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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장이머우 감독, 셋째자녀 허용에 `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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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장이머우 감독, 셋째자녀 허용에 `열받았다`
중국에서 6월 1일은 아동절이다. 한국으로 치면 어린이날에 해당한다. 하루 전인 5월 31일 중국 공산당은 부부 1쌍이 아이를 3명까지 출산할 수 있도록 기존 산아 제한을 완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출산장려책도 다양하게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세 자녀 허용' 소식에 중국인들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중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다.

1979년부터 30년 넘게 시행해온 1가구 1자녀 정책은 2015년 말 철폐됐다. 이듬해부터 2자녀 정책을 도입해 산아제한 완화를 단행했다. 그 전까지는 2명 이상 자녀를 두면 벌금이 부과됐다. 벌금은 사회부양비 명목으로 징수됐다. 액수는 전국적으로 일률적이지 않았다. 각 도시마다, 각 지방마다 달랐다. 어찌됐든 서민들에겐 꽤 부담이 된 것은 맞다. 농민들의 경우 현금이 없으면 농작물이나 가재도구 등이 몰수됐다고 한다. 벌금뿐만이 아니었다. 공무원이면 해고사유가 됐다. 사회적 비판도 상당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국민 감독' 장이머우다. 지난 2013년 5월 장 감독이 30살 연하의 숨겨둔 젊은 아내 천팅 등 4명의 부인에게 7명의 자녀를 두었다는 깜짝 주장이 제기됐다. 장 감독의 다출산과 여성편력 소식은 단순한 연예뉴스가 아닌 국가정책과 관련된 사건으로 비화되면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공식적으로 장 감독은 중학교 동창인 첫 번째 부인과 1978년에 결혼해 딸 한 명만 낳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1년에야 비밀결혼이 노출된, 31살 연하의 두 번째 부인 사이에는 아들 2명과 딸 1명이 있었다. 여기에 혼외(婚外)여성 두 명과의 사이에 각각 딸이 2명, 아들이 1명이 있었다. 그러면 총 7명이 된다.

장 감독에게 '최소한' 7명의 자녀가 있으며 여성편력 또한 화려하다는 소식은 중국의 '1가구 1자녀' 정책과 '빈부 격차'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러자 장 감독은 행적을 감췄고 이는 더 큰 논란으로 이어졌다. 당시 난징(南京)의 일간지 둥팡웨이바오(東方衛報)는 1면에다 장 감독의 사진을 실으면서 장 감독을 '공개수배'했다.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장이머우, 성별:남, 나이:63세, 직업:영화감독, 특징:산시(陝西)성 사투리 구사."

장 감독은 '공공의 적'이 됐다. '유전유자'(有錢有子)라는 말이 회자됐다. 결국 장 감독은 '한 자녀 정책' 위반을 인정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 돈 13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냈고 관영 CCTV에 나와 공개사과까지 했다. 장 감독은 존경의 대상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세계적 거장'이란 타이틀에 큰 흠집을 남겼다.

세월이 흘러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세 자녀 출산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3자녀 출산 허용 보도가 나오자 장 감독의 아내 천팅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이 보도의 이미지와 함께 "사전에 임무를 완료했다"는 글을 올렸다. '사전 임무 완료'라는 글은 '우리는 이미 벌금을 냈다'는 사실을 가리킨 것이다. 정부에 대한 일종의 비아냥이었다.

이 글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장 감독의 지난 사정을 잘 알고있는 네티즌들은 지지를 표시했다. "(글이)블랙유머 영화보다 훌륭하다" "나도 벌금 내고 태어났다" 등 공감하는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장 감독 부부는 중국을 인구절벽 위기에서 구한 영웅"이라며 "벌금을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둘 이상의 아이를 갖고 싶어했던 중국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부유층 뿐만이 아니라 농촌의 농부들도 일손을 늘리기 위해 아이를 많이 갖고 싶어했었다. 이제는 아이를 낳으라고 해도 낳지 않는다. 결혼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지금 장 감독은 상당히 억울한 심정일 것이다. 예전엔 유죄였는데 지금은 무죄가 됐으니 말이다. 아마도 미래에는 아이를 많이 가지는 것은 부자의 특권이 될 것이다. 아이의 수로 가장의 경제력을 가늠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유전유자'는 부러움을 사고 '무전무자'(無錢無子)는 측은함을 받을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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