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열 KISA 차세대암호인증팀 팀장은 26일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전자서명법 개정안의 시행으로 인증서 시장에 자율 경쟁 체계가 형성되면서 신기술을 적용한 인증서의 증가율이 20%를 기록하고 신기술 전자서명을 도입한 웹사이트의 수도 180% 증가했다"며 "향후 민간 전자서명인증 사업자와 평가기관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보보호 전문 인력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 고용 시장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양한 민간 전자서명 수단이 도입되면서 인증서 발급과 이용 시간도 대폭 감소했다. 박 팀장은 "평균적으로 전자서명 인증서 발급은 기존 9단계 6분7초에서 6단계 1분4초로 감소했고, 인증서 이용시간도 기존 9단계를 거쳐 3분17초가 소요되던 게 3단계 26초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10일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됐다. 공인인증서는 주민등록증이나 인감 날인 등을 대신해 인터넷상에서 본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정된 증명서다. 1999년 도입 이후 민원, 행정, 금융,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며 국가정보화를 촉진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사설인증서보다 우월한 법적 지위로 전자서명 시장의 독점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여기에 액티브X나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등의 실행파일을 필수로 설치해야 해 불편을 일으킨다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민간 주도의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이 차별 없이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자 법 개정을 추진했다.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이 나올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신뢰성, 안정성 있는 전자서명 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기준 평가·인정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박 팀장은 "평가기관이 전자서명인증 사업자가 전자서명인증 업무 운영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인정기관에 제출하면 인정기관이 최종적으로 인정 여부를 결정한다"며 "현재 인정기관은 KISA가 맡고 있으며 평가기관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금융보안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등이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인인증서가 국제 기준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라는 지적을 받은 만큼 해외 사업자도 국내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국제통용평가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기준에 적합한 국제통용평가를 선정해 올해 하반기에 고시할 계획이다.
KISA는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우려를 불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평가기관이 조기에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민간사설 인증이 확산할 수 있도록 시범사업도 추진 중이다.
박 팀장은 "전자서명 제도가 완전히 탈바꿈하며 국민들이 다소 혼란을 겪기도 하고, 기존 공인인증서를 이제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다"며 "일각에서는 새롭게 도입된 평가·인정제도가 제2의 공인인증제도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전자서명법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기존에 사용하던 공인인증서는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고, 다양한 신기술 전자서명 사업자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현재까지 15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기술지원과 컨설팅 등도 제공했다"고 전했다.올해는 개정된 전자서명법 해설서를 제작해 배포하고 상호연동지원체계를 구축해 웹사이트별로 인증서를 별도로 받아야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상반기 중으로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사회취약계층이 전자서명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도 추진한다. 박 팀장은 "신규로 등장하는 전자서명 사업자들은 개인용 인증서 서비스에 사업 역점을 두고 있지만 점차 법인용 인증서 발급 서비스도 준비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변화된 전자서명 제도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 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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