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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공급망 관리없는 ESG `사상누각`… 데이터 플랫폼·IT 시스템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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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본사보다 배출량 많아
'스코프3' 관리, 탄소감축 열쇠
가장 앞선 애플마저 측정 난관
삼성 등 韓기업 훨씬 구조 복잡
[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공급망 관리없는 ESG `사상누각`… 데이터 플랫폼·IT 시스템이 해법
# 국내 대표적인 제조기업 A사는 소재·부품·장비 수급부터 협력사 관리, 구매발주, 상품 운송까지 공급망 전체를 관리하는 차세대 IT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수시로 터지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는 동시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와 고객 요구사항에 맞추기 위해서다. 목표는 마치 공장의 제조라인이 정해진 시나리오와 규칙에 맞게 돌아가듯, 글로벌에 흩어진 사업장과 협력사 상황, 원자재 시황 데이터까지 한눈에 보며 대응하는 '공급망 ESG 인텔리전스'를 갖추는 것이다.



'혼자 달려서는 결승선을 통과할 수 없는 게임.'

ESG라는 숙제를 받아든 기업들이 공급망 상황을 심각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공급망 관리 없는 ESG 경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분석에 따르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배출량보다 공급망·소비단에서 간접 배출하는 '스코프3'가 평균 10배 이상 많다. 애플은 2022년 전체 탄소배출량 중 스코프3가 99.7%, 마이크로소프트는 96.71%에 달했다. 삼성전자도 스코프3가 스코프1과 2를 합친 값의 8배가 넘었다.

탄소감축의 열쇠가 스코프3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사에 탄소배출량과 감축계획 보고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협력사부터 소비자의 상품 이용단계까지 탄소배출량 데이터를 측정하고 관리·모니터링하는 IT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김양호 엠로 부사장은 "국내 10대 기업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은 모두 SCM(공급망관리) 시스템을 ESG에 맞춰 바꾸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ESG 공시규정이나 고객사 요구가 구체화되거나 추가될 때마다 이를 IT시스템에 적용하고 관련 데이터를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엠로는 국내 1위 구매·공급망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올해 3월 삼성SDS에 인수돼 자회사로 편입됐다.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디지털 공급망 관리 플랫폼은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부터 우리은행·미래에셋금융그룹 등 금융권, 하이브·엔씨소프트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디지털 공급망 체계를 운영 중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 ESG 맞춰 공급망 시스템 개편중

온실가스 배출원 분류는 스코프1(경계내 직접배출), 스코프2(간접배출) , 스코프3(기타 간접배출)로 나뉘는데, 세계 각국은 스코프1과 2부터 시작해 스코프3까지 적용범위를 넓히는 순서로 가고 있다. 스코프1은 기업 내부의 에너지 연소나 공정, 스코프2는 사업활동에 필요한 전력, 열, 물 등을 써서 나오는 간접배출을 의미한다. 스코프3는 같은 간접배출이면서 공급망과 소비단의 원재료 생산, 제품 사용, 폐기 등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스코프3 비중이 가장 크다 보니 기업이나 산업군에 따라 스코프3도 국가 차원의 규제나 산정 범위에 서둘러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코프3 배출량을 제대로 산정하려면 제품 라이프사이클 전체에 대한 탄소 배출을 측정 기법인 LCA(전생애주기 평가)를 도입해야 한다. ESG 공시기준을 주도하는 ISSB(국제지속가능기준위원회)는 기업들이 스코프3를 포괄하는 ESG 공시를 2026년부터 하도록 못박았다. EU(유럽연합)도 수입품 제조 과정에서 EU가 정한 탄소배출량 기준을 넘긴 제조사에 배출권 인증서 구매를 강제시키는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을 지난 4월 확정했다. 그 결과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탄소발자국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제품 등 6개 품목 수출 기업들은 이달부터 탄소배출량 보고가 의무화됐다. 여기에다 글로벌 경제를 주무르는 거대 기업들이 협력사에 ESG 명세서를 요구하면서 기업들의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들, 디지털 플랫폼에서 협력사 ESG 수준 평가·관리하고 AI 분석도 동원

글로벌을 무대로 사업을 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ESG 경영에서 협력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사 ESG 평가체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로 기업의 재무적 리스크를 보던 신용평가사들도 ESG 수요에 맞춰 비재무적 리스크를 평가하고, SCM 솔루션 기업과 협력해 디지털 플랫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자체적인 협력사 평가·관리체계와 함께 외부의 평가 데이터를 활용해 품질·납기뿐 아니라 ESG 수준에 따라 협력사를 평가하고, 기준이 안 되는 협력사는 다른 기업으로 대체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정유사 B사는 공급망 변화에 대응해 원자재 시황과 외부 시장요인을 수시로 분석·모니터링하고 미래 변동성을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시로 바뀌는 상황과 데이터에 맞춰 최적의 시점에 원하는 물품이나 재료를 발주하는 체계를 운영한다. 외부 시장 데이터와 흐름을 읽어서 상품 수요를 예측하고 AI를 활용해 판매량까지 예측하는 한편 그 결과를 공급망 관리 시스템과 연계해 생산과 발주까지 연계한다. 화장품 제조기업 C사는 자사는 물론 협력사의 화장품 원료는 물론 포장재 재고 상황을 실시간 관리하고 있다. 자사는 물론 협력사의 포장재에 대한 ESG 기준도 관리·통제한다.
◇광범위한 ESG 데이터 단일 원장으로 관리

구매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ESG를 잘 하는 기업에 더 많은 일감을 줄 수밖에 없다. ESG에 앞선 기업은 인센티브를 받거나 더 많이 공급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 흐름을 못 쫓아가는 기업엔 페널티가 주어진다. SCM 시스템 안에서 관련 정책을 운용하고 기업별 인센티브·페널티를 주는 기능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거래를 원하는 기업의 ESG 평가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다. ESG 전문 평가기관의 정량적 평가결과에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성적 평가를 결합해서 기업들이 협력사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위험징후를 포함한 정보부터 솔루션, 컨설팅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현진완 SAP코리아 지속가능성 파트너는 "각 기업이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배출 등 관련 데이터를 활용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ESG 경영의 핵심"이라며 "관련 데이터를 하나의 원장에 모아 내부 관리나 외부 공시에 쓰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광범위한 데이터를 적시에 수집·공유하는 속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확도를 갖추려면 IT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장 앞선 애플마저 "공급망 배출량 측정 어려워"

ESG 경영에서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 받는 기업은 애플이다. 특히 스코프3 탄소배출량 관리·감축에 신경쓰는데, 애플마저 이 작업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애플의 스코프3 탄소배출량은 2015년 3231만9900톤에서 2019년 2506만5200톤으로 줄었다. 2016년부터 스코프3 측정을 해서 자사를 비롯한 관계사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까지 모두 데이터화해 관리한 덕분이다. 300개 넘는 애플 협력사들이 100% 청정에너지 사용을 약속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삼성전기, LG이노텍, 포스코 등도 애플 공급망 안에 남기 위해 2030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애플은 제품 제조·사용·운송·폐제품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탄소배출량 상세 데이터와 조합하는 데 이어 업계 평균 데이터 세트와 비교해 점검하는 다단계 검증과정을 거치지만 아직 탄소발자국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자평한다. 스코프3의 범위가 매우 넓은 데다 측정이 어렵고 방법론도 아직 성숙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이 단독으로 관리하기 힘들다는 것.

그러나 공급망 전문가들에 따르면 애플은 상품 종류가 많지 않고 공급망이 폐쇄적이어서 다른 기업들에 비해 ESG에 훨씬 유리한 환경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는 데다 제조 협력사의 생산라인부터 설비 투자까지 애플이 주도하기 때문에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빅테크들도 제조 비중이 낮다 보니 협력사 관리가 비교적 용이하다.

◇국내 기업은 더 복잡한 '다차방정식' 풀어야

이와 달리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 스코프3 탄소배출량 감축은 훨씬 어려운 다차방정식이다. 제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제조기업들은 상품의 종류부터 제조규모까지 수시로 변하는 '변종·변량' 제조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애플에 비해 협력사의 수가 훨씬 많고 1·2·3차 협력사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차전지, IT부품, 자동차 전장, 철강까지 국내 핵심 산업들의 상황이 비슷하다. 거미줄처럼 얽힌 가치사슬을 투명하게 들여다 보며 ESG를 실천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과 IT시스템이 유일한 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경란 다쏘시스템코리아 지속가능성부문 대표는 "최근 글로벌 공급망의 가장 큰 이슈는 불확실성이다. 공급망 관리에서 이런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면서 "예컨대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할 경우 데이터 기반으로 영향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데, 이는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 변화나 각 제품·부품의 환경영향도 파악 등 ESG 대응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팽동현·김나인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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