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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여의도 문법` 과잉… 육하원칙·상식 파묻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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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직후부터 '답정너' 공세 계속, 제2세월호化
"장관 파면"부터 던져…앞서간 '내각부수기'
진상규명 보탬커녕 음모론에 특권자 행세만
막말, 희생자 신상요구, 국조 강행…수사방해 수준
무책임 정략말고 육하원칙부터…국민에 예의
[한기호의 정치박박] `여의도 문법` 과잉… 육하원칙·상식 파묻지 말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 11월9일 오후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른바 '여의도 문법' 과잉시대가 도래했다. 실체가 모호한 정치적 언어, 오로내 '내 편 네 편' 잣대로 팩트와 육하원칙을 압살하려 드는 정치권 행태를 그렇게 본다. 기폭제는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인파 압사 참사다. 참사 경위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참사 바로 다음날부터 청와대 개방 이전, 대통령 출퇴근 경호를 탓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원인이라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식 주장을 펴는 야당 인사가 나왔다. 돌출발언인줄 알았더니 하루 만에 당 지도부 입장으로 번졌다.

이조차 신호탄에 불과했다. 계산기 두드리기가 끝났는지 참사가 '왜' 일어났나 궁금해하는 국민을 등지고 진흙탕싸움으로 몰고 갔다. 참사 다음날 "지옥 같은 안전사고"라며 "정부와 모든 단체, 기업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던 여당 대선주자급 정치인은 이튿날 감정이입성 글귀를 앞세워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요구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는 곧바로 "이미 여당 내에서도 파면 목소리 나올 정도"라고 받아 옮겼다. 흡사 콤비플레이다. 국무총리 경질론까지 이어졌으니 '내각 부수기'가 진상파악을 앞서갔다.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일 실종자 가족이 모인 현장을 한참 지키다가 컵라면 하나 먹는 사진이 찍혔단 이유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부터 경질하던 그 방식이 이들에겐 '모범'으로 각인된 것인지.

물론 수습 초기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다"고 면피 발언부터 꺼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원인제공을 했다. 윤 대통령이 참사 발생을 행안부 장관보다 먼저 알고, 경찰 수뇌부가 장관보다 더 늦게 알았다는 '역순 보고' 촌극까지 사후 드러나 책임이 가중됐고, 국민이 잊을 수도 없다.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는 말이 판판이 깨지고 있는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마찬가지다. 관할·지휘책임 '정산'은 미룬다고 없어질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지휘 아래 총 514명 '매머드급' 특별수사본부의 대대적인 강제수사가 진행 중이다. 참사 발생까지 현장관리에 손 놓고 대통령실의 연락조차 제대로 받지 않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약 4시간 계속된 10여건 '압사 우려' 112 신고에도 부실대응한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의 행적 등 밝혀져야 할 실무책임도 남아 있다. 용산서 정보과 내 '핼러윈 인파 위험 경고' 보고서가 사후 삭제된 의혹이 윗선 어디까지 향할지도 국민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상적이진 않지만, 국민 알 권리를 위한 수단은 작동되고 있다. 정략(政略)이 끼어들 순간이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 경호를 전담하는 경비단을 이태원에 배치 안 한 게 잘못이라느니, 마약단속 사법경찰 79명 투입과 기동대 미배치를 연결지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마약과의 전쟁 탓'이라느니 비현실적 가정을 앞세운 공격은 계속됐다. 후자는 경찰 출신이면서 마약 수사 강화가 불만인 듯한 황운하 민주당 의원과 공영방송에서 노골적 당파성을 보이는 김어준씨가 주체이니 "직업적 음모론자" 소리를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종합정책질의에서 한동훈 장관이 이처럼 "직업적 음모론자"를 지목하자, 더불어민주당 측은 "동료 의원을 '정치적 음모론자'라고 평가하는 국무위원의 발언이 경악스럽다"며 "신성한 국회" 모욕이라며 사과 요구를 쏟아냈다. 한 여당 의원도 가세했다. 임명직이든 선출직이든 '말 같지 않은' 말을 한다면 비판 대상인데, 언제적 특권의식인가. 한 장관은 10일 "저질 음모론을 국민에게 던져 국민을 현혹시키는 걸 보고도 진흙 묻을까 봐 몸 사리는 게 공직자의 품위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공격을 위한 공격은 끝도 없다. 지난 8일 국회 운영위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0년 신군부가 군대를 동원해 광주에서 양민을 학살한 것처럼 박근혜 정부는 학생들을 세월호에서 수장(水葬)시키더니,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을 사지에 좁은 골목으로 몰아넣고 '떼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계엄선포를 양민학살로 직결시킨 건 일종의 수사(修辭)로 볼 수도 있지만, 해상교통사고와 인파 압사 가해자가 보수정권이란 건 사실관계를 좌지우지하려는 오만으로 비친다.

불의의 사고 희생자들을 두고 동물 폐사에나 쓰일 법한 '떼죽음'을 운운한 점은 국민을 우습게 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5·18 계엄군을 최악의 선례로 들자마자 "공포탄이라도 쏴서 길을 내든지" 했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엔 어안이 벙벙해졌다. 사람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고, 현장 경찰관의 애타는 외침도 소용없던 이태원 13만 인파에 공포탄 총성부터 들렸으면 참사자가 156명은 가뿐히 넘었을 것이다. "권력 핵심과 근간이 병들지 않고서야 몰살을 그냥 방치할 수 있나"라는 비약까지. 이후 사과 한마디도 없다.

지난 7일엔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문진석 의원이 당 싱크탱크 인사로부터 받은 문자가 포착됐다. 이태원 희생자 명단·신상·영정으로 "언론 전체면을 채웠어야 한다"며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확보해 발표, 추모공간을 만들자는 요구가 담겼다. '개인 의견'이라더니 이재명 당대표가 9일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단 얘기를 다시 촛불 들고 해야겠냐"며 공식화했다. 애초 신상 공개는 유족의 권리인데, 정부가 '숨겼다'면서 세월호와 정권퇴진을 끌어들였다. 애도기간 지정은 "강요"라던 진영만의 추모공간은 무엇을 위하나.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은 181석을 앞세워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요구서를 보고했고, 오는 24일 표결 강행할 태세다. 수사 은폐·축소 정황을 포착한 것도 아닌데 희한하다. 국감국조법 제8조는 '감사 또는 조사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訴追)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 사법처리에도 특검과 검찰수사 결과물이 결정적이었지, 국조특위는 증인 망신주기와 희화화 이벤트에 그쳤던 기억만 난다.

뿐만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이 선물한 풍산개들이 퇴임 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더라도 데려다 키울 수 있는 관련 시행령 개정을 해놓고도, 월 250만원 상당으로 요구했던 '관리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실상 파양해놓고 사실관계 무마에 급급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해외순방 직전 MBC를 편파·왜곡보도 주체로 지목하며 공군1호기 '동승 불허'를 통보했는데, 정작 미국 방문 당시 비속어 논란의 실체나 최근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 메모 경위는 육하원칙에 해명하지 않은 채로다.

전용기 탑승 거부를 '취재 거부'로 규정, '반민주·반헌법적 언론탄압'을 외치며 MBC를 무조건 비호하는 쪽도 상식이하 보도행태나 전임 정권의 더 심한 반언론 역사에 침묵하는 등 대응수준이 낮은 건 마찬가지다. 이 와중 민주당 대변인은 주한EU대사가 당대표와 면담 중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브리핑했다가 '진짜 외교참사'를 불러놓고 태연히 정치공세 대열에 복귀한다.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라던 윤 대통령도, 최근 참모들에게 "지금은 국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번 사태의 원인과 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그런 뒤 필요하다면 정무적 책임도 따지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는 정치문법에 혈안돼 '누가·언제·무엇을·어디서·어떻게·왜'를 파묻고 국민 눈귀를 가리는 건 그만했으면 한다. 육하원칙부터 지키는 게 국민 알 권리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길이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기호의 정치박박] `여의도 문법` 과잉… 육하원칙·상식 파묻지 말라
지난 11월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부원장인 이모씨로부터 받은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를 읽고 있다.<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 제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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