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태기 칼럼] 기초연금 확대, 과유불급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9/2022092702102269061001[1].jpg "[김태기 칼럼] 기초연금 확대, 과유불급이다")
골자는 내년부터 모든 노인에게 40만원을 일률적으로 지원하는데 무게를 두는 듯하다.이런 가운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지난 정부가 2019년 의뢰한 한국의 연금제도에 대한 분석을 최근에 공개했다. 핵심은 연금제도 전반을 개혁하면서 기초연금의 수혜 대상은 줄이고 취약 고령층에 대한 지원은 늘리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령층에 대한 특단의 지원이 필요하다. OECD 국가에서 노후 대비 저축이 가장 빈약하고 70세 넘어 은퇴할 정도로 가장 오래 일한다. 그렇지만 거의 대부분 일시적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다보니 소득이 적다. 노인 자살율 1위와 노인 빈곤율 1위의 국가가 된 중요한 이유다. 피폐해진 고령층이 희망을 가지도록 만들려면 기초연금은 정교해야 한다.
고령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더라도 원리에 어긋나서 안 된다. 연금이라 불리지만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산과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복지와 재정이 모두 위기에 빠진다.
기초연금을 부담하는 재정이 아직은 건전한 편이지만 지난 5년 빠르게 악화했다. 고령화와 디지털화로 복지 수요가 커진데다 복지국가에 대한 환상이 재정의 낭비까지 일으켰기 때문이다. 야당의 주장대로 기초연금을 인상하면 소요 예산이 현재 20조원에서 38조원으로 거의 2배 증가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 639조원의 6%를 기초연금에 투입하는 문제가 생긴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세금 부담을 늘리지 않으려면 기초연금 예산의 증액 만큼 다른 예산 사업을 줄이거나, 재정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미래세대에 빚이 되는 국채 발행을 늘려야 한다. 게다가 기초연금의 무리한 확대는 가입자 이탈로 국민연금을 붕괴시킬 수 있다.
국민연금은 내는 돈은 적고 타는 돈은 많아 기금 고갈의 위험에 이미 놓여있다. 다행히 국민연금을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어 가입율이 꾸준히 올라가 18-59세 인구 대비 60%를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 야당 주장대로 기초연금을 확대하면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은 줄 수밖에 없다. 야당 주장처럼 고령층 부부 두 사람이 기초연금을 40만원씩 받으면 월 80만원이 된다.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평균 지급액이 58만원에 지나지 않고 반면, 월 80만원을 받으려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월 평균 소득인 270만원을 버는 사람이 매월 24만원씩 30년 꼬박 납부해야 하는 액수이기 때문에 연금의 형평성은 무너지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기초연금 확대 방안은 과유불급이다. 확대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크다. 기본소득처럼 보편적 복지의 강화를 추구하는 이재명 대표의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고령층의 빈곤을 보편적 복지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재검토해야 한다.
일반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의 기초연금 확대 방안이 임대소득이나 금융소득으로 돈을 버는 부자 노인이나 폐지를 주어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노인이나 월 40만원 똑같이 주자는 것임을 알면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고령층의 빈곤화를 해결하려면 가난한 노인일수록 지원이 더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는 어떤 복지국가를 원하는가? 연금 개혁과 기초연금 확대에 앞서 여야 모두 깊이 생각할 문제다. 사람은 일을 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음으로써 행복해진다. 이런 원리에 토대를 두어야 복지국가가 성공한다. 우리나라 고령층은 근로의지가 강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가 부족해 가난하다. 기초연금 확대보다 일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고령층의 행복에 효과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시절 의뢰한 OECD의 한국 연금에 대한 분석은 성공한 복지국가의 경험까지 고려해 작성된 것이다. 기초연금의 내실화로 빈곤을 해결하고, 국민연금과 재정도 건전하게 해야 한다는 OECD의 권고에 여야는 귀 기울이고 그 토대 위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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