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명예회장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최고 지도자의 건강](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0602102269660002[1].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최고 지도자의 건강")
먼저 루즈벨트는 1921년 39세의 나이에 소아마비를 앓으면서 하반신이 마비된 아픔을 극복하고 1932년 대통령에 취임한다. 그러나 고혈압과 협심증을 앓고 있던 그는 1944년 가을부터는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심부전으로 인해 극도로 쇠약한 상태로 1945년 2월 얄타회담에 임하게 된다. 그리고 2개월 후인 4월 12일 뇌출혈로 서거했다.
처칠은 1943년 폐렴으로 위기를 맞이하나 당시로서는 새로운 항생제인 설파제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리고 1951년 두 번째로 총리에 취임한 후에는 뇌졸중과 치매로 고생하다가 1955년 사임한다.
그러나 히틀러의 경우는 좀 더 드라마틱하다. 그는 만성 위장장애와 식욕부진에 시달렸다. 그리고 1935년부터 그를 치료한 의사인 '모렐'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모렐은 원래 여객선에 소속된 의사로 의료계에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히틀러의 비위를 맞추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었고 비타민과 호르몬, 포도당 등이 들어간 주사를 수시로 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주사에 향정신성 약품인 암페타민을 섞은 것이다. 암페타민은 단기적으로 머리를 맑게 하여 집중력을 높여주지만 중독이 되면 망상, 환각은 물론 조현병(정신분열증)과 비슷한 증상을 유발한다. 그리고 약을 끊는데 성공해도 수 년 후에 갑자기 금단증상이 오기도 해서 지금은 모든 나라에서 강력히 금지되고 있다. 말년에 히틀러가 보여준 이해하기 힘든 명령이나 행동은 암페타민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스탈린은 1952년 저명한 의사이며 주치의인 비노그라도프 교수를 포함한 9명의 의사가 스탈린을 암살하려고 한다는 투서를 받고 이들을 강력히 처벌한다. 물론 투서는 가짜였다. 그리고 1953년 2월 뇌출혈이 발생했을 때 그 동안 스탈린을 돌봤던 의사들이 체포된 상태여서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사망하게 된다. 다른 지도자와는 달리 심각한 암페타민 중독에 걸렸던 히틀러는 결정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반복하여 독일의 패배에 일조를 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최고 지도자의 건강](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0602102269660002[2].jpg "[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최고 지도자의 건강")
현재로서 가장 의심되는 질환은 로이드 분노와 오만 증후군인 것 같다. 로이드 분노는 간혹 운동선수들이 사용하여 물의를 빚는 일종의 남성 호르몬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일반적으로 우리가 스테로이드라고 부르는 약은 글루코-코르티코이드로 다른 약이다)를 장기 복용했을 때 분노 폭발, 공격성, 폭력성 등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평소에 푸틴이 건강을 과시하기 위해 승마. 유도, 찬물에 수영하는 모습 등을 촬영해 홍보한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리고 오만 증후군은 2009년 신경학자 오웬과 데이비슨이 발표한 논문에서 명명된 것으로 권력자가 일정 기간 동안 견제없이 굉장히 강력한 권력을 누리면서 자아도취, 과대망상, 판단력 저하, 타인에 대한 경멸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즉, 권력에 도취되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는 것이다. 1999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실질적인 최고 지도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푸틴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질병이다.
만일 로이드 분노와 오만 증후군으로 인한 것이라면 한 개인의 질병으로 인해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까지 전쟁으로 수많은 비극을 낳고 있다는 점에서 최고 지도자의 질병은 실로 무서운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