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선 다리를 다친 70대 여성이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2시간 가량 걸리는 경남 창원의 한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26일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정오쯤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A씨가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전화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하다 53분 만에 대전의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병원 7곳은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환자 진료 불가' 등의 이유를 갖다 대며 A씨의 수용 불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대전에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모두 23건으로 집계됐다. 주말 사이에만 18건의 응급실 지연 이송이 잇따랐다.
지난 23일 오전 10시쯤에는 50대 남성이 의식 저하와 마비 증세로 구급차에 실려 왔으나, 역시 중환자실·의료진 부재 등을 이유로 병원 6곳에서 거부당해 53분 만에 가까스로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다.
같은 날 오전 1시쯤에도 40대 남성이 경련을 일으켜 119에 신고했으나, 병원 8곳에서 의료진 파업 등의 사유로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뒤 37분 만에 한 대학병원에 이송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부산에선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구급 차량의 응급환자 병원 이송이 지연된 사례는 4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건은 부산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타 시도로 이송된 사례다. 지역별로 경남 창원 1건, 김해 1건, 진주 1건과 울산 2건, 양산부산대병원 1건이다.
충남 천안 대학병원에선 교수들이 각 병동에서 숙식하며 입원·외래환자를 돌보고 있다. 하지만, 사태의 장기화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관계자는 "입원환자 수가 평소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단국대병원 관계자도 "입원환자가 평상시보다 30%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두 병원 모두 사직한 전공의 중 복귀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시는 지난 22일부터 대책상황실을 운영하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있다. 수련 병원 모니터링·현장점검을 통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개원의 휴진 여부를 확인해 문 여는 의료기관 정보를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 등으로 시민에게 실시간 알리기로 했다.
소방 당국은 의료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비응급 상황 시 119 신고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선 위급 상황에 대비해 인근 지역인 경남 양산과 창원 지역까지 비상 연락망을 가동하고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등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며 "위급 환자를 위한 원활한 대응을 위해 시민 여러분의 협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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