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韓, 가해-피해 프레임 벗어나 위축돼가는 日 이끈다는 담대함 필요"

韓日관계 한번에 개선될 사안아냐… 2년9개월만에 정상회의 자체가 성과
尹정부 적극적인 관계개선 노력… 日정부도 과거와 달리 유연한 모습보여
日, 中 압박·고령화에 위축… 국제위상 높아진 우리가 품격적으로 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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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韓, 가해-피해 프레임 벗어나 위축돼가는 日 이끈다는 담대함 필요"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고견을 듣는다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일관계가 해빙으로 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굴종적'이라는 비난까지 받아가며 한일 우호관계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완고한 입장이던 일본도 바뀌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5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윤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수천 년의 한일관계는 서로 싸우고 갈등한 시기보다 교류·협력한 시기가 압도적으로 길다. 사이가 좋을 때는 양쪽 모두 득을 보았다. 지난 5년의 암흑기를 지나 이제 상생의 문턱에 선 한일관계의 전도를 알아보기 위해 한일관계 및 동아시아 세력균형에 정통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에게 고견을 들었다.

박 교수는 "한일관계는 한 번도 고속도로를 달린 적이 없고 자갈길 같아서 정비도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생각보다 속도는 늦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관계"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고 기시다 총리도 그런 생각이어서 잘 풀려나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징용공 문제가 당면 현안인인데 윤 정부 들어와서 지속적인 노력으로 일본정부의 입장도 바뀌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일본 정부가 얘기하는 거하고 일본 정치인이 얘기하는 건 좀 구분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며 "최근 일본 정부 공식 발언에서 '국제법을 위반했다' '한국이 모든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 이런 말이 사라졌다"고 했다.

박 교수는 한일관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시각 교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요구할 순 있지만, 피해자도 품격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과거사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순 없다"며 "미래를 향한 좀 더 폭넓고 담대한 식견을 가져야 된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본사 대회의실에서 가졌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뉴욕 한일 정상회담은 2년 9개월만의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굴욕적이었다고 폄하하는데요.

"저는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너무 반일 기조가 강했습니다. 반일 기조도 문제지만 그런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풀기보다는 악화시키거나 방치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소위 부(負)의 유산을 너무 많이 받은 거죠. 문재인 정부가 무슨 좋은 걸 물려준 게 아니라 그냥 숙제를 잔뜩 만들어 가지고 휙 던진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실 윤석열 정부가 그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들을 지금 하고 있는 거고요."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인 행보 가운데 한일관계 복원 만큼은 확실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거 같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된다는 것을 윤 대통령 본인이 자각하고 있고, 기시다 총리도 그런 생각인데, 양쪽 모두 정치적으로 지금 어려우니까 여론 추이를 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뒤에서 한일 관계가 좋아야 된다고 얘기를 계속 해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방치해 둘 수는 없을 겁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가야 된다'라고 하는 인식이 확실하기 때문에 관계 복원 쪽으로 갈 겁니다. 사실 한일관계는 한 번도 고속도로를 달린 적이 없거든요. 자갈길 같아서 좀 정비도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생각보다 속도는 늦겠지만 앞으로는 계속 잘 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방향성은 그렇게 잡고 있더라도 직선으로 쭉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나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시다 총리도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계속 건설적 논의를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는 일본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저는 윤 대통령이 적극 정상회담을 하려고 하고 한일관계를 풀어가려고 하는데 대해 야당이 비판하는 걸 보고 조선시대의 예송논쟁을 생각했습니다. 아니 지금 본질을 가지고 얘기를 해야지 본질이 아니고 그때 손을 왼쪽으로 잡았냐 오른쪽으로 잡았냐 누가 먼저 찾아가서 인사했냐 이런 것은 부수적인 것이고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거의 예송논쟁이라고 봅니다. 국가를 위해서 실사구시 외교를 한 거냐 아니냐, 내용을 보고 우리 국익에 맞냐 맞지 않느냐 비판을 한다면 충분히 수용이 가능하지만요. 굴욕이라고 하는 것은 본인들이 그렇게 해석을 하는 것 뿐이죠. 저는 우선 한일 양 정상이 2년 9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 하고 대면 회의를 했다는 것 자체도 큰 성과고 앞으로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 첫 매듭을 잘 지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한일 관계라고 하는 게 우선 국민 감정도 있고 여러 가지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의 얘기도 있지만, 결국은 대통령하고 총리의 신뢰 관계 없이는 절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 거거든요."

-정상간 대화의 물꼬를 튼 것 자체가 성과란 말씀이지요.

"그렇습니다. 한 번에 그냥 뿌리를 뽑듯이 그렇게 될 수는 없는 거고 같이 대화를 하면서 한일 관계는 서서히 개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신뢰감과 관계정상화의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서로한테 가장 중요하고, 그런 측면에서는 다른 사람의 중재 없이 둘이 만나서 얘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북핵 대응, 패권화 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은 한 배를 탔다고 볼 수 있겠지요?

"지금 급박한 국제 정세를 볼 때 그렇습니다. 북한은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며 핵실험을 내일 할 거냐 모레 할 거냐 하는 상황입니다. 러시아는 동원령을 내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세계경제가 더 흔들릴 거고요. 중국도 당대회 앞두고 조금 조심하고 있지만 시진핑이 3연임 이후에는 굉장히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상황에서 한·일이 협력을 안 하면 잃을 게 너무 많아요. 그런 국제 정세를 감안해 현안을 풀어가야 하니까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비난할 수 없지요."

-마침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막혔던 한일간 왕래 루트가 속속 풀리고 있습니다.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 셔틀이 이제 재개가 됐고 무비자 입국도 회복됐습니다.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한일 관계를 논할 때 각각 국내 정치적 구도를 변수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입장에서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일본 국내의 혐한 감정이 없지 않으니까요. 또 지금 지지율이 20%대로 낮기 때문에 눈치를 안 볼 수 없지요. 일본과 한국이 둘 다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정상회담을 수용한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일관계는 두 바퀴 동력이 같이 굴러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정상간 또 당국자들간 정부를 중심으로 움직여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들이 서로 이해를 하고 같이 지내야 되겠다고 하는 그런 정서적인 부분입니다. 정부하고 국민이라는 양쪽 바퀴가 같이 굴러가야지 이게 정상적으로 가는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김포-하네다 노선도 다시 회복되고 무비자 입국이 복원되니 긍정적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예, 일본 가는 항공권이 동이 났다고 합니다.

"국민 교류가 활성화 되면 '역시 다른 나라보다 일본이 우리한테는 편한 나라구나', '이렇게 편한 나라인데 서로 같이 잘 지내야지'라고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정부도 움직이기 쉬워지죠. 그런 측면에서 지금 양 바퀴가 잘 굴러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한일 당국자 간 대화들이 덜컹거리는 것 같지만 잘 굴러가고 있다고 봅니다. 한일관계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 입장에서는 좀 빨리 하지, 늦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시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정책협의를 하러 갔다가 왔지만 그때부터 김포-하네다 셔틀 복원을 논의한 거거든요. PCR검사 없애자, 무비자 복원하자 이게 단계적으로 전부 다 이행이 되고 있어요. 늦는 게 아닙니다. 눈에 띄는 가시적인 변화가 일어나 국민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관계 정상화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한일관계에서 당면 최대 현안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인데요.

"쉽지 않은 과제죠. 왜냐하면 여러가지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관여돼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의 입장도 많이 바뀌었고 일본의 입장도 좀 바뀌었다는 점을 알아야 해요. 우리의 입장이 가장 바뀐 것은, 현안을 그냥 방치하고 악화되도록 눈 감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문제를 내버려 둬서는 한일 관계가 개선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실히 한 겁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서든지 풀어야 되겠다는 의지가 상당히 강합니다. 구체적으로 민관협의회를 구성한다든지, 대법원에 정부가 의견서를 낸다든지, 장관이 직접 피해자를 찾아간다든지, 또 일본 정부하고 계속 협의를 추진하고 있거든요.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볼 수 있을까'라고 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고 그런 사실은 일본에게도 분명히 각인이 됐습니다."

-이러한 한국정부의 달라진 자세를 일본도 인정하고 있나요.

"일본이 안 바뀌었다고 하는데, 상당히 바뀌었어요. 우리가 이제 조심해야 될 건 일본 정부가 얘기하는 거하고 일본 정치인이 얘기하는 건 좀 구분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한테는 (일본 정치권으로부터) 자꾸 거친 말들이 들려오는데 일본 정부는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우선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국제법을 위반했다' '한국이 모든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라' 이런 말이 사라졌습니다."

-상당한 진전입니다. 일본 정부도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봐도 되겠지요

"한국을 압박하면서 '우리는 할 게 없으니까 너희들이 전부 다 풀어라' 이런 자세는 아니라는 겁니다. 전에는 '우리는 아무것도 할 게 없고 너희들이 다 해결하라'는 거였는데, 이제 '그런 얘기는 더 이상 안 할 테니 대신 한국이 좀 더 나서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좀 풀어달라. 그러면 일본도 거기에 호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좀 유연해진 거죠. 그래서 저는 한국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가려고 한다면 일본도 어떤 형태로든 어느 시점에서든 협력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문재인 정부하고는 얘기도 안 하려고 했거든요. 얘기해 봐야 결국은 진전되는 게 없고, 돌아서면 딴소리 하고, 뒤통수 치고 그렇게 하니까요. 그래서 새 정부로 바뀌는 걸 내심 기대했는데, 이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겁니다."

-징용공 문제 외에도 지금은 수면 밑으로 잠복한 상태지만 위안부 문제도 걸려있거든요.

"지난 4월 정책협의단이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를 만났을 때 기시다 총리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본인이 2015년 12월 외상으로서 위안부 합의를 한 장본인인데 이거 무너지는 거 보고 정말 좀 가슴이 아팠다고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한일관계에서 처음으로 한 일이 위안부합의 파기였어요. 물론 나중에 다시 위안부 합의를 인정한다고 했지만요. 결국 전임 대통령도 다시 합의를 인정한다고 했고, 윤 정부도 위안부 합의는 공식 합의였다는 걸 인정한다고 했기 때문에 위안부 합의의 기본적인 정신과 취지를 살린다면 그것은 큰 논란 없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만약 위안부 할머니들과 관련된 정의연(정의기억연대,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의원이 횡령 등 혐의로 재판 중)이나 이런 데서 다른 것을 또 걸 수는 있겠지만 정의연이 이미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으니까 위안부 할머니들을 대신할 순 없겠죠."



-교수님은 한일 정치권을 비교하며 정치적 동력은 한국이 더 강하니 한국이 새로운 한일관계를 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씀한 바 있는데요.

"우선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굉장히 올라갔잖아요. 그런데 그 부분을 망각하고 '왜 당신 앞에만 서면 난 작아지는가'라는 노래처럼 자꾸 작아지는지 모르겠어요. 일본 앞에만 서면 이상해져요. 피해자고 약자라는 생각만 해요. 지금 젊은 2030세대, MZ세대에게 물어보세요, 그렇게 생각하나.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일본하고 한국은 동등한 민주주의 국가이고 그냥 비슷한 나라에 사는 청년들이에요. 물론 혹자는 '가해자는 가해자의 책임을 통감해야 된다'고 그럽니다. 그런데 피해자도 품격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본에 '사과해라 반성해라 보상하라' 계속 말하는데, 그럼 우리가 역사문제를 죽을 때까지 계속 끌고 갈 거냐, 100년 1000년 끌고 갈 거냐,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렇게 따지면 미국하고 일본이 가장 격렬하게 싸워야죠. 전쟁을 하며 서로 죽인 나라 아닙니까. 그런데 두 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가까운 동맹국이 됐어요."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미국이라고 일본에 대해 불만이 없었겠습니까. 그 거꾸로도 마찬가지고요. 세계 정세를 보아가면서 어느 나라하고 가까워야 되는지, 어느 나라를 경계해야 되는지 생각하며 정확하게 판단을 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죠. 좀 넓은 시야에서 국제관계를 봐야 하는데 우리는 너무 한반도에 꽉 잡혀 있어요."

-북핵 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그런 넓은 시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북한 핵문제가 우리한테 엄청 중요하죠. 그런데 북한에만 매몰돼 가지고 국제사회 전체가 변하는 걸 보지 못한다면 해법은 좁은 데서 찾을 수밖에 없어요. 그것이 문재인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한반도중심주의' '북한중심주의'라고 합니다. 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과거사 중심주의이고요. 우물안 개구리 자세이지요. 물론 과거사는 덮을 수도 없고 잊을 수도 없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죠. 그런데 과거사에만 매달려 있으면, 아니 미래 세대들이 먹고 사는 건 어떻게 할 거예요?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 과거사를 어떻게 처리해 나갈 건가 하는 관점이 있어야 합니다. 좀 더 폭넓은 식견을 가져야 합니다. 한일협력은 북핵 문제를 푸는데 한미협력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한국도 이제 그런 담대한 생각을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한국이 국격도 많이 높아지고 경제력도 좋아졌고 문화력도 커졌잖아요. 이걸 우리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일본하고는 무엇을 같이 갈 수 있는지, 미국하고는 무슨 일을 할 수 있고, 캐나다하고는 뭘 할 수 있고, 또 중국하고는 뭘 할 수 있는지 생각을 좀 하자는 겁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은 천장만 쳐다보지 말고요. 그 천장이 세상의 다인 것처럼 해석하는 방식은 한국의 품격에 맞지 않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그런 나라의 단계는 지났다는 겁니다. 맨날 못 사는 애들처럼 일본 보고 돈 내라고 할 게 아니라, 잘못한 거 있으면 제대로 사과하라고만 얘기해도 돼요. "

-2030과 미래세대는 그런 생각이 점점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까도 말씀했지만 사실은 우리 젊은 세대들이 이미 바뀌고 있어요. 자신감이죠. 그들은 우리가 일본하고 동등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PPP(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지금 거의 앞서고 있고요. 일본의 생활 수준을 보면 한국하고 일본이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국민들이 다들 여행해보아 알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좀 국격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피해자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 좀 품격을 지키자는 겁니다. 우리가 돈이 없어서 일본한테 돈 달라고 그러는 건 아니잖아요. 이미 30년 전에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철저하게 반성해야 하지만 돈은 우리가 낸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바뀌어갈 조짐인데, 이제 거꾸로 일본이 과거에 여유 있던 태도에서 최근 들어 굉장히 경직된 태도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본 친구들한테 과거사는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너희들이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사 직시해라' 그럽니다. 그런데 역사에 대해서 좀더 겸허해져야 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집니다. 위안부를 일제 헌병이 전부 다 머리채 잡아 트럭에 태워서 끌고 간 게 사실인지 체크해 봐야 돼요. 영화를 보며 그게 다 사실이라고 국민들이 믿어요. 그러나 역사는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도 일본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 입장에서 사과할 부분은 사과하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고 되풀이 한다면 대국으로서 역량과 책임이 없다고 당당히 지적하면 되는 거고요. 일본이 자신들의 국격에 맞지 않게 행동한다면, 그건 강해진 한국을 대하며 조바심을 갖고 좀 위기의식을 가져서일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인들이 자신감을 잃고 있는 건 맞아요. 중국한테 밀릴 것 같다는 조바심도 있고요. 점점 고령화되고 있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불안감이 드니까 자꾸 민족주의를 통해서 사람들을 결속시키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등한시 하고 일본을 경원시 하면서 일본은 한국이 친중으로 돌아섰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일본의 국가 전략에 대해 책을 쓰고 있는데, 일본의 국가 전략을 볼 때 지금은 너무 해양 민주주의 국가들하고 연대를 강화해 대륙의 권위주의적 국가들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입니다. 권위주의 세력이 팽창하는 걸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굉장히 냉전적인 사고 방식인데요, 틀린 건 아닙니다. 다만, 중간지대에 있는 국가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거냐는 전략이 있어야 돼요. 일본이 한국을 보면 '저 사람들 중국 팬 아닌가, 북한하고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라고 걱정할 만했지요. 그렇다면 걱정만 말고 자기들이 흡인력을 발동해 한국을 자기 진영으로 이끄려는 노력을 했어야지요. 일본은 그런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당당한 외교를 하자는 거 아닙니까. 중국과 북한에 끌려가거나 눈치 보지 말고 일본에 대해서도 일본이 못하는 담대함을 갖자는 거지요."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진하면서 인플레감축법(IRA)을 통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전기차를 차별하는 등 자신이 주도하는 국제무역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듯한 길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충실히 미국에 협조했는데 돌아온 것은 차별입니다. 그래서 한미동맹까지 의심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일시적 독단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미국이 트럼피즘 이상의 자국중심주의를 국가전략으로 삼은 것인지 걱정입니다.

"현재 각종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한국의 우려를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미국도 법률을 만들 때 공정해야 되잖아요. 한국한테 투자하라고 하고 돈은 다 받아놓고서 한국에 불이익을 준다면 삼성, 현대, SK, LG가 왜 그렇게 투자를 해야 하나요? 사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에 중간선거가 있으니까 러스트벨트(미국 중서부 공업지대)를 잡고 싶은 거예요. 자동차산업과 철강 이런 산업 종사자를 좀 잡아야 되겠다 생각한 겁니다. 미국 상하 의원들이 법이 좀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시정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11월 좀 지나서 모종의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여기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도 '한국 우선주의'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익을 손상시켜가면서까지 미국하고 협력할 이유는 없죠. 그래야 미국도 우리를 존중해줄 겁니다."

-국제관계에서 상호이익은 교류의 양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한일 정부는 청년세대 교류 등 양국간 문화, 학술, 경제 교류 확대에 동의했습니다.

"되로록이면 인적 문화적 교류의 장벽을 계속 낮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나라가 할 일이에요. 개개인이 풀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교류가 대규모로 일어나고 앞으로 새로 열어갈 수 있는 영역을 크게 만들어주기 위해 저는 10만 양병설이 아니라 10만 교류설을 제기합니다. 10만 교류 계획을 세워서 해야 된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같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시장경제 시스템도 서로 잘 알고, 서로 뭘 존중해야 되는지 알거든요. 특히 젊은이들은 서로 너무 잘 알아요. 기성 정치인들이 자꾸 과거사 불러가지고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길을 막는 거죠. 저는 정치인들이 저한테 '한일 관계를 위해서 무엇을 했으면 좋겠습니까?' 물으면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그래요."

-기성 정치인들이 한꺼플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가 들어서면 한일관계도 더 나아질 것으로 보십니까.

"방해만 하지 않으시면 한일 관계는 잘 풀립니다. 한국이나 일본 공히 정치인들은 자꾸 한일 관계가 잘 풀려나가는 걸 방해하는 측면이 있어요. 자기 이익을 위해서 사진 찍히고 이러는 게 중요하지 한일 관계를 진정으로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봐요. 그래서 기성세대는 '액션'을 할 게 아니라 '논 액션'이 필요하다고, 좀 자제 하라고,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 말고 하고 싶은 말도 참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번에 한일정상회담이 재개됐으니 앞으로 상호 방문 셔틀 정상회담도 가능하겠지요?

"하다가 중단됐는데, 저는 이번에 정상회담 한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자회담에서도 만날 거고요. 한국하고 일본은 2시간이면 날아가는데 약속 시간만 잡으면 아침에 가서 얘기하고 밥 먹고 저녁에 돌아오면 돼요. 아까도 말씀 드렸다시시피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고 교류가 쌓일수록 한일관계 우호의 길은 넓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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