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초록병 소주 한 잔에 인생도 `짠`](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102109954083001[1].jpg "[정래연의 요리조리] 초록병 소주 한 잔에 인생도 `짠`")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소주류 수출액은 전년보다 3.9% 증가한 2억 달러, 수출량은 12만4000톤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360ml 기준 약 3억4000만 병으로 가로로 줄지으면 지구 둘레를 한 바퀴 반 이상 감을 수 있는 양이다. 이토록 국내외서 사랑받는 술 소주는 언제부터 우리 삶에 녹아들었을까?
'소주(燒酒)'는 불로 끓여 만든 술, 즉 증류주를 뜻한다. 상업적으로는 곡류, 감자류를 원료로 주정발효를 거쳐 숙성된 술덧을 증류해 만들거나 무수주정을 물로 희석해 설탕, 포도당, 구연산 등을 첨가해 만든다.
소주는 중세 페르시아의 증류기술에서 시작됐다. '증류법'은 13세기 고려 충렬왕 시기 원나라를 통해 도입됐다. 당시 원나라군이 주둔했던 안동, 개성, 제주도에서는 소주 제조법이 발달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주로 약용으로 사용됐다. <지봉유설>에 따르면 소주는 약으로 적게 마시던 술이라 작은 잔에 마셨고 이로 인해 소주를 따른 작은 잔을 소주잔이라 하게 됐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 이르며 소주는 왕이나 사대부뿐 아니라 일반 백성에게도 보편화됐다. <중종실록>에는 "소주를 마시는 사람이 많아져 쌀의 소비가 늘고 있으며, 소주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1965년 정부의 식량정책 일환으로 '주세법'이 개정되며 쌀을 이용한 증류식 순곡주 제조가 금지됐다. 이후 고구마, 당밀, 타피오카 등을 원료로 만든 주정을 희석한 '희석식 소주'가 대중화되며 오늘날 희석식 소주를 즐기게 됐다.
시대가 흐르며 술은 취하기 위한 수단에서 즐기기 나누는 음료로 인식이 바뀌었다. 팬데믹 이후 절주문화와 헬시플레저 등 건강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되며 소주 도수도 점차 낮아졌다. 1924~1960년대 만해도 35도였던 소주는 2021년 19도, 2019년 17도까지 낮아졌고 최근엔 13도 이하의 소주도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제로슈거, 저알콜, 과일향 소주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며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소주는 단순한 주류를 넘어 한국인의 삶, 역사,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술이다. 한 잔의 소주에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취향이 담겨있다.
정래연기자 fodus0202@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