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연속 인상을 시사하면서 올해 남은 네 번의 금융통화위원회 동안 최소 세 번 이상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상황에 따라서는 기준금리가 연 2.75%까지 오를 수도 있다. 이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한계기업의 생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50%에서 1.75%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다섯 번째 인상으로, 지난 4월 이후 두 달 연속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6명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인상에 뜻을 모았다.
한은은 급격한 물가상승세를 최우선 과제로 보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날 통화정책결정문에서도 물가 상승 등을 가장 큰 배경으로 언급했다.
한은은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하는 4%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향후 관련 질문에는 "7~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올릴 가능성도 어떤 특정한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6월과 7월에 나오는 자료들을 보고 금융통화위원들과 함께 장단점을 비교해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말 기준금리가 2.25%~2.50%까지 오를 거란 시장 기대에 대해서도 "물가 수준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갔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예정된 7월, 8월, 10월, 11월 네 번의 금통위동안 연속해서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한은도 물가상승률이 5%대로 올라갈 것을 전망하고 있어 일각에선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기준금리 상에서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기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가계대출 증가율 또한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그동안 계속해서 돈이 풀리고 있기 때문에 물가를 잡는데는 부족해 보인다. 때문에 빅스텝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양 교수는 "과거의 사례를 봤을 때 현재 시장금리 수준에서 기준금리는 3%정도 됐었다"며 "한은이 더디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하게 시그널을 주고 조정에 들어가 정상적인 금리 수준에서의 투자 활동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도 상승하면서 빚으로 버틴 한계기업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발표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했을 때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5.4%포인트로 확대된다. 또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은 8조6900억원에 달했다. 2%포인트 올랐을 때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9.5%포인트로 상승하고 추가 이자 비용은 17조92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3%포인트 올랐을 경우엔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은 13.1%포인트 확대되고, 추가 이자 비용은 27조8800억원이나 커졌다.
전경련은 "향후 기준금리가 올라 기업의 자금 조달금리가 3%포인트 올라간다면 외감기업의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뜻이고, 이자 비용 부담이 약 3배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문혜현기자 moone@dt.co.kr
한국은행이 올해 최소 세 번 이상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계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