 오는지 생각하게 된다. 인간 중심의 창작 개념으로 보면 AI가 창작자의 지위와 생계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된다는 것인데, 사진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새로운 장르가 생겼고 사진가라는 새로운 분야와 시장이 생겼다. 그런 측면에서 AI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윤명=장르나 영역에 따라 법제는 달라진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창조성이 있으냐 없느냐, 또 인간의 기여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볼 텐데, 이게 어느 정도 흐름을 탈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많은 논란이 있지만, 어느 순간 인간의 범위에, 인간의 창작적 기회의 범위에서 수렴되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많은 견해가 대립하지만, 그게 서로 다른 견해의 수렴 과정이다.
◇박경신=순수 미술로 한정해 생각하면 AI 관련 논의가 새롭지 않다. 미술계에서도 조수(어시스트)를 썼다. 대작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느냐 하는 것인데, 판례를 보면 창작적 재량이 있는지, 기계적인 작업을 했는지 등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미술 작가들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도 해결이 안됐는데 갑자기 AI로 논의가 넘어갔다. 퍼블리시티권의 경우도 기존 미술 작가들은 유명인의 초상을 그리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인 회화 작품에 유명인의 초상을 쓰는 것과 AI가 유명인의 이미지를 쓰는 것은 기술만 발전했다 뿐 (본질은) 같다.
현장에서 작가들을 만나면 어느 정도로 유명인의 이미지를 쓰는 게 저작권 침해인지, 아니면 저작권 등록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많이 묻는다. 기술적인 도움 이전에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AI를 보조도구로 활용했을 때 어디까지 작가가 저작물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냐 하는 문제는 사실 조수를 쓰고 작업을 하는 작가와 AI를 쓰는 작가와 뭐가 다른지에 면밀한 논의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윤명=미술 분야에서 예술성과 창작성이 등가는 아니다.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샘'이라고 제목을 붙여 예술성을 인정받았지만 창작을 한 것은 아니다.
◇박경신=법제를 논의할 때 창작자들 의견을 많이 취합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이라는 최종적인 권리를 받는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김창화=저작권 분야는 AI 윤리와 같이 고려되기 때문에 저작권을 인정하거나 침해를 인정하는 게 윤리와 연관된 문제다. 최근 미국 저작권청에서 AI 관련 보고서를 내면서 사진을 예로 들었다. 사진은 저작자가 통제할 수 있지만 AI는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만큼 AI에 저작권을 부여할 것인지는 조금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책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합의의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AI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알 수 없다. AI가 인간의 지시에 반발할 수도 있고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김윤명=오픈AI가 생성형 AI의 추론능력을 높였다고 했으나 애플은 매칭 성능이 좋아진 것이라 반박했다. AI가 인간처럼 추론을 할 수 있더라도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박경신=AI가 추론을 한다는 것은 악의도, 선의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윤명=AI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논리적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수=생성형 AI가 나오면서 TDM(텍스트 및 데이터마이닝) 면책 관련 의제가 쑥 들어갔다고 하는데, 원착장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필요하면 (사용) 허락을 구해야 하고, 비상업적 용도여야 하고, 공정하게 이용해야 하고 등의 관점에서 본다면 TDM 이슈는 어떻게 되는가.
◇김창화=일본이나 독일, EU(유럽연합) 등에는 관련 법안이 있지만 미국과 우리나라는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생성형 AI에 맞는 TDM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윤명=보상청구권을 고민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정은 복잡하겠지만 원창작자의 허락없이 (저작물을) 쓰는 상황이 온다면, 그리고 그 과실의 결과물까지 다 가져간다면 공정의 정의에 맞지 않다. 적어도 개별 제작자에 대한 보상 체계로 가야 한다. 보상청구권이 제도화된다면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부담없이 쓸 수 있고, 소액이지만 보상제도도 만들어지니 제도로서도 의미가 있다. 지식재산위원회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김창화=저작권자의 허용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저작권자가 거부하면 이용 못하게 하는 옵트아웃(창작자가 거부 의사를 표현해야 AI 회사가 창작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방식을 도입하고, 보상금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관련 논문을 쓰고 있다.
◇박경신=미술 작가들은 자신이 만든 이미지가 자신이 원하지 않은 맥락에서 쓰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공익 목적이 저작권보다 월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AI 산업 발전 목적으로 보상청구권이 도입된다면 옵트아웃 제도는 꼭 필요하다.
◇성원영=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은 다르게 봐야 한다.
◇손상민=웹툰계에서는 (플랫폼과) AI 학습데이터 사용을 허용한다는 계약을 한다. 거부하면 연재에 불이익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 부분을 아예 계약서에서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정부 지침이 없다.
◇김창화=퍼블리시티권은 미국의 경우 판례법으로 계속 인정되고, 주법으로도 인정이 된다. 요즘은 딥페이크 때문에 새로운 법안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명인 사칭 범죄가 많이 나온다.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가 있다.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형사처벌하자는 게 주요 논의다.
◇성원영=개인적으로 형사처벌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퍼블리시티권은 재산권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형사처벌은 과잉 형벌이라는 생각이다.
◇김윤명=다른 부분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유명인에 한정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퍼블리시티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특별법이 아닌 일반법 체계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김지수 단장=정확하게 현상을 알아야 해결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현장과 소통하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이 무엇이고 국민들과 기업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내는 게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관련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다.정리=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dt.co.kr
전문가들은 AI가 창작자를 대신하는 대체 창작자가 되는 게 아니라, 창작자의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로 작용하도록 정책적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AI를 이용한 창작물의 저작물성을 인정할지 여부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과 함께 AI시대, 지식재산 이슈와 지향점에 대한 좌담회를 미술·음악·반도체 3개 분야로 나눠 진행한다. 첫회는 미술이 주제다.
<대담자>김창화 한밭대학교 공공행정학과 교수(사회)김지수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성원영 중앙홀딩스 변호사박경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김윤명 디지털정책연구소 소장손상민 한국만화가협회 이사◇김지수=디지털 대전환은 이제 산업 현장이나 공장에서 로봇이 일하는 것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등장한 생성형 AI는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창작도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기존의 법 제도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기술혁신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저작권 관련 제도가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위한 기술이니 인간을 위한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충되고 있다.
저자권 차원에서 보면 크게 창작·창출과 보호·활용으로 나눠서 얘기할 수 있는데, 일단 창작·창출 환경은 많이 바뀐 것 같다. 기존의 예술 창작뿐 아니라 AI 창작 방법이 있다. 또 저작권 보호나 활용 측면에서 보면 유튜브 등 온라인 유통 환경에서 창작자들을 보호하고, 지식재산을 원활히 유통할 수 있는지 여러 고민이 있다.
◇김창화=현재 저작권 분야에선 2가지가 가장 문제다. 첫째는 AI 데이터학습에 이용되는 저작물 이용과 저작권 침해이고, 둘째는 AI가 만든 생성물의 저작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사회정책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또 다른 의제는 퍼블리시티권(초상권)이다. 최근 딥페이크(허위영상물)로 인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에 퍼블리시티권 개념이 포함돼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박경신=미술은 굉장히 범위가 넓다. 미술계에서 AI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얼마나 절실하게 느끼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작가들에게 위기의식을 느끼는지 질문하지만 작가마다 생각이 매우 다르다. 최근에 만난 작가는 본인이 직접 데이터를 작성해 AI에 학습을 시키기도 한다. 미술분야는 회화, 조각, 미디어아트 등 분야마다 특수성이 있어 그런 부분을 감안해야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미술 분야는 분야별·작가별 격차가 심해서 평균값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
◇손상민=만화·웹툰이 미술과 가장 다른 점은 규칙적으로 연재를 해야 하고, 연재물량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그런 특수성이 있다 보니 만화·웹툰 작가들은 작가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돕는 AI였으면 좋겠다는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웹툰 제작은 매우 세분화된 단계를 거친다. 각색, 데생, 펜 터치, 채색, 배경 그리기를 한 후 후보정, 소리 효과 등을 더한다. 그래서 다양한 단계의 공동 작업을 하고 있고, 이미 스튜디오 제작으로 진화했다. 웹툰 제작에는 시간과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 작가 간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아주 단순한 작업은 AI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웹툰계에서는 AI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장벽과 거부감이 높아서 많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현재 초·중학교에서 AI가 방과후활동 등에 활용되는 만큼 5~10년 후에는 장벽이 지금같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두로 돌아가서 작가를 돕는 AI 방향성 설정이 필요한 것은 작가의 건강권과도 직결된다. 배경 채색이나 후보정, 스토리 보조 등의 보조도구 역할로서 AI 방향성을 설정했으면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지금도 일부 작가는 생성형 AI와 대화하면서 작품을 전개하거나 우주 배경을 작화하는데 보조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스튜디오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독립적인 1인 작가가 창작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작가 고유의 캐릭터 창작 등에 AI가 침범하면 작가가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공유하고 있다. 웹툰 작가들도 대부분 작가 자체에 팬덤이 형성돼 있고, 팬덤도 중요한 산업의 부분이기 때문에 AI가 작가를 대체하는 방향성은 지양해야 한다. 다층적인 제작 환경에서 AI는 창작자에게 매우 훌륭한 보조도구지만, 작가 대체제가 된다면 창작자들의 다양성을 잃을 수 있고, 문화적 다양성이나 지속 가능한 웹툰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김창화=저작권법에서 문제되는 부분은 AI가 어느 부분을 창작했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간이 기여한 부분만 보호하겠다고 했다. AI가 보조도구가 된다면 인간의 기여와 AI의 기여를 분리하는 게 가능한가.
◇손상민=분리는 어렵다. 워터마크를 삽입한다고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입증하기도 어렵다. 작가의 전문성과 창작성, 예술성이 없다면 정교한 프롬프트를 입력할 수 없다. (AI의 기여라기보다) 작가의 창작 제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김윤명=결국 AI는 일자리와 연결된다. 웹툰 분야도 당연히 그렇다. 1인 작가에게는 AI가 훌륭한 보조도구가 되지만, (스튜디오 시스템 등) 단체로 보면 AI는 인력 대체제가 된다. AI를 잘쓰는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의 대결이 될 수 있다.
다만, AI가 작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18~19세기 사진이 발명되면서 회화작가들이 반발했지만 사진은 대체제가 아니라 도구가 됐다. AI도 유사하게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들이 사진기를 쓰듯이 AI를 활용한다면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법·제도가 이를 막아서는 안된다.
프롬프트에 전문성이나 창작성, 예술성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게 아이디어의 집합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적으로 보면 단순하게 아이디어의 집합에 불과하니 창작 기여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은 견해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로 방향을 잡아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성원영=산업계에선 일단 AI를 쓰고 있다. 제일 많이 영향을 받는 것은 노동집약적 분야다. 시각효과는 인형 눈에 점 찍는 것이라 표현할 정도로 노동집약적이다. 그동안 시각효과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는데 생성형 AI를 이용하면서 제작비가 낮아졌다. 특수효과·시각효과에 많이 쓰인다.
사진 분야의 사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역사상 기록에 나와 있는 사진 저작물성이 인정된 최초의 피사체는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이다. 실존하는 피사체를 찍었는데 어떻게 저작물성을 인정하느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때 만든 논리는 순간의 포착, (피사체의) 포즈, 빛의 노출 등은 (작가의 기여가 있는) 저작물성이 있다는 논리다. 그게 지금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까지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생성형 AI를 두고 학계에서 일어나는 논의와 비슷하다. 최근 해외에서는 AI에 법인격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있다.
콘텐츠 산업과 AI 산업은 어떤 관계인가. 콘텐츠산업진흥법에서 콘텐츠 정의를 보면 AI와 교집합이 굉장히 많다. 그럼 콘텐츠 산업은 AI의 부분집합인지, 또는 AI 산업이 발전하면 콘텐츠 산업이 위축되거나 위기가 오는지 생각하게 된다. 인간 중심의 창작 개념으로 보면 AI가 창작자의 지위와 생계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된다는 것인데, 사진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새로운 장르가 생겼고 사진가라는 새로운 분야와 시장이 생겼다. 그런 측면에서 AI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윤명=장르나 영역에 따라 법제는 달라진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창조성이 있으냐 없느냐, 또 인간의 기여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볼 텐데, 이게 어느 정도 흐름을 탈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많은 논란이 있지만, 어느 순간 인간의 범위에, 인간의 창작적 기회의 범위에서 수렴되지 않을까 한다. 지금은 많은 견해가 대립하지만, 그게 서로 다른 견해의 수렴 과정이다.
◇박경신=순수 미술로 한정해 생각하면 AI 관련 논의가 새롭지 않다. 미술계에서도 조수(어시스트)를 썼다. 대작 작가에게 저작권이 있느냐 하는 것인데, 판례를 보면 창작적 재량이 있는지, 기계적인 작업을 했는지 등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미술 작가들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도 해결이 안됐는데 갑자기 AI로 논의가 넘어갔다. 퍼블리시티권의 경우도 기존 미술 작가들은 유명인의 초상을 그리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인 회화 작품에 유명인의 초상을 쓰는 것과 AI가 유명인의 이미지를 쓰는 것은 기술만 발전했다 뿐 (본질은) 같다.
현장에서 작가들을 만나면 어느 정도로 유명인의 이미지를 쓰는 게 저작권 침해인지, 아니면 저작권 등록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많이 묻는다. 기술적인 도움 이전에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AI를 보조도구로 활용했을 때 어디까지 작가가 저작물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냐 하는 문제는 사실 조수를 쓰고 작업을 하는 작가와 AI를 쓰는 작가와 뭐가 다른지에 면밀한 논의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김윤명=미술 분야에서 예술성과 창작성이 등가는 아니다. 마르셀 뒤샹이 변기를 '샘'이라고 제목을 붙여 예술성을 인정받았지만 창작을 한 것은 아니다.
◇박경신=법제를 논의할 때 창작자들 의견을 많이 취합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이라는 최종적인 권리를 받는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김창화=저작권 분야는 AI 윤리와 같이 고려되기 때문에 저작권을 인정하거나 침해를 인정하는 게 윤리와 연관된 문제다. 최근 미국 저작권청에서 AI 관련 보고서를 내면서 사진을 예로 들었다. 사진은 저작자가 통제할 수 있지만 AI는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만큼 AI에 저작권을 부여할 것인지는 조금 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정책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합의의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 AI가 얼마나 더 발전할지 알 수 없다. AI가 인간의 지시에 반발할 수도 있고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김윤명=오픈AI가 생성형 AI의 추론능력을 높였다고 했으나 애플은 매칭 성능이 좋아진 것이라 반박했다. AI가 인간처럼 추론을 할 수 있더라도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
◇박경신=AI가 추론을 한다는 것은 악의도, 선의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윤명=AI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논리적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수=생성형 AI가 나오면서 TDM(텍스트 및 데이터마이닝) 면책 관련 의제가 쑥 들어갔다고 하는데, 원착장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필요하면 (사용) 허락을 구해야 하고, 비상업적 용도여야 하고, 공정하게 이용해야 하고 등의 관점에서 본다면 TDM 이슈는 어떻게 되는가.
◇김창화=일본이나 독일, EU(유럽연합) 등에는 관련 법안이 있지만 미국과 우리나라는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생성형 AI에 맞는 TDM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윤명=보상청구권을 고민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과정은 복잡하겠지만 원창작자의 허락없이 (저작물을) 쓰는 상황이 온다면, 그리고 그 과실의 결과물까지 다 가져간다면 공정의 정의에 맞지 않다. 적어도 개별 제작자에 대한 보상 체계로 가야 한다. 보상청구권이 제도화된다면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부담없이 쓸 수 있고, 소액이지만 보상제도도 만들어지니 제도로서도 의미가 있다. 지식재산위원회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
◇김창화=저작권자의 허용없이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저작권자가 거부하면 이용 못하게 하는 옵트아웃(창작자가 거부 의사를 표현해야 AI 회사가 창작물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방식을 도입하고, 보상금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관련 논문을 쓰고 있다.
◇박경신=미술 작가들은 자신이 만든 이미지가 자신이 원하지 않은 맥락에서 쓰이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공익 목적이 저작권보다 월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AI 산업 발전 목적으로 보상청구권이 도입된다면 옵트아웃 제도는 꼭 필요하다.
◇성원영=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은 다르게 봐야 한다.
◇손상민=웹툰계에서는 (플랫폼과) AI 학습데이터 사용을 허용한다는 계약을 한다. 거부하면 연재에 불이익이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 부분을 아예 계약서에서 분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정부 지침이 없다.
◇김창화=퍼블리시티권은 미국의 경우 판례법으로 계속 인정되고, 주법으로도 인정이 된다. 요즘은 딥페이크 때문에 새로운 법안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명인 사칭 범죄가 많이 나온다.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논의가 있다.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형사처벌하자는 게 주요 논의다.
◇성원영=개인적으로 형사처벌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퍼블리시티권은 재산권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형사처벌은 과잉 형벌이라는 생각이다.
◇김윤명=다른 부분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유명인에 한정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퍼블리시티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특별법이 아닌 일반법 체계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김지수 단장=정확하게 현상을 알아야 해결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현장과 소통하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현상이 무엇이고 국민들과 기업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내는 게 먼저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관련 활동을 계속 이어가겠다.정리=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사진=박동욱기자 fufu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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