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묻는다] "K특허, 기술한류 확산 견인… 日 제치고 세계 3위 출원대국 도약"

한국, 지식재산 선진국… 개발도상국 롤모델 자긍심 커
심판관 1명당 처리건수 206건, 美·中·日·EU보다 많아
심사 본연업무 전념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 개선 노력
기술패권 시대… 원천·핵심특허 확보로 지재권 흑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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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묻는다] "K특허, 기술한류 확산 견인… 日 제치고 세계 3위 출원대국 도약"
특허청 제공

데스크가 묻는다

이인실 특허청장


37년 간의 변리사 생활에 잠시 쉼표를 찍고, 정책 수요자에서 정책 공급자로 역할을 바꿨다. 특허청 설립 73년 만에 첫 민간 출신이자 여성 청장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지 120일이 지났다. 변리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부터 국내 지식재산 분야 발전을 위해 30년 넘게 왕성한 활동을 해 온 만큼 그에게 거는 각계의 기대가 크다.

지난 23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특허청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이인실 특허청장은 지식재산의 주요 고객인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체감할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이면서 혁신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특허청 본연의 업무인 심사·심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에 집중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청장은 인터뷰 내내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지식재산 주무 부처의 수장으로서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실현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대담=안경애 ICT과학부장

이 청장은 "지식재산은 국가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만큼 이를 바탕으로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심사관과 심판관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보다 전문성 있고 효율적으로 심사·심판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세계 3위 특허출원 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특허출원량은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이 청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특허출원이 1% 늘면 1인당 GDP(국가총생산)가 0.8% 성장했는데, 특허출원량이 세계 3위로 올라서면 그만큼 경제가 더 성장해 일본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특허출원 확대를 위해 심사관을 늘려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그는 "연구자와 기업들이 특허를 보다 많이 출원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 가치평가와 직무발명을 활성화해 선순환 지식재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내부적으로는 심사관 한 분, 한 분을 진심으로 지원하는 청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첫 변리사 출신 여성 청장…글로벌 무대서 '데뷔'=이 청장은 지난 5월 31일 취임하자마자 선진 5개국 특허청 협의체(IP5)에서 공식 데뷔했다. IP5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한국 등 5개국으로 구성된 협의체로, 5개 나라는 전 세계 특허출원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글로벌 지식재산 무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청장은 "취임한 지 8일 후였는데, 각국 특허청장과 영상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고 회의를 하면서 지식재산 분야에서 세계 4위인 우리나라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3차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회원국 총회'에 우리나라를 대표해 참석해 활발한 지식재산 외교 활동을 펼쳤다.

총회에서 멕시코, 싱가포르, 호주, 프랑스 등 12개 특허청과 연쇄회담을 갖고 지식재산 분야 글로벌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우리의 지식재산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했다.

그는 "IP5와 WIPO 총회 참석을 통해 우리나라가 지식재산 선진국이면서 개도국들의 롤 모델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 커다란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특허청 조직이 고유 업무인 심사·심판과 함께 지식재산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세계 유일한 나라로 꼽힌다. 특허청은 UAE(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특허심사 업무를 대행하는 등 'K-특허행정'의 한류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 청장은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총 20명의 우리 특허 심사관을 파견해 특허심사를 수행했다"면서 "현지 사우디 심사관 교육을 위한 교재 제작을 의뢰 받을 정도로 우리의 심사 행정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식재산 기반 역동적 경제성장' 견인=이 청장은 지난 8월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역동적 경제 실현을 위한 지식재산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특허출원 세계 3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이자 새 정부에서 특허청이 추진하는 정책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특허청은 기술패권 시대에서 지식재산으로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데 정책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 집중근무시간 도입, 심사인력 증원, 선행기술조사사업 확대 등 심사업무 내실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청장은 "지식재산은 선진국의 여러 실증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 성장 잠재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열쇠이자 원동력으로, 기술패권 시대에 국가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지식재산 기반을 단단히 해 글로벌 복합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역동적 경제성장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허청은 지식재산 창출·활용·보호 전 영역에 걸쳐 우리 기업들이 지식재산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도 힘을 모으고 있다. 예측 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특허 빅데이터를 AI(인공지능)로 분석해 국가 R&D 전략 수립과 투자 방향 설정, 미래 유망기술 발굴, 표준특허 창출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직무발명제도 컨설팅 지원과 지식재산가치 평가 신뢰도 제고, IP(지식재산) 금융 확대, 변리사 공동소송대리제 등을 통해 지식재산을 보유한 혁신기업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이 청장은 "우리 기업들이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특허 전문가를 해외에 파견해 현지에서 지재권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돕고 'K-브랜드' 위조상품 모니터링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미국, 일본, 중국, EU, 스위스 등 5개국에 파견된 특허관을 베트남, 인도, 멕시코까지 8개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본연 업무인 '심사·심판'에 전념하는 환경 조성=변리사 출신인 이 청장의 취임 일성은 특허청 본연의 업무인 심사·심판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심사관과 심판관의 전문성을 높여 심사·심판 처리 기간을 줄이고 심사품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우리나라는 지식재산 강국임에도 주요국에 비해 적은 심사인력, 과중한 심사업무 등 심사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심사·심판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심사관 1명당 심사처리건수는 206건으로, 일본(164건), 중국(91건), 미국(73건), 유럽연합(58건)에 비해 상당히 많다. 심사처리 건수가 많아 심사 1건에 투입하는 시간이 한국은 10.8시간으로, 유럽연합(34.5시간), 미국(27.4시간), 일본(17.7시간), 중국(22시간)과 비교해 짧아 심사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 청장은 "심사관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관건이다. 심사 이외 업무를 최소화하고 집중근무시간 도입을 통해 심사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반도체 특허 출원 증가와 맞물려 민간에서 퇴직한 반도체 전문 인력을 특허 심사관으로 채용해 심사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신속한 특허권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반도체 분야를 우선심사 대상으로 적용해 12.7개월 걸리던 심사기간을 2.5개월 대폭 줄일 방침이다.

그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 퇴직 인력은 오랜 현장 실무 경험을 갖고 있고 기술 이해도가 높아 심사 업무에 투입 가능한 최적의 기술 인력"이라며 "퇴직 인력의 심사활용은 핵심 인력의 해외 유출 방지와 첨단기술의 신속·정확한 권리화라는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허출원 증가는 '기술강국 바로미터'…세계 특허출원 3위 '도약'=이 청장은 2027년까지 세계 3위 특허출원 국가 반열에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특허출원량은 22만건으로, 28만건의 출원량을 기록한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특허출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해당 산업 분야 발전에 따라 기술혁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와 달 궤도선 '다누리' 발사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세계 7대 우주강국에 진입했는데, 지난 30년간 전 세계 우주기술 관련 특허출원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특허출원이 많은 국가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특허출원량과 기술 경쟁력은 비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청장은 "특허출원이 1% 증가하면 1인당 GDP 성장률이 0.65% 증가한다는 독일 뮌헨대의 실증사례가 있듯이 2027년까지 2만 건의 특허출원이 증가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0.16%(3조3000억원)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며 "2027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특허출원 3위로 도약하게 되면 기술강국 세계 3위로 올라서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특허청은 신뢰도 높은 지식재산 가치평가 체계 구축과 직무발명 활성화, IP금융 확대 등을 통해 연구자와 기업들이 연구결과를 보다 많이 특허로 출원할 수 있도록 지식재산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원천·핵심특허 확보에 사활 걸어야"=이 청장은 미국과 중국이 기술패권을 놓고 다투는 저변에도 특허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허 중에서도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원천·핵심특허'를 선점하기 위한 미중 간 경쟁이 확전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청장은 "집을 지으면 등기를 하듯이 기술개발 후에는 일종의 등기 역할을 하는 '특허'를 통해 기술을 권리화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 앞으론 보다 강력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원천·핵심특허 확보 여부에 따라 기술패권 경쟁에서 주도권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천·핵심특허의 중요성을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지식재산 무역수지 적자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상반기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3억7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4000만 달러 흑자에 이어 흑자폭을 10배 가까이 늘린 것이다. 그 바탕에는 특허와 같은 산업재산권의 적자폭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청장은 "지식재산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자가 주어든 가장 큰 원인은 외국 기업에 지불하던 기술 로열티가 줄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특허활동을 통해 기술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 경쟁력을 높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지식재산 기반의 연구개발(IP-R&D), 표준특허획득 지원, 특허 빅데이터 활용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원천·핵심 특허 확보를 지원함으로써 지재권 무역수지 흑자폭을 더욱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리=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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