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최근 실손의료비보장보험(실손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하고 나섰다. 생명보험업계에서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사들도 사실상 판매를 꺼리면서 실손보험에 가입하려는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실손보험 가입을 문의하는 고객에 2년 내 병원 진료를 받았다면 가입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단순 감기몸살이나 소화불량, 가벼운 외상으로 외래진료를 받아도 가입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도 같은 조건으로 가입 제한을 두고 있다.
다른 보험사들도 이달 4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앞두고 가입 문턱을 높였다. 삼성화재는 최근 2년간 진단, 수술, 입원, 장해, 실손 등 명목으로 받은 보험금이 모든 보험사를 합쳐 50만원을 초과하면 이달부터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지난달까지는 100만원 이하였지만 기준 금액이 절반으로 축소됐다.
삼성생명도 2년간 모든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 수령액 100만원을 넘으면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는 조건을 최근 심사 기준에 추가했다. 이밖에 전문가의 방문 검사·심사를 받아야 하는 연령대도 종전 60대에서 50대로 낮아지고 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가입요건을 까다롭게 운영하는 것은 손해율 때문이다. 그동안 실손보험은 판매물량이 적은데다 높아지는 손해율로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손해보험사 기준 지난해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30.5%, 3세대 실손도 104.3%를 기록했다. 지난해 생보사, 손보사를 합친 실손보험 적자는 2조7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1분기에만 7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 판매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생보사 7곳이 실손보험 판매를 포기했다. 올해 3월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이달 4세대 실손 출시를 앞두고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판매를 중단했다. 김수현기자 ksh@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