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이 아픈 의사입니다
조안나 캐넌 지음/라이프앤페이지 펴냄
조안나 캐넌 지음/라이프앤페이지 펴냄
![[漢詩로 여는 아침] 의사도 아픔을 느끼는 사람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010/2020102002102269002001[1].jpg "[漢詩로 여는 아침] 의사도 아픔을 느끼는 사람이다")
나는 마음이 아픈 의사입니다
조안나 캐넌 지음/라이프앤페이지 펴냄
병원에 갈 때마다 그들을 본다. 수술복과 청진기로 무장하고 조용한 자신감을 내뿜는 존재. 우리는 그들이 천하무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병의 기제를 이해하면 거기에 감염되지 않을 것이라고, 심장전문의는 협심증에 걸릴 일이 없고, 호흡기 전문의는 천식으로 고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의사의 모습이다. 생명을 살리는 절대적인 존재, 질병의 열쇠를 쥐고 있는 무적의 존재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착각이다. 그들도 결국 우리와 같이 고통과 아픔을 느끼는 인간일 뿐이다. 다만 의사로서 나약함을 보이는 것이 비전문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자신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영국의 유명 작가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의사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숨겨왔던 아픔과 고민을 솔직하게 얘기하며, 의사들도 상처받은 마음을 돌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30대의 늦은 나이에 의대에 진학해 수련의가 되고 응급실, 공공의료를 경험한다. 살인적인 근무시간과 비인간적인 병원체계, 공공의료 시스템의 부조리 속에서 경험한 내면의 고통과 깨달음을 토대로 책을 썼다.
위기와 압박감을 견뎌낼 힘을 준 건 환자와의 따뜻한 연대와 교감, 병원 안의 의료인들의 희생과 헌신, 인간이 인간을 긍정하는 공감과 연민이었다. 감당하기 힘든 질병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이들을 보며 우리 삶을 지속하는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힘을 깨닫는다. 생명을 구하는 것은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것만이 아니다. 책은 수술실이나 진료실이 아니더라도 우연히 주고받은 말 한마디로도 누군가의 삶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생과 사의 순간에 지켜져야 할 생명의 존엄성, 가장 낮은 자리에서 목격한 인간성의 회복, 질병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게 된다.
박양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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