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깜깜이 배당'을 없애고 기말 배당금을 인상해 주주 권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미래 전략과 관련해서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높이고 전기차의 현지 생산을 확대해 글로벌 전동화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3일 서울 양재 사옥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 절차 개선, 이사 정원 확대 등을 포함하는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대차는 '매 결산기말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주 또는 질권자에게 배당을 지급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정관 내용을 '이사회 결의로 배당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할 수 있고, 기준일은 2주 전 공고해야 한다'로 변경해 투자자가 배당액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은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한 뒤 다음 해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해 '깜깜이 배당'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배당 절차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기말 배당금을 작년 대비 50% 올린 6000원으로 책정하는 안건도 승인받았다. 주주 환원 강화를 위해 자사주 중 발행 주식 수의 1%에 해당하는 주식도 소각했다.
이사 정원은 기존 11명에서 13명으로 확대됐고, 이사보수 한도는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또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이 사내이사로, 장승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사외이사로 각각 선임됐다.
이날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전동화 톱 티어 브랜드 달성을 위해 SW 중심으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전환하고, 모빌리티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며 미래전략을 제시했다.
이어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 출시를 통해 전동화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며 "전기차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하고, 전동화가 시작되는 신흥시장에서도 지배력을 확대해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수소 생태계 이니셔티브 확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제조혁신 신기술 고도화를 비롯해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글로벌 협력체계 구축하고 기술투자로 미래사업도 준비하겠다"며 "사업 목표 달성의 근간이 되는 내부 조직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요 주주 발언으로는 "배당금 상향과 주식 소각을 통해 주주 환원 강화에 힘써주신 점 높이 평가한다", "현대차가 이사회 정원을 늘리는 것은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책임 경영을 당부한다", "전동화 전환 가속화, 품질 향상 등을 통해 올 한 해도 좋은 성과를 달성해 달라" 등이 있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현대자동차가 23일 서울 양재 사옥에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이 23일 서울 양재 사옥에서 진행된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