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까지 세계 각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한 무역기술규제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무역기술규제 조치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미·중 분쟁과 보호무역주의로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을 중심으로 무역기술장벽이 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20일 발표한 '1분기 무역기술장벽(TBT) 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64개국이 WTO에 통보한 TBT는 1023건으로, 전년(955건) 같은 기간 대비 7%나 증가했다. TBT는 국가 간 다른 기술 규정이나 시험인증절차 등으로 인한 무역규제로, 대표적인 비관세장벽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의 TBT 통보문 발행 건수는 2005년 897건에서 2015년 1977건, 2018년 3065건, 2020년 3354건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국표원은 "전기전자, 생활용품 분야의 기술규제가 지속 증가하고 중국·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의 통보 건수가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하면서 올 1분기 통보문이 급증했다"며 "올해 전체 TBT 통보문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중국을 비롯해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국의 무역기술규제가 급증하는 추세다. 1분기 기준 중국의 TBT 통보문은 지난해 18건에서 올해 50건으로 늘었고, 파키스탄은 같은 기간 0건에서 6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신흥국들의 수출규모가 커지면서 선진국의 규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TBT 통보문 발행 상위 10개국 중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제외하면 8개국이 신흥국으로 분류된다. 우간다가 121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브라질·파키스탄·중국·이집트·케냐·이스라엘·아르헨티나 순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 중에서는 중국과 EU의 TBT 통보 건수가 크게 늘었다. 우리 수출의 85%를 차지하는 10대 수출국 중 미국(86건)·중국(50건)·EU(32건)의 통보건수가 67%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5~2020년 간 전세계 TBT 통보 건수는 3.7배 증가(897건→3354건)했고, 그 중 우리의 10대 수출국 규제는 이보다 많은 5.2배(164건→849건) 늘었다. 수출 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 기업들이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대한상의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보호무역주의 대두로 우리 기업들은 신흥국 등 수출시장 다변화가 절실하지만, 주요 수출국뿐만 아니라 개도국의 수출장벽마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월 출범한 TBT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TBT 애로 해소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최근 세계 각국은 자국산업 보호와 첨단산업 육성의 도구로 복잡·정교화된 기술규제를 활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주요 수출국, 신흥시장국의 TBT 이슈를 선제적으로 분석해 우리나라 수출기업 지원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은진기자 jineun@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