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12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행복이음) 사업을 두고 참여 기업들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달 6일 개통된 시스템에서 각종 문제와 오류가 불거지면서 책임공방을 빚고 있는 것이다.
행복이음 사업은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보육 등 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120여 개 복지사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것으로, 복지부는 2020년 3월 LG CNS-한국정보기술-브이티더블유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사회보장시스템은 관련 제도가 수시로 바뀌고 여러 기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경험 있는 기업들도 수행에 어려움이 많은 사업으로 꼽힌다. 한국정보기술과 브이티더블유는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기업들이다. 복잡한 제도와 절차에 맞춰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다 보니 기존 사업 경험과 시스템 구축·운영 노하우가 사업자 선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복지부는 행복이음 사업에 2020년부터 5년간 총 3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지난 6일 개통 직후 오류가 발생했다. 그에 앞서 진행한 사전점검에서도 문제가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18일까지 공무원용 복지시스템 '행복이음'과 복지시설용 '희망이음' 시험운용 결과 결함 2819건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85%의 결함은 처리됐지만, 실직 등으로 갑작스러운 위기에 처한 가구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긴급복지'의 경우 24건의 결함이 발견됐고, 36%인 9건은 개선되지 않은 채 미처리 상태로 남았다.
복지부는 개통 1주일 전 이런 내용을 보고받고도 일부만 개선한 채 일정대로 시스템을 개통해 현장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복지부는 오류가 대부분 해결됐고, 업무 처리가 지연될 경우에는 선제 지급도 가능하도록 안내했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시스템 개통일인 지난 6일부터 22일까지 접수된 오류 신고는 6만1401건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8, 29일 주 사업자인 LG CNS가 문제 해결을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이 사업은 지자체 공무원용 '행복이음',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용 '희망이음', 대국민 서비스인 '복지로'로 구성돼 있고, 한국정보기술이 행복이음, 브이티더블유는 희망이음을 맡았는데 이 두 개 시스템에서 접속장애가 일어나 LG CNS가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
이 사업은 3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고, 컨소시엄사가 독립적으로 각각의 시스템에 대해 책임을 갖고 구축해야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자 LG CNS가 자체 인력을 투입해 지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기업들은 LG CNS가 주사업자로 수행한 사업이고, 주사업자는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데, 마치 구원투수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미리애 브이티더블유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LG CNS가 주사업자로 수행한 사업으로, 시스템 개통 후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마치 총대를 메고 구원투수인 양 언론에 도배질을 하며 함께 사업을 수행한 중소기업을 향해 일말의 동지애도 없이 무참히 난사를 했다"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LG CNS는 주사업자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했는지 묻고 싶다. 데이터 전환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짚어봐야 할 것"이라며 "LG CNS는 사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성실하게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함께 한 중소기업들에게 사과하고 끝까지 사업완수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LG CNS 측은 "고객사인 복지부에 문의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