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궁 "불로화(不老化)가 된 우유" 주장…"허경영 에너지 들어가 있다"
지병 있던 80대 하늘궁 말 믿고 불로유만 마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의 종교시설로 불리는 '하늘궁'에 입소한 80대 남성이 숨지면서 하늘궁의 이른 바 '불로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7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하늘궁에서 제공한 우유를 마셨다"는 내용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경기 양주시 장흥면의 하늘궁에서 운영하는 모텔 2층에서 80대 남성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A씨 주변에는 마시다 만 우유가 있었다.
A씨는 허경영 대표의 신도로 최근 아내와 함께 하늘궁에 입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경영의 하늘궁 공식 홈페이지는 "불로유(不老乳)는 단순한 발효우유가 아니라 허경영 암흑 에너지가 들어가 암흑물질이 된, 즉 불로화(不老化)가 된 우유"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허경영 에너지'는 신인(神人·신이 된 인간, 허경영을 의미)과 직접 혹은 간접으로 접촉 후 사람들이 건강해지고, 수많은 기이한 체험을 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허경영 에너지의 특징은 △시공간을 초월해 전달되기 때문에 아무리 먼 거리라도 0초 만에 도달하고 어떤 장애물도 통과하고 △일반 빛, 소리 스펙트럼과는 완전히 다르며 △신인이 눈빛으로 혹은 직접 손을 통해 에너지를 주며, 축복이나 명패, 천사님을 넣어주시는 성령을 통해서도 에너지를 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근육 테스트 일종인 오링테스트와 엘로드 테스트로 허경영 인물사진, 이름을 적은 종이에 에너지가 존재하는 것은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도 한다.
이어 "허경영" 이름을 부르는 의미는 백회를 통해 우주 에너지를 연결하는 채널 암호를 입력하는 것이라며 "허경영" 이름을 부르면 우주 에너지가 백회로 전달돼 정신적, 신체적 기운이 강해지고, 주변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특히 "허경영" 이름을 10번 연달아 부르면 에너지가 극대화돼 그 레벨이 무까지 도달한다고 했다.
'하늘궁' 홈페이지에는 이런 주장과 함께 체험담과 허경영의 유튜브 강연록을 올려놓고 있다.
이번 사망 사건에 대해 하늘궁 측은 하늘궁이 직접 불로유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진 않으며, 신도들이 '허경영 불로유 스티커'를 구매해 스스로 복용하거나 바르는 방식으로 쓰인다고 전했다. A씨는 직접 이 스티커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하늘궁에 입소한 후 다른 음식은 섭취하지 않은 채 불로유만 마셨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평소 지병이 있어 아내와 함께 요양원에서 생활하다 최근 하늘궁에 입소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현장에서 수거한 우유에 대해 독극물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하늘궁측은 담당 법무법인을 통해 27일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에서 등장한 불로유라는 우유는 고인의 배우자가 드시기 위해 강남 소재 우유 판매 대리점에서 구매한 것"이라며 "고인이 아닌 배우자만 드신 것으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이 하늘궁 운영 모텔에 숙박하신 것은 사망하기 불과 이틀 전 죽기 전에 하늘궁에 가보고 싶다는 A씨의 유지에 따른 것"이라며 "80대의 고령이셨던 고인은 입소 전부터 이미 노환으로 곡기를 끊고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