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소행성 탐사 우리가 주도… 천문우주과학 역사 새로 쓸겁니다"

천문연서 30년간 태양·우주환경 연구
국내 첫 태양광망원경 제작하며 명성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 심혈
"모든역량 쏟아 우주개발 선도국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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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소행성 탐사 우리가 주도… 천문우주과학 역사 새로 쓸겁니다"
천문연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박영득 한국천문연구원 원장


어린 시절, 하늘은 친구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을 향해 깜깜해진 길을 혼자 걸어갈 때면, 하늘은 어김없이 친구가 돼 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커서 '너와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밤하늘에 반짝이는 은하수에 오롯이 새기곤 했다. 세월은 흘러 산골 소년은 하늘을 벗삼아 연구하는 '천문우주 과학자'로 성장해 있었다.

박영득 한국천문연구원장은 어릴 적 이같은 꿈을 이뤄, 30년 넘게 하늘과 함께 연구 인생을 살고 있다. 남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천문우주 과학자 길에 들어섰지만, 어릴 적 그토록 좋아했던 하늘을 바라보며 연구할 수 있는 즐거움과 행복감은 점점 커져 갔다. 그럴수록 연구에 대한 열정과 집념은 더욱 강렬해졌고, 이내 국내 태양연구 분야의 최고 자리에 올라서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박 원장은 "천문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퀘스천(Question)'을 가지고 있어 매력적"이라며 "그 중에서 태양은 망원경으로 보면 그 모습이 매우 역동적이고 황홀한 이면에 감춰진 무수한 신비를 알아가는 게 매우 흥미로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뉴 스페이스 시대에서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주탐사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사는 1992년 우리별 1호 발사를 계기로 올해로 30년을 맞는다"면서 "앞으론 남들이 해 온 것을 답습해 따라 해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만큼 소행성, 금성 등 남들이 하지 않은 우주탐사를 통해 천문우주 분야를 선도해 나갈 때 우주강국에 올라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담=이준기기자 ICT과학부 차장

◇어릴 적 '하늘바라기'… 교사 접고 천문학자로 '제2 인생'= 박 원장은 어릴 적부터 하늘 보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지금도 하루에 1∼2번은 하늘을 바라볼 정도로 평생 몸에 베인 습관이다. 중고교 시절, 방학 때면 고향인 경북 군위로 돌아와 친구들과 밤늦게 놀다 집에 가는 길에 바라본 아름답고 황홀했던 밤하늘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박 원장은 말했다.

그는 "특히 여름 밤, 개울가에 누워 보았던 은하수와 겨울 새벽녁 달빛이 눈덮인 고향 마을을 비추던 모습은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오래 남아 있다"며 "이 때부터 하늘과 우주에 대해 막연한 동경심을 키워 오늘에 천문우주 과학자로 살아갈 수 있었던 같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교직 생활을 했지만, 천문우주 과학자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당시 존경하던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님과 만나 얘기하던 중 대학원 진학을 권유받고 3년 간의 교편 생활을 접고, 서울대학원 천문학과에 진학해 못다 이룬 천문학 공부를 뒤늦게 시작했다. 박 원장은 "늦은 나이에,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경쟁해야 했기에 하루 2∼3시간만 자며 정말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학위를 받아 1990년 지금의 직장인 한국천문연구원에 들어와 태양과 우주환경에 대한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 최초 태양관측망원경 구축… '태양 박사'로 명성 쌓아= 박 원장은 지난해 4월 천문연 원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현대천문학의 2세대로, 세계적인 태양·우주환경 분야의 천문 과학자로 널리 명성을 쌓아 왔다. 특히 1994년 보현산천문대에 우리나라 최초의 태양광망원경을 제작, 설치, 운영하며 태양과 연을 맺었다. 이 망원경은 2019년까지 26년 간 보현산천문대에 설치돼 태양활동을 연구하는 국내 천문학자를 위한 장비로 널리 쓰였고, 지금은 퇴역해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내 천체관측소에 옮겨져 전시돼 있다.

박 원장은 "천문학은 가장 오래된 학문이자 인간 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분야로,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정말 많다"고 천문학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태양의 매력에 대해서는 "태양은 망원경으로 볼 땐 수많은 화염의 불꽃이 역동적으로 타오르고 퍼지는 모습에 황홀함 마저 들게 한다"면서 "천문학이 발달했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태양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나 적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도 많아 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항성"라고 했다.

박 원장은 원장 취임 이전까지 미국 NASA(항공우주국)에 파견돼 2023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할 태양관측 망원경(CODEX) 제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태양 연구에 손을 놓지 않았다.

◇연구자에서 기관장으로 변신…'천문연구 선도 기관' 도약= 올해 취임 2년째를 맞는 박 원장의 목표는 천문우주과학을 선도하는 연구기관으로 천문연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이다. 그는 "30년 전 천문연에 입사할 때와 비교하면 1세대 선배, 동료, 후배 천문학자들의 열정과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의 꾸준한 지원 덕분에 우리 천문우주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토대에서 천문연이 천문우주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박 원장은 여느 기관장과 마찬가지로 기관 경영에 혼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전파망원경의 다중수신시스템 개발과 외계행성 탐색 연구, 우주환경 연구 분야를 세계적인 선도 연구그룹을 발굴·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주로 통신, 방송, 기상, 지구 감시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우리나라 우주개발 패러다임을 천문학과 우주과학 중심으로 바꿔 '우주개발 선도국'으로 면모를 갖춰가는 데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박 원장은 "연구자 신분이 아닌 기관장으로 앞에 놓인 어렵고 힘든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두려움과 이를 잘 극복해 기관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있지만, 우리나라 천문우주과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써 나가는 일을 한다는 점에 기대와 설레임도 있다"고 피력했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소행성 탐사 우리가 주도… 천문우주과학 역사 새로 쓸겁니다"
천문연 제공



◇'패스트 팔로우'서 '퍼스트 무버'로…'소행성 탐사' 등 선도국 반열= 천문연은 오는 2024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이 땅에 천문우주과학 연구의 뿌리를 내린 지 반 세기가 되는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천문연은 그동안 외계행성 탐색시스템(KMTNet), 세계 최대 광학망원경인 거대마젤란망원경(GMT),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세계 최대 태양망원경(GST) 등을 최첨단 관측 인프라의 공동 제작에 참여하거나 운영을 통해 세계적인 천문우주기술 경험과 역량을 쌓아 왔다.박 원장은 4차 산업혁명과 기술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가 '퍼스트 무버'와 '초격차'를 통해 천문우주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문연은 우리나라 천문우주과학 연구의 중심기관으로, 천문관측 자료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연구 자율성 확보와 타 연구기관 간 융합연구 확대 등을 통해 세계적인 선도연구 그룹을 많이 만들어 내겠다"고 피력했다.소행성 탐사에도 기관 역량을 집중해 우주탐사 선도국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천문연은 2029년 지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는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토대로 항우연, 국방과학연구소 등 국내 연구기관과 미국 NASA 등 해외 기관과 협력해 국내 첫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로 추진할 계획이다. 아포피스에 탐사선을 보내 궤도 변화와 표면의 물리적 특성을 연구하기 위한 것으로, 2026년 말이나 2027년 초에 탐사선을 쏘아 올리는 게 목표다. 천문연은 나노위성인 '도요샛' 발사 준비에도 여념이 없다. 그는 "4대의 초소형 위성인 도요샛은 지구 상공을 편대 비행하면서 전리권과 자기권의 여러 가지 물리량을 연속적으로 측정해 우주날씨의 비밀을 밝혀내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주물체 감시·관측 시설과 장비를 한 데 모아 국가 대형 우주사업을 위한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을 지원하고, 민간 기업들이 천문우주부품 개발 및 국산화를 지원하는 '우주복합관'을 대전 본원에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생명체 기원·블랙홀 등 '빅 이슈' 대응…미 NASA 등과 협력 확대=박 원장은 천문우주 분야의 글로벌 빅 이슈인 '우주 생명체 기원'과 '블랙홀' 등의 비밀을 찾아내는 데 연구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계행성 탐사를 통해 생명체 기원을 찾는 것과 많은 비밀을 안고 있는 블랙홀 등이 최근 세계 천문우주 분야의 최대 관심사"라며 "이 때문에 천문학 연구도 기존 '관측' 중심에서 '터치'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천문연은 생명체 기원을 찾기 위한 외계행성 탐색의 일환으로 광시야망원경을 이용해 매년 4∼5년의 외계행성을 발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발견한 외계행성만 100여 개에 이른다.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탐사에도 주력하고 있다.

블랙홀 탐색 연구는 천문연 독자적으로 수행하기 관측장비의 한계가 있어 미 NASA 등 국제 공동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07년부터 NASA와 협력해 우주환경 연구를 이어가고 있고, 태양관측위성(SDO)의 아세아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우주환경 예보로 협력을 넓혀 NASA와 태양관측용 코로나그래프를 제작해 2023년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이는 5개의 중력 평형점 중에서 네 번째인 '라그랑주(L4)' 지점에 태양관측 탑재체를 실어 보내 태양관측을 수행하는 프로젝트도 미 NASA와 국제 공동연구로 추진하고 있다.

박 원장은 "우주개발의 근간은 우주에 대한 천문학적 호기심에서 시작했고, 천문우주과학 기술 발전에 힘입어 본격적인 우주개발 시대를 열 수 있었다"며 "앞으로 미래에 대한 꿈과 명확한 목표를 갖고 도전해야만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천문우주 과학자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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