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의 영역 도전하는 `인공태양`

김현수 국가핵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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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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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의 영역 도전하는 `인공태양`
김현수 국가핵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과학 기술 국가핵융합연구소 김현수 책임연구원(ITER 진공용기 과제책임자)

지난 7월 28일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조립착수 기념식이 프랑스 ITER 국제기구에서 Macron 대통령의 호스트하에 온라인으로 개최되어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우리나라도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 영상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당초 각 사업참여국 VIP들의 참석하에 성대하게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현재의 코로나 사태로 아쉽지만 온라인으로 진행된 것이다. ITER는 참여국 각자 할당된 품목을 책임지고 제작한 후 ITER 국제기구 현장에서 조립 완성하는데, ITER 토카막의 핵심 장치인 진공용기, 열차폐체, 초전도자석 구조물 및 조립장비 모두가 국내 산업체에서 제작한 품목으로 ITER 조립착수 기념식은 우리나라에게 더욱 큰 의미가 있다.

특히, ITER의 핵심 부품이자 최고의 제작 기술 난이도를 요구하는 '진공용기'의 첫 번째 섹터가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완성돼 얼마 전 프랑스까지 무사히 운반됐다.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진공용기는 섹터 하나만도 높이 11.3m, 폭 6.6m, 무게 400t에 달하지만, 제작에 허용되는 공차 범위는 불과 2 mm와 0.7°에 불과하다. 60mm 두께를 갖는 특수 스테인레스 소재로 제작 된 이중벽의 복잡한 3차원 형상을 갖는 구조이지만, 프랑스 원자력압력용기 법령에 따라 모든 제작과정이 완전 무결점임을 증명해야 하는 만큼 세밀한 공정과 검사 과정은 이 세상 어느 기계구조물보다 까다로웠다.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당초 진공용기 9개 섹터 중 7개 제작을 맡았던 유럽은 우리나라에 2개의 제작을 넘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핵융합연구소와 진공용기 제작 참여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무려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힘을 쏟은 결과, 결국 세계 최초로 섹터 제작에 성공할 수 있었다.

ITER는 자원 고갈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 생존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인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주요 7개국이 힘을 모은 사상 최대의 국제협력 과학기술 프로젝트다. 1988년 4월 미국 러시아 EU 일본의 주도로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2003년 6월 가입 후 2006년 현재의 7개 회원국들이 공동이행 협정을 맺고 사업에 본격 착수할 수 있었다.

그 후 약 1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ITER 건설은 약 70%의 공정률을 달성하고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에는 사업 참여 7개국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진행하는 국제공동 프로젝트라는 경영상의 복잡성과 독특함도 있지만 거대한 인공태양인 ITER 장치 제작과 건설에 1억도 이상의 초고온, 영하 269도의 극저온, 우주와 같은 고진공, 초대형 규모임에도 초정밀도의 요구 등 수많은 과학기술 분야의 극한을 넘나드는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유럽은 이미 ITER 이후 핵융합실증로(DEMO) 건설을 위한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며, 미국 역시 국가 주도의 핵융합에너지 연구개발에 더하여 록히드마틴과 같은 유수의 기업체 및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들의 활발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주도하에 DEMO 건설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KSTAR를 통해 핵융합 분야의 눈부신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연구 인력은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부족하다. ITER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ITER 사업은 미래 핵융합 발전 기술 확보에 가장 중요하고 용이한 기회인 만큼 ITER를 통한 전문 인력 양성은 우리나라 핵융합 상용화 실현에 가장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불가능에 대한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으로 점철되어 왔다.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이제 누구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갈 수 있게 되었고, 오랜 세월 토끼가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던 달은 벌써 50여년 전에 루이 암스트롱을 통해 그저 황량한 별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이제는 민간우주여행이 가능해지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

지구상에 태양을 만들고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또 다른 인류의 오랜 꿈인 핵융합에너지의 실현도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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