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상임위원 선임에 앞서 상임위원회 위원정수 규칙개정 특별위원회를 먼저 가동하기로 합의하고 원 구성 협상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국회법에 정한 21대 국회 원 구성 법정시한인 8일을 넘기게 됐으나 국회 개원과 동시에 끝없는 대립하던 여야가 합의점을 찾고 협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는 8일 21대 국회 2번째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회 위원정수 규칙개정 특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특위는 총 11명이 참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6명, 미래통합당이 4명, 비교섭단체 소속 1명 등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비교섭단체 1명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추천을 받을 예정이다.
특위 구성은 미래통합당의 제안을 박병석 국회의장이 수용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박 의장은 원래 8일 낮 12시까지 각 정당에 상임위원 선임 요청안을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통합당은 상임위원 선임보다 상임위원 정수 규칙개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어느 상임위에 몇 명을 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상임위원 선임 요청안을 낼 수가 없다"며 "20대 국회의 상임위원 정수를 그대로 적용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정당별) 의원수 변동이 있기 때문에 각 상임위원 수는 알 수가 없다. 미리 상임위원 정수 조정, 더 나아가서 각 정당의 상임위원수 확정 없이는 상임위원 선임 요청안을 낼 수 없다"고 했다.
박 의장은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주 원내대표와 회동을 하고 주 원내대표의 규칙개정 요구를 받아들였다. 박 의장은 "통합당이 제안한 국회 상임위원 정수 규칙 개정 요구를 수용하겠다"면서 "규칙 개정이 끝나면 원 구성도 빨리 마무리해 절박한 민생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 역시 규칙 개정에 동의를 표했기 때문에 이날 본회의에서는 상임위원 선임 대신 특위 구성안을 상정·처리했다. 특위는 오는 10일 오후2시까지 위원정수 규칙개정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상정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현행 규칙은 운영위원회 28명, 법제사법위원회 18명 등으로 상임위원 정수를 규정하고 있다. 상임위원 정수를 바꾸면 정당별 상임위원 선임인원도 달라지기 때문에 규칙개정안이 통과되면 상임위원 선임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 통합당이 위원정수 개정을 밀어붙인 것은 원 구성 협상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민주당과 통합당은 법제사법위원장을 두고 지루한 샅바 싸움을 하고 있다. 국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법사위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거대여당에 맞서 견제력을 잃지 않으려면 법사위를 사수해야 한다는 통합당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수적으로 열세인 통합당의 전략은 법사위를 사법위원회와 법제위원회로 분리하거나 또는 법사위원 정수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행 18명인 법사위를 40~50명으로 늘려 법안심사소위원회도 2개에서 3~4개로 늘리자는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법사위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서 "법사위를 지금처럼 둬서는 제대로 일하는 국회가 될 수 없다. 적어도 40~50명의 법제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안별로 경제, 사회, 외교안보, 헌법 등 소위를 만들면 완벽한 국회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놓고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던 여야가 일단 오는 10일까지 숨고르기에 들어가기는 했으나 원 구성 협상이 원만히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낮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주장하는 법사위 분리 등에는 부정적이다. 반면 통합당은 민주당이 법사위를 볼모로 야당을 위협하며 독재를 하려 한다고 불만이 많다.
김 원내대표는 "첫 번째 원 구성 협상을 했을 때 (민주당이) 위원 정수 규칙 개정 특위를 제안한 바 있다. 그 때 (통합당이) 거절했는데 특위 구성 제안이 시간 끌기를 위한 제안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경계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법사위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법사위 권한을 남용하고 상원처럼 군림해왔던 것은 국회가 지켜야 될 전통이 아니라 시급히 없애야 할 폐습"이라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오른쪽 부터)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의장실에서 상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