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극성수기에 터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가전양판들의 인기제품 재입고에 비상이 걸렸다. 보유 중인 재고 소진 이후엔 재입고 일정을 기약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 다수 매장에서 나오고 있다.
7일 경기지역의 한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당장 해당 매장 인기제품인 파세코(HPAI/F05IG) 창문형 에어컨 재입고 지연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매장 관계자는 "지금은 재고가 있어 주문하면 1~2일 안에 고객이 받아볼 수 있지만,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 판매량이 폭증해서 물건이 금방 빠져나갈 것"이라며 "물건이 많지는 않은데 다 빠져나가게 되면, 재입고 물량은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배송이 평상시보다 1~2주, 길게는 3~4주 이상까지도 연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장에서 물류센터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오늘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 여파가 크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롯데하이마트 매장 관계자 역시 "인기 제품인 위니아딤채 창문형에어컨(WVV06ENK) 재고가 지금은 있긴 한데, 재고 소진 후 재입고 일정은 파업 영향으로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계약한 운송사 소속 기사 일부가 파업에 참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자체 물류창고에 비축해 둘 필요성이 있는 품목 점검에 나서는 등 파업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소주처럼 유통기한이 길고, 가격 민감도가 큰 품목들을 중심으로 상품을 비축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고를 쌓아둘 수 없고 매일 수급해야 하는 신선식품, 특히 수산물 등이다. 이들 품목은 파업 장기화 시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오늘은 신선식품이 정상적으로 입·출고됐지만 파업 장기화로 발이 묶이면 상품이 산지에서 물류센터로 못가고, 물류센터에서 각 매장으로 못 가는 사태가 생길까 우려된다"면서 "운송사에서 노조와 부디 잘 협의해 주길 바랄뿐이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가운데 롯데마트는 계약된 운송사에게 유류비가 포함된 형태의 운송비를 지급하는 타사와 달리, 운송비와 유류비를 따로 지급하는 방식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기름값 변동 여부와 상관없이, 연초 운송사와 계약했던 유류비를 그대로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름값 관련 기사들의 심리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읽힌다.
이 밖에 홈쇼핑업계에선 비노조 간선차량, 택배사 직접운영 차량을 섭외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택배터미널에서 물류센터로 이동하는 단계가 지연돼 출고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커머스업계는 파업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면 고객들에게 배송 지연 가능성을 안내하는 고지를 띄우는 것 이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포항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