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국회 부결돼도 양보못할 정책 계속 추진해야… 법·원칙, 국민이 응원"

한미동맹 유지하며 목소리내는 '미들 파워 컨트리'연합 제안… 강대국도 귀기울일 것
공천 의식한 야권인사들 '이재명 지배정당'서 '결단내라' 쓴소리조차 못하니 모든게 막혀
총선 승리는 정권의 책임… 통치철학 잘 알리면 국민들 선거때 결국 집단지성 발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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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국회 부결돼도 양보못할 정책 계속 추진해야… 법·원칙, 국민이 응원"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국회에서 부결되도 양보 못할 정책은 계속 추진하고 또 추진하고 또 추진하라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현명한 국민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판단할 겁니다. (…) 나라가 어지러울 때도 선거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집단지성이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하려니 윤석열 대통령은 힘들 겁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말고 법치와 원칙에 따라 하면 됩니다."

윤 대통령은 15일 생중계로 진행된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을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는 의욕을 재차 밝혔다. 실행이 관건이지만 국민들과 소통하고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난 10월 비상민생경제회의 때보다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화물연대 파업에 원칙적으로 대응해 거둔 '승리' 직후였던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얼마 전 학술원 회원 등 국가 원로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유장희 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도 인터뷰에서 바로 이 추진력과 인내심, 자신감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위원장을 지낸 유장희 박사는 경제학계는 물론, 경제통상 및 외교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해온 원로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과 핵심 정책인 법인세 인하방안이 거야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에서 유 박사를 만나 정국 해법을 들었다.

한국협상학회 설립을 주도한 협상 전문가답게 유 박사는 여러가지 조언을 내놨다. 화물연대의 무리한 요구와 불법을 굴복시킨 법·원칙을 국정의 전 영역에서 관철하라고 조언했다. 유 박사는 "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계속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이해를 구하고 핵심 개혁과제에 대해 양보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니까 내후년 총선에서 표로 의사표현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삼일로 유 박사의 개인사무실에서 가졌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최근 잇따른 파업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수두룩합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는 그 자체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국내적으로 난제가 한두 개가 아니죠. 화물연대가 그런대로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한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정부의 공로라 하기 보다는 법대로 원칙대로 대응했기 때문에 화물연대도 제 자리로 돌라갈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정부의 공보다는 법치의 당연한 결과라는 말씀인가요.

"사실 업무에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제도는 일찍이 1997년에도 있었거든요. 보건복지 분야였지만요. 당시 전공의들이 파업해 전국의 병원들이 문을 닫게 생겼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봤기 때문에 한 번 발동을 해서 효과를 봤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2003년도에 노무현 정부 때 국토교통부가 그런 법을 제안해서 국회에서 통과됐어요. 그동안은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써먹지는 못했죠. 왜냐하면 청와대에서 '좋게 좋게 해라' '우리가 조금 양보하자' 맨날 이러다 보니까 그 법을 써먹을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에 '법치국가라면 있는 법을 활용해야 될 거 아니냐'는 통치권자의 결단이랄까, 용기가 있었다고 할까, 저는 이렇게 평가를 합니다."

-우리사회 개혁과제 중 하나가 노동시장개혁이고 핵심은 노사관계의 합리화인데요.

"이제 스토리의 끝이 아니고 노조 지도자들과 더 생산적인 차원에서 계속 대화를 해 나가면 좋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게 민주국가이고 선진 국가들이 일하는 방식이거든요."

-박사님은 경제의 상대적 약자 편에서 정부정책에 조언을 해오셨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하셨는데요.

"그렇습니다. 제가 서울대 총장을 하셨던 정운찬 1대 위원장 이후 갑작스레 위원장을 맡게 됐어요. 동반성장위가 그동안 한 일이 굉장히 많습니다. 대기업과 하청기업 간 이견과 갈등을 대화와 상호이익 관점에서 풀어가는 문화와 코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납품단가연동제를 야당이 도입하려고 하고 여당도 크게 반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기업들은 반시장적 제도라며 반대하고 있는데요.

"시장질서 원칙에는 조금 반한 면이 있지만, 상생문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는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접점을 찾아야 될 것 같습니다. 납품단가연동제 논의도 사실 말하자면, 임금협상과 성격과 방식이 비슷해요. 임금협상을 할 때 마음속으로는 한 5% 인상을 상정하지만 주장은 10%로 하잖아요. 그게 안 되면 파업한다고 위협도 하고요. 그렇게 질질 끌다가 극단적 대치가 생기고 서로 상처를 주고 원하는 것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납품단가 연동도 노조가 하는 식으로 하지 말고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하자는 거지요. 납품단가라는 거는 원자재를 얼마에 가져왔고 이자율은 얼마고 하는 것을 다 계산하면 합리적인 숫자가 나와요. 그 숫자를 가지고 얘기하자는 것이죠. 그런 합리적인 선에서 협상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우리는 협상의 문화나 테크닉이 좀 후진적인 것 같아요.

"맞습니다. 우리나라 협상법이 다른 나라와 조금 다릅니다. 우리나라 협상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무조건 서로 갈기고 보자는 태도로 시작하거든요. 처음부터 합리적이고 이해를 공유하면서 하면 좋은데, 일단은 투쟁적으로 나간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쓸데없이 시간을 많이 허비하고 중간 지점을 찾는데 굉장히 어려움을 겪습니다. 한국협상학회라는 게 있습니다. 25년이나 된 학회예요. 제가 초대 회장을 했고 지금도 명예회장으로 있는데, 여러 분야의 학자들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학회에서 산업계를 좀 교육하지 않습니까?

"협상에는 ABC가 있습니다. 반드시 절차가 있어요. 테이블에 앉기 전에 저쪽에서 누가 나오나, 그러면 이쪽에서 누가 나가야 되나, 또 협상 상대자에 대한 스터디를 며칠 동안 합니다. 그 사람의 경력과 과거 어디 가서 어떤 발언을 했고, 또 어떤 글을 썼는지 등을 샅샅이 알아봅니다. 이건 사찰이 아니고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한 절차입니다. 또한 그 사람의 성품과 성향, 철학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나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걸 안 해요. 대충 나오지요. 더 큰 문제는 사실 쌈닭이 나가고 또 나옵니다. 양쪽에 다 쌈닭이 나와 가지고 협상이 되겠습니까? 싸움이 되는 거지."

-우리가 협상의 노하우와 능력이 떨어지면 통상과 안보가 중요해지는 글로벌 시대에 불리하지 않습니까. 그 분야는 박사님께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오셨는데요.

"저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설립에 깊이 관여해 지금 제 몫을 해내는 연구원이 된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오늘 이런 기회가 주어져 얘기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 점을 좀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국내외적으로는 많은 복합적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위기는 기회다'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때일수록 우리 대한민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전 세계 시민을 향해 호소하고 실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저는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후 인플레이션과 전쟁 때문에 세계 시민들이 모두 침울해 있다고 봐요. 이런 때일수록 우리가 잘하고 있는 분야, 전 세계 시민들이 박수치고 있는 분야들을 찾아 우리가 리더십을 발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를 테면 K팝, K드라마, K클래식 등 문화예술에서부터 스포츠, 심지어 의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잘 하는 분야가 많거든요."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 과정은 극적이었습니다.

"세계 주요 언론들이 이변이 발생했다고 했잖아요. 세계가 코리아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코리아를 배우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그리고 한국어학당을 설치해 달라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세계 도처에 엄청 많습니다. BBB코리아(언어·문화 장벽 없이 소통하는 세상을 목표로 봉사와 상호 교류를 하는 세계적 NGO,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통역자원봉사 등도 한다)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제가 회장을 7년 동안 했는데 우리 단체의 능력 범위 안에서 (한국어학당을)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인도네시아에 만들었고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겁니다. 이러한 강점을 활용해 한국이야말로 평화와 자유, 인권, 삶의 가치를 중히 여기는 나라라는 걸 알리고 리더십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인이 지금 다 어려운 시기가 '코리아 브랜드'를 드높일 기회라는 말씀인가요.

"삶의 가치, 즐겁게 사는 쾌적한 생활, 그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창달하기 위해 '코리아가 앞장서겠노라, 우리하고 같이 하자' 그러는 겁니다. 각국에 나가 있는 대사가 뭐 하는 겁니까. 그런 걸 하라고 나가 있는 거 아닙니까.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정부가 앞장설 용의가 충분히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크게 돈 드는 일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얼마 전 어떤 회의에서 강조를 했습니다만, MPC 연합체를 제안합니다. 강대국이 아닌 '미들 파워 컨트리' 연합체를 만들자는 겁니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그리고 아세안 국가들이 여기에 해당하고 유럽으로 가면 네덜란드 스웨덴 이런 나라거든요."

-브릭스는 서방 7개국 중심의 G7에 대항하는 목적이 강했는데, MPC는 어떤 지향과 목적을 내세우지요.

"좀 추상적이지만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착한 세계, 서로 공존하는 세계' 이럴 세계를 만들어 나가자고 하는 겁니다. 강대국끼리 저렇게 싸우고 있는 틈바구니에서 우리라고 손 놓고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되겠느냐, 우리끼리라도 평화스럽고 자유스럽고 서로 번영하는 그런 세계를 만들어 나아가자는 겁니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가치를 담아 'MPC 서울 선언'을 채택하는 겁니다."

-미국과 중·러의 갈등, 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인해 유엔이나 IMF, WTO 등 범세계적인 국제기구가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추가 제재를 하는 것은 물론 규탄성명도 중국과 러시아에 막혀 유엔 안보리에서 좌절되지 않았습니까. 세계무역기구(WTO)도 미국이 그동안 자신들이 국익이 침해받아왔다는 생각으로 보이코트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WTO에는 DSB라는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가 있는데, 그 상부 기관에 '어필코트'가 있어요. 여기에 7명의 위원 정원이 차야 기능을 할 수 있는데 미국이 자기 몫의 2명을 임명하지 않아 결원이 생겨 작동을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범 세계적 거대 국제기구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태라서 MPC 같은 중견국가 모임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서 미국이나 중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에 목소리를 높이면 강대국들도 귀를 기울이지 않겠습니까."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 의해 사당화됐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국민들 마음속에는 저렇게 최측근들이 비리와 의혹으로 구속되는데 이재명 대표도 책임을 져야 되지 않나 하는 정도까지는 형성돼 있다고 봐요. 이 대표를 지지하는 국민들도 합리적 사고를 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봅니다. 이른바 '개딸'만 빼놓고는 말입니다. 제가 '왼쪽에 있는 인사들'하고도 대화를 많이 하거든요. 그렇다면 야당의 생존 자체를 위해서도 대표가 결단을 해야 되는데 그게 이제 안 되기 때문에 모든 게 이제 막혀 있는 거죠. 긴 눈으로 보면 민주당이라는 당이 얼마나 그야말로 악전고투를 거치면서 버텨온 정당입니까? 민주화를 달성하면서 여기까지 온 당 아닙니까? 신익희 선생부터 시작해 조병옥 선생의 역사를 보면 대단한 정당이거든요. 그런 당이 지금 너무 변했습니다. 정말 당 대표다운 대표가 이끌어줘야 되지 않겠나 하는 소망을 가진 국민들이 많을 거예요."

-민주당의 변화는 24년 총선 전까진 기대할 수 없을까요.

"야권 인사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갈 것이냐'(이재명 대표에게 쓴소리와 충언을 하느냐) 하는 맥락에서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재명 대표한테 결단을 내리라는 말을 아무도 못한다는 것이죠. 이재명 대표가 거의 지배하고 있는 당에서 내후년 공천을 못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국가와 국민과 민생, 이런 게 아니고 정쟁과 정략, 상대방 때리기만 머리 속에 있습니다."

-요즘 '결국은 정치가 문제다'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정치 선진화는 요원한 겁니까.

"정치학자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해요. 우리나라 정치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북한이라는 엄청난 위협적인 존재를 머리에 이고 있는데, 우리 속에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존재하는 한 그 사람들도 계속 존재할 거 아니겠느냐, 그래서 그들이 똘똘 뭉쳐서 여기저기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여러 가지 위험한 짓을 하고 그런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대한민국 번영이 달갑지 않거든요. 옛날 같으면, 군부 독재시절에는 꽉 틀어쥐고 삼천교육대라도 보내고 그러겠지만 이제는 그게 안 되잖아요. 그게 우리의 한계고 북한이 존재하는 한 그건 계속될 거라는 겁니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1년 4개월이나 남았습니다.

"저는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정권의 책임라고 봅니다. 정책과 통치철학을 국민한테 알려 발표하고 국회에서 부결나면 또 발표하고요. 결국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야당이 정부가 일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럼 내후년 총선에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흥분하고 어떤 때는 좀 비이성적인 것 같아도, 선거 결과를 보면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세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로는 안심할 수 없는데요.

"저는 윤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렇게 자꾸 말하라고 하고 싶어요. 그게 쌓이면 2024년에는 총선에서 승리하지 않겠나, 그러면 그때부터 (지지율이) 오를 일밖에 안 남았다고요. 2024년까지는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국회가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점을 부각하면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기 때문에 미리 속에 입력해 놨다가 투표장에서 표현을 할 거라고 봅니다. 이번에 파업에 원칙대로 대응한 것처럼 법치주의를 확고히 하면 되지 않느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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