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더 이상 `칠면조國` 아냐… 터키의 국명 변경 사연

칠면조=turkey=터키, 터키 국명이 '새' 칠면조
터키인들 단어 터키 의미 '실패자'에 불만 누적
유럽에 칠면조 수출했던 터키 상인들에서 유래
칠면조 원산지는 인도, 터키인은 '힌디'로 불러
국명 변경, 에르도안 대통령 정치적 노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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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더 이상 `칠면조國` 아냐… 터키의 국명 변경 사연


최근 유엔(UN)이 나라 이름을 '터키'(Turkey)에서 '튀르키예'(Turkiye)로 바꾸겠다는 터키 정부의 요청을 승인했다. 이에따라 터키 국명은 공식 변경됐다. 새 국명 '튀르키예'는 '터키인의 땅'이라는 뜻이다. 이 나라가 표기 변경을 요구한 가장 큰 이유는 '칠면조'와 영어 철자가 같기 때문이다. '리브랜딩'(rebranding)이 이 나라의 이미지를 바꿀 지 귀추가 주목된다.

◇굿바이 '칠면조', 헬로 '튀르키예'

터키의 영문 이름은 칠면조를 연상시킨다. 칠면조의 영어 철자는 'turkey'다. 터키 국명과 같다. 그러면 왜 터키일까. 조류 수입에 터키 상인들이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오스만 제국 당시 터키 상인들은 유럽 대륙, 중동 지역으로 북아프리카산 '기니 파울'(Guinea Fowl)이라는 새를 수출했다. 이 새는 터키로부터 수입됐다고 해서 '터키 탉'으로 불렸다. 터키 상인들이 판매한 페르시아 융단을 유럽인들이 '터키 융단'이라고 부른 것과 같은 이치다.

나중에 유럽에서 북미 대륙으로 이주한 개척자들은 그 곳에서 기니 파울과 비슷한 새를 보게 된다. 칠면조다. 칠면조는 북미 원산의 조류다. 이민자들은 이 새를 '터키 탉'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후에 짧게 '터키'라고 불렀다.

정작 터키에선 칠면조를 '힌디'라고 부른다. '힌디'는 인도인을 뜻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 그는 아메리카를 인도로 착각했었다. 터키 사람들은 칠면조를 '인도'에서 온 새라고 해서 '힌디'라고 불렀다.

그런데 '터키'가 나라의 국명이 되어버렸다. 이 나라의 공식 명칭이 '터키'가 된 때는 '갈리폴리 전투'의 영웅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장군이 공화국을 선포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타튀르크 장군은 그리스군을 몰아내면서 현재의 터키 영토가 되는 지역을 확보했다. 그 뒤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아 1923년 공화국이 공식 성립됐다. 이때 영어 국명이 '터키 공화국'(Turkish Republic)이었다.

문제는 영어 철자가 '칠면조'와 같다는데 있었다. 터키인들은 불만이 많았다. 일단 칠면조는 터키와 별 관련이 없다. 더구나 영어 단어 'turkey'는 '실패작', '겁쟁이', '패배자', '어리숙한 사람', '멍청이'란 부정적 뜻을 가지고 있어 터키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런 이유로 기독교도나 반(反)이슬람주의자들은 종종 터키를 칠면조에 비유하면서 터키를 비하했다.

터키는 나라 이름 때문에 종종 곤욕을 겪어왔다. 한때 일본과 한국에선 퇴폐 목욕탕을 '터키탕'이라고 불렀다. 이 문제가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자 일본은 명칭을 '소프랜드'로, 한국은 '증기탕'으로 각각 바꿨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도 있어

터키가 이번에 국호를 바꾸게 된 데에는 정치적 배경도 깔려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환율 하락 등으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터키는 내년 6월에 선거를 치룬다. 2003년부터 19년째 장기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호 변경을 통해 민족주의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어 발음으로 표기돼 온 수도 키예프를 자국어 발음 '키이우'로 바꾼 것도, 러시아식 표기 그루지아가 '조지아'로 바뀐 것도 비슷한 배경이다.

이번 터키의 국호 변경은 내년 선거에서 분명히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튀르키예'라는 국명이 국제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면 에르도안 대통령의 위상은 공고해질 것이 분명하다.

터키라는 말은 '투르크'(Turk)에서 나왔다. 터키 사람들은 투르크족이다. 그들의 조상은 중앙아시아·몽골 지역의 유목민 부족이었다. 중국인들은 그들을 '돌궐족'으로 불렀다. 당(唐)태종에 의해 동돌궐은 망했고 서돌궐은 유럽 쪽으로 이주했다. 이들 중 셀주크 일파가 11세기 쯤 소아시아(Asia Minor)로 불리던 아나톨리아 동부에 정착했다. 이들은 셀주크 투르크 제국을 세웠다. 그러나 1243년 몽골에 정복당하면서 제국은 무너졌다.

이후 걸출한 지도자 '오스만'이 등장해 1299년 아나톨리아에 작은 왕국을 하나 건설했다. 이것이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시초다. 오스만의 계승자들은 유럽 쪽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1453년 오스만 투르크의 제7대 술탄 메흐메트 2세는 대포를 앞세워 서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켰다.

오스만 시대 이후 영어권 국가들은 이 나라를 '터키'라고 불렀다. 오스만 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동맹국 편에 섰다가 패배해 결국 해체됐고 새 공화국이 들어섰다.

◇국명 변경, 드문 일은 아니다.

지구촌 나라들이 국호를 바꾼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는 곡절이 많다. 지난 2020년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통용되던 '홀란트(Holland)' 사용을 중단했다. 영어 발음으로는 '홀란드'다. 홀란트는 네덜란드의 한 주(州)의 이름이다. 홀란트주 안에는 암스테르담, 헤이그, 로테르담 등 대도시가 몰려 있다. 그런데 이 곳은 마리화나와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있다. 홀란트 지역의 퇴폐적인 이미지가 국가 전체로 확대된다는 이유를 들어 홀란트 명칭을 폐기한 것이다.

2019년에는 마케도니아가 그리스와의 정치적 대립으로 '북마케도니아'로 개명했다. 이 나라는 1991년 구(舊)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한 후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계승자임을 주장하면서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을 썼다. 그러자 그리스 정부는 '마케도니아'라는 국명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고향인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주(州)를 연상시킨다면서 국명 변경을 요구했다. 국명을 둘러싸고 30년 가까이 양국은 갈등을 빚어오다가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국명을 변경하는데 합의했다.

2018년에는 아프리카 남동부 스와질란드 왕국이 '에스와티니'로 국명을 바꿨다. 에스와티니는 스와질란드 언어인 스와티어로 '스와지인들의 땅'을 의미한다. 국명을 영국의 식민통치 이전으로 되돌린 것이다. 또한 스와질란드가 종종 스위스(Switzerland)와 혼동되는 것을 막기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란도 과거에는 '페르시아'로 불렸다. 1935년 팔레비 왕조는 '아리아인의 나라'라는 뜻으로 국호를 '이란'으로 바꿨다. 스리랑카는 영국 식민지 시대의 명칭인 '실론'이라는 국호를 버렸다. 태국은 옛날에는 '샴'으로, 미얀마는 '버마'로, 캄보디아는 '크메르'로 불렸었다. 로디지아는 '짐바브웨'로 명칭을 바꿨다. '로디지아'는 과거 식민지 총독의 이름이었다. 짐바브웨는 현지어로 '돌로 만든 큰 집'이란 뜻이다.

국제사회가 '터키' 대신 '튀르키예'를 받아 들일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세계 사람들이 '튀르키예'에 적응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어쨌든 이번 변경으로 11월 추수감사절 때나 12월 크리스마스 때 미국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새'와 혼동되는 일은 분명히 적어질 것 같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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