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한기호의 정치박박] `원팀 빙자 원툴` 참패에도 무책임… 당대표가 임명직인가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서울 강서구 보선참패 사흘뒤에야 與 "임명직 사퇴"
김기현, 참패날 "애당심, 총선압승" 자기변호
용산서 유체이탈, 강서 대패 부정 정치인마저
검찰정치 "오만한 권력" 분노투표에 무대책
당정관계 지록위마 위험수준…黨생명력 찾으라
[한기호의 정치박박] `원팀 빙자 원툴` 참패에도 무책임… 당대표가 임명직인가
지난 10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신임 정책위의장, 이만희 신임 사무총장 등 당 4역과 오찬 회동을 마친 뒤 용산어린이정원을 산책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알려드립니다. 당의 안정과 더 나은 발전을 위해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사퇴합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득표율 과반을 내주고 17.15%포인트차로 대패(大敗)한 사흘 뒤(14일)에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였다. 처음엔 장난으로 착각할 뻔했다. 선출직 '김기현 지도부'가 대형 선거대책위원회까지 꾸려 치른 선거를 왜 임명직 사퇴로 때우는지, 무마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선거 등 중요 현안에 지도부가 책임을 지면 지는 거고 아니면 아닌 '1 또는 0'의 문제를 이렇게 다룬 전례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어떤 이들은 임명직 교체가 용단이라 추어올리고, 자신들이 설계한 그림이라고 자랑까지 하는데 요즘말로 '어질어질하다'.

당 지도부가 책임론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이런 결정이 나온 것도 씁쓸한 일이다. 김기현 대표는 보선 당일 참패 직후 당 소속 의원들과 카카오톡방에서 "어려운 험지였기에 선거운동을 하기가 더더욱 힘들었을 터인데도, 이에 굴하지 않고 열정을 쏟아주셔서…뜨거운 애당심이 우리 당의 총선 압승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뒤가 안맞는 자기변호다. 누가 '굴하라'고 했나, '총선 압승' 징조를 대체 어디서 봤나. 그 이튿날(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분골쇄신"을 언급했지만 와닿지 않는다. 대선 상황실장으로 맹활약했던 윤재옥 원내대표가 "견강부회하지 않고…국민 전체의 민심이라 여기겠다"고 한 것이 차라리 반성에 가깝다.

하지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름도 없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보선 결과가) 예상한 대로 나왔다…무슨 구청장 선거 하나를 갖고 충격을 받느냐", "선거를 치른 것은 대통령실이 아니라 국민의힘"이라고 유체이탈하니 맥이 빠진다. 친윤(親윤석열) 핵심 주류는 뜬소문처럼 치부하던 '수도권 위기설'이 실증(實證)됐는데도 드러낸 '메타인지' 수준이다. '일개 구청장' 되찾지 못했다고 성화 부리는 사람은 없다. 서울 25개 자치단체 중에서도 강서구는 국회의원만 갑·을·병 지역구 3명이 뽑히는 인구 약 60만의 대형 선거구다. 제22대 총선을 6달도 안 남은 시기에 받은 모의고사 성적표의 의미를 침소하고 '현실 도피'로 일관하니, "예상한 대로"라는 말도 허언처럼 들린다.'선거 치른 건 당'이란 말도 황당하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지난 5월 공무상 비밀누설죄 금고형 확정으로 직을 상실했지만, 윤석열 대통령만이 가진 특별사면권으로 사면·복권됐다. '후보 김태우'는 윤심(尹心)이 없었다면 가능치 않았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김 전 구청장은 즉시 출사표를 던졌다. 김 대표 측은 무공천을 망설이다 결격시비만 키운 채 결국 경선과 총력 선거를 두박자 늦게 택했다. 소신을 지킨 것도 아니고 자신하던 "당정일체"도 삐걱였다. 지난 5월 김 전 구청장의 직 상실 직후 당이 "문재인 정부의 국민권익위조차 김 구청장을 (청와대 비리 폭로) '공익신고자'로 인정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은 정의와 상식을 외면했다"고 반발한 것에 비춰도 일관성이 없다.

사후 대처를 보면 표심 읽는 능력도 떨어진다. 윤 대통령 호위무사라는 한 초선 의원은 19일 SBS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윤 대통령의 기조 변화 시사에 대해 '강서구청장 보선 대패 때문 아니냐'고 묻자 "대패라고까지 할 순 없다"고 했다. 얼마나 더 졌어야 대패로 볼 건가.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김 전 구청장이 상대 후보를 불과 2.61%포인트 앞섰지만 51.30% 과반 득표율로 당선된 데 비해 보선에서 39.37%까지 쪼그라들었는데도 대패가 아니라니. 강서구청장 투표율을 봐도 지난해 51.0%, 이번 보선 48.7%로 큰 차이도 없다. 조직선거를 진 정도가 아니라 표심이 급변했다. 이를 가볍게 여길 안목으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한 중진 실명을 대며 타박한 것도 신기한 일이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원팀 빙자 원툴` 참패에도 무책임… 당대표가 임명직인가
지난 10월15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긴급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선거전략 실패 책임도 큰 틀에서 되짚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3·9 대선 패배에 낙담한 데다, 매력없는 서울시장 후보에 민주당 지지층이 지방선거 투표장에 비교적 적게 나왔다가 이번에 대거 분노 내지 공포 투표를 쏟아낸 양상이다. 검찰과 감사원이 앞장서서 끊임없이 야당 사법리스크를 들추고, 여당은 정해진 주제로 비난 릴레이를 하며 뒤따르는 게 여론전의 전부인 세월이 김기현 지도부 7달여간 이어져왔다. 정통 보수평론가조차 "검찰 출신 권력이 검찰력을 정치적으로 사용하고 있단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도덕성 검증서 '내로남불' 수준을 드러낸 데다, '중도퇴장' 논란마저 부른 일부 장관 청문회까지 겹쳐 "오만한 권력"이 심판받았단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은 친명(親이재명)·친문(親문재인) 할 것 없이 제거될 수 있다는 불안과 불만이 가득할 것이고, 중도·무당층은 여소야대 지형에서도 날마다 단죄를 외치는 당정을 강자로 봤을 것이다. 여당 지지층은 이재명 대표를 '정당 대표라서' 증거인멸 우려도 눈감아주는 듯한 판사의 구속영장 기각 등 효능감없는 단죄에 뒷짐졌을 것이다. 40억 보선비용을 초래한 귀책후보가 매력적이기도 쉽지 않았다. 거시경제 성과도 불투명해 민심이 흉흉한데, 강서 빌라촌 '재개발'만 외치다 입주민 반감을 키운 건 아마추어 수준이다. 보선 전날 국가정보원이 선거 투·개표조작 취약 발표를 띄운 것도 중도·야권에 "오만한 권력" 인상을, 지지층엔 부정선거 불안만 더한 게 아닌가.
'지록위마'의 당정관계도 점입가경이다. 김 대표는 보선 참패 후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그는 지난 당대표 경선 후보 때에도 노골적 지지운동을 하는 '핵윤'에 둘러싸인 채 "행정부와 당 사이에선 당연히 당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누차 말했다. 7달 동안 지킨 적 없는 공약(空約)의 재탕이다. 새 임명직들 체급은 더 떨어졌다. 당 4역이 일정을 급거 취소하고 윤 대통령과 오찬을 갖더니 주1회 고위당정회의를 발표했다. "당 주도"라고 국민이 믿어줄까. 보선참패 책임을 가리려던 15일 의총 '두시간 뒤 고위당정협의회'를 잡은 것도 누구 주도였겠나. 김 대표가 대표직 한번 더 빚진 듯한 '그림'만 선명해진다.

이른바 '2기 지도부'에서 유일하게 '영전'한 선임대변인은 임명직 교체를 "사실상 비대위"라며 국민의 평가 영역을 침범했다. 책임지고 사퇴했다는 임명직 일원은 강서구를 가리킨 듯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는 표본"이라고 SNS에 썼다. 윤 대통령은 '반성' 거리를 갑자기 최측근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제언 과제에서 찾았다. 민생 얘기는 해도 '검찰정권' 비판을 불식시킬 신호는 없다. 여당 지지층의 불만도 커졌다. 20일 공표된 한국갤럽 주간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3%포인트 내린 30%로 국민의힘 지지율(33%)보다 낮았다. 여당 지지층 내 국정지지수준은 70%밑으로 떨어졌고, 부정층은 15%에서 23%로 늘었다.

대통령 지지율 급락은 여당의 완충역할이 실종된 탓일 거다. 현 지도부 선출 시기를 되돌아본다. 핵윤과 용산의 공조 저격, '개딸 탄원서' 수준의 '초선 연판장', "羅(나)홀로집에" "현역없는 캠프" 조리돌림까지 '결선투표 없이 1차 과반 몰아주기' 위한 억지가 횡행했다. 선출직의 생명인 '민주적 정당성'을 어딘가에 묻어둔 채 출범한 지도부는 '당정 원팀'의 주체가 아닌 '용산 원툴'의 종속변수로 전락했다. 여당의 이슈·담론 주도력은 실종됐다. 강서구 보선으로 여론은 '볼장 다봤다'는 신호를 줬다. 스스로를 임명직이라고 착각이라도 한 게 아니라면 여당 지도부는 선출직다운, 당의 생명력을 되찾을 결단을 조속히 내리는 게 맞다고 본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