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 잔액 673조3602억
'고금리 예·적금'으로 자본 이동
대출재원 마련 위해 채권 발행
'고금리 예·적금'으로 자본 이동
대출재원 마련 위해 채권 발행
3일 금융권과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적인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6월보다 38조2000억원 감소한 673조3602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수준의 감소액이다. 저원가성 예금은 입출금 통장, 요구불예금 등 이율이 싼 예금으로,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없이 지급하는 수신 상품을 말한다.
요구불예금은 사실상 '제로(0)금리'라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잔액도 100조원 규모로 커 예·적금보다 중요한 영업 수단(자금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는 '핵심예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쌓여 있던 요구불예금은 증시 하락과 금리 인상 흐름을 타고 고금리의 은행 예·적금 상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도 연말 연 2.75%~3.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저원가성 자금의 이탈은 이어질 전망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비은행과 제2금융권 유동성 부족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계절적인 요인 탓도 일부 작용했지만 이를 고려해 보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규모"라면서 "7월 여수신 동향을 종합해 볼 때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인해 은행발 유동성 위기 발생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중은행의 금리는 빠르게 상승 중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연 3.4%(상위 3 사 기준)까지 올랐으며, 그 결과 정기예금은 7월 한달간 27조원 증가했다. 은행간 금리 경쟁으로 현재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같은 비은행 예금금리를 넘어서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 이탈로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해 최근 은행채 발행도 늘고 있다. 예·적금이 은행채보다 금리가 높아 은행채로 발행하는 편이 은행의 조달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을 연기하고 대신 은행 대출창구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롯데나 SK계열 A등급 회사들이 절차가 복잡하고 평판 훼손도 우려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영수 연구원도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요인으로도 작용한다"며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현상은 한편으로는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수요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대출 증가가 은행의 자금 수요 증가, 나아가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가계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실제로 은행 대출 여력 축소로 가계대출 공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주들은 올들어 기준금리 인상이란 호재 속에서도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KRX 은행지수는 올들어 3일 현재 16.9% 하락했다. 저원가성 예금이 줄고 있는데다 하반기에 금리 인상도 종료될 것으로 예상돼 은행의 NIM(순이자마진)도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NIM은 자산운용으로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빼고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기준금리 인상 종료가 임박했던 시점에 은행주들은 순이자마진 하락 부담이 부각되면서 이익 개선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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