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공간은 기본·주행감은 덤”…두 토끼 잡은 트래버스

입력: 2020-05-31 08:55 장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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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쉐보레의 트래버스를 시승한 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2열, 3열 등 실내공간뿐 아니라 주행감에서 오는 만족감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래버스는 이런 점에서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그런 차였다.

이 차는 전장 5200㎜, 전폭 2000㎜, 전고 1785㎜로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한다. 첫 인상은 웅장하다 못해 거대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무겁다는 느낌보다는 스포티한 이미지에 가깝다. 낮지 않은 전고에도 불구하고 동급 대비 가장 긴 전장이 한몫한 것으로 생각된다.

2열은 독립 시트로 구성돼 2명이 앉을 수 있었는데 시트를 앞뒤로 조정할 수 있다. 3열에 사람이 앉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2열엔 열선 시트와 온도 조절 기능이 탑재됐고 USB포트도 마련돼 있었다.

트래버스는 7인승으로 분류되지만 3열은 성인이 앉기에 다소 비좁아 사실상 6인승에 가까웠다. 2열 시트를 어느 정도 앞으로 조정해도 웬만한 덩치의 성인이라면 레그룸(무릎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보였다.대신 아이들이 앉기에는 적절해 자녀를 하나씩 준 가정이라면 두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가기엔 안성맞춤이었다. 공간은 아쉬웠지만 컵홀더 등 수납공간과 USB포트가 마련돼 기본 이상의 편의성은 확보됐다.

운전석은 큰 덩치만큼 널찍했고 수납공간도 만족스러웠다. 특히 디스플레이 하단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가 위로 올라가면서 숨겨진 수납공간이 나왔다. 전자식 룸미러의 화질은 우수했고 후방 카메라의 화질도 선명했다. 디스플레이는 경쟁 차종과 마찬가지로 운전자 중심의 비대칭형 구조가 아니었다는 게 운전자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이날 시승은 내부 공간 등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인지한 상태에서 임했다. 넓은 2열, 다소 아쉬운 3열 공간과 충분한 트렁크 적재공간(기본 651리터) 등은 예상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백미는 주행이었다. 보통 운전의 재미라고 하면 '펀 드라이빙'(Fun Driving)을 떠올리지만 트래버스를 운전하면서는 '편안함의 재미'를 느꼈다. 큰 덩치만큼 묵직함이 느껴졌지만 부드러운 핸들링에 부담은 없었다. 착좌감도 우수했고 팔걸이(암 레스트)의 높이도 적절해 주행 내내 편안한 자세에서 운전이 가능했다.

정차 후 출발 시에도 덩치에 비해 민첩하게 반응했다. 차 무게가 있는 만큼 브레이크는 신중함을 기해야했지만 밀림은 없었고 오히려 생각보다 꽉 잡아주는 느낌을 받았다. 전방충돌 경고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시스템, 저속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등은 대형 SUV를 주행하는 데 있어 꽤 유용하게 작용했다. 전반적으로 '힘이 넘친다'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버겁지도 않았다. 이 차에는 3.6리터 가솔린 V6 직분사 엔진이 탑재됐다.

정숙성의 경우 시내 주행에서는 기대 이상이었지만 고속에서 들려오는 노면 소음은 어쩔 수 없었다. 덩치가 큰 만큼 소음을 잡는 데는 한계를 보였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기어 노브(손잡이)는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최근 흐름인 전자식이 아닌 일반 기어 노브가 탑재됐고 기어의 조작감도 다소 딱딱해 신호대기 시 중립(N) 상태로 전환하는 운전자라면 불편함이 느껴질 만했다.

트래버스의 가격대는 4447만~5457만원이다. 이 차의 선택을 고민하는 경우는 출퇴근 등 데일리카로 활용하거나 주말 가족 나들이용의 세컨트카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상황 모두 운전하는 당사자가 본인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트래버스는 가족만을 위한 차가 아닌 운전자에게도 만족감을 주는 그런 차였다.

쉐보레는 1935년 세계 최초로 SUV를 만든 브랜드로 대형 SUV의 고향인 미국에서 그 위상을 떨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대형 SUV 시장이 날로 커져가는 가운데 트래버스가 그 명성을 이어갈지 행보가 주목된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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