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횡성군청 등에 따르면 횡성군 갑천면 인근 전원택지 개발 현장에서 인근 주택으로 토사와 돌 파편이 쏟아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안전에 위험이 있다며 4개월 전부터 민원이 제기됐지만, 횡성군은 별도의 안전조치를 실시하지 않았다.
횡성군청은 지난 1월 해당 택지 개발업체에 '재해방지 조치'를 실시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업체는 2개월이 지나서야 재해방지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과정에서 인근 주택으로 토사가 쏟아지거나 낙석 위험이 있었지만 별도의 안전시설은 설치하지 않았다.
공사가 시작된 지 열흘 만에 돌이 튀어서 유리창이 깨지고, 주택 외벽이 무너져 내린 흙의 하중을 버티지 못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자 주택에 거주하고 있던 주민은 112와 군청에 다시 한번 민원을 제기했다.
경찰관과 군청 담당 공무원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위험을 확인했지만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주민이 직접 안전진단 전문기관에 의뢰해 가파른 공사지 경사를 따라 파쇄석과 비산물이 피해를 유발하고 있고, 시공업체에서 설치한 천막과 거푸집 등은 재해방지시설 기능과 구조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받았다. 점검결과를 군청에 제출했지만 이후에도 공사중지나 안전조치 이행 명령은 없었다.
피해 주민은 "집 바로 뒤에 가파른 경사가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노출돼 있는데 주택 공사 허가가 난 것부터 이상한 일"이라며 "재해방지 설치 공사를 한다고 해놓고 땅을 다지는 등 택지 조성을 위한 기반공사만 진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군청에서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민원을 제기한 지 4개월 이상이 지나서야 공사중단과 안전조치 시정 명령이 내려졌지만, 공사업체는 이후 현장을 방치하고 인근 다른 토지 공사만 진행했다. 군청 측은 시정명령이 내려진 특정지역 외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이를 방조했다.
최초 민원 제기 이후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에 대해 횡성군청 관계자는 "당시 공사를 멈출 정도의 위험성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며 "현재 내려진 시정명령 기한인 31일까지만 공사업체가 안전조치를 마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군청이 안전조치를 미룬 뒤 실제 피해가 발생하면서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최근 3년간 1억원 미만 초소규모 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으로 매년 100명이 넘는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가 위험을 알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규모가 작고 지방 지역일수록 '좋게좋게 넘어가자'는 인식이 크다"며 "소규모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는 이유"라고 전했다. 이어 "안전시설 설치는 최소한의 규정인데 이마저도 지키지 않은 현장에 대한 강력한 행정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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