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키보드도 못 보고 입사 … 남들보다 한두발짝 앞서갔다는 것이 행운
남이 안해 본 일 하고파 … 세계 최초 실시간 업무처리에 관계형DB 도입 성공시켜
데이터 전문가 되려면 원리부터 숨은 비법까지 다 깨우쳐야 … 직원 교육에 올인
클라우드로의 변화 필연적… 아마존·MS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협력 논의중
남이 안해 본 일 하고파 … 세계 최초 실시간 업무처리에 관계형DB 도입 성공시켜
데이터 전문가 되려면 원리부터 숨은 비법까지 다 깨우쳐야 … 직원 교육에 올인
클라우드로의 변화 필연적… 아마존·MS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협력 논의중
D파이오니어를 만나다
⑤ 이화식 엔코아 대표
한국 DB(데이터베이스) 분야의 지존으로 통했다. 전국을 돌며 진행한 강연에는 수백, 수천명의 참관자들이 몰려 들었다. DB시스템 구축 과정에 난제에 부딪힌 기업 관계자들이 그를 찾아와 해결법을 호소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수학적 DNA와, 문제의 해법을 스스로 알아내길 즐기는 독학능력은 이화식 엔코아 대표를 국내 DB분야 최고의 대가로 만들었다.
대학 졸업 후 컴퓨터 키보드도 한번 못 보고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전산실에 입사한 그는 DB를 접하자마자 바로 빠져들었다. 막힌 문제 해법을 생각하며 길을 걷다 전봇대에 부딪혀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몰입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가 쓴 전문서적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은 국내 관계형DB 분야 바이블로 통하며 15년 이상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켰다. 기술서적은 1000권도 팔기 힘들다는 국내 출판업계의 통념을 깨고 20만권이 팔려나갔다.
삼성종합화학, 삼성SDS, 한국오라클을 거친 그는 1996년 1월 개인사업을 하다 1997년 11월 국내 최초의 데이터 컨설팅 기업 엔코아를 설립했다. 엔코아는 데이터 컨설팅·솔루션·교육을 축으로 연매출 200억원, 직원 150명 규모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1000여 건의 데이터 컨설팅, 100여 건의 데이터 관리시스템 구축사업을 수행했다.
데이터는 인생의 숙명이었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기술 변혁기에 운 좋게 남들보다 한두 발자국 앞서가서, 들인 것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을 받았다"면서 "남은 기간 세상에 없던 DB를 내놓고, 그동안 연구한 것을 100% 체계화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인터뷰=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36년 인생의 화두였던 데이터와 만난 순간이 궁금하다.
"컴퓨터 자판도 한번 못 보고 1985년 선경인더스트리에 입사했다. 타자를 쳐봐서 시프트(Shift) 키는 알았지만 컨트롤(Ctrl)·알트(Alt) 키는 왜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바로 데이터에 빠져들었다. 특별히 첫 눈에 좋은 친구가 있듯이 데이터가 내게 그랬다. 체질적으로 친숙하고 잘 맞았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고 스스로 익히고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대학에서 배운 집합개념과 닮아 있었다. 컴퓨팅 분야에 데이터라는 영역이 따로 있다고 아무도 생각 안 하던 시기였다. 관계형 DB가 막 나오려고 할 때였다."
-데이터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다른 기술은 유행처럼 변하는데 데이터의 구조는 100년, 10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오래 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골동품이 있고 오래되면 반값도 못 받는 게 있다. IT 영역 중 죽을 때까지 한 우물을 팔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데이터다. 또 하나 매력은 아직 모습이 덜 드러났다는 점이다. 날이 갈수록 더 발전한다. 그러니 평생 해도 안 지겹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보다 좋은 담보가 없다. 큰 변혁기에 남들보다 한두 발자국 앞서갔다는 게 내겐 행운이었다. 돌아보면 내가 들인 것보다 받은 게 훨씬 많다.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
-사회 초년병 시절 세계 최초 프로젝트를 고집해 밀어붙였는데.
"초년병이었지만 과제가 주어지면 나만의 연구를 통해 해법을 찾아 적용하길 고집했다. 주변의 오해와 질책도 있었지만 스스로 노력해 결실을 얻는 보람이 컸다. 삼성이 삼성종합화학을 설립하고 1조5000억원을 들여 충남 태안반도에 10개 공장을 짓는다는 얘기를 듣고 1989년 입사했다. 새로 만들어진 회사에서 남들이 한번도 안 해본 걸 해보고 싶었다. 당시 삼성 비서실과 6개월간 싸워서 세계 최초로 실시간 업무처리(OLTP)에 오라클 관계형DB를 도입했다. 세계에서 아무도 안 한 시도를 1조5000억 짜리 프로젝트에서 한다니 미친 놈이라고 욕했지만 결국 그들이 항복했다. 온갖 난관을 헤치고 프로젝트를 해냈다. 당시 실전경험을 담은 책이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이다. 당시 관계형DB 도입 붐이 일었지만 대규모 투자 후 시스템이 작동 안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해결법을 물으러 찾아왔다. 강연을 하면 수백, 수천명이 모이고, 강연 내용을 녹음하기 위해 탁자에 워크맨 수십 개가 놓여 있었다. 30대 초반 시절이다. 오라클을 나와 개인사업을 시작했는데, 2개월 만에 1년 6개월 치 예약이 끝났다."
-엔코아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회사 이름부터 남이 못 하는 핵만 파고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핵은 작지만 전체를 좌우한다. 핵을 치환하면 세상 전체를 바꿀 수 있다. 소량의 촉매가 화학반응을 촉진하듯이 데이터의 힘으로 기업 경쟁력을 몇배 높일 수 있다. 대관령을 3분에 넘어간다면 고갯길을 운전해본 사람은 코웃음을 치지만 비행기를 타면 가능하다. . 마찬가지로 DB를 잘 쓰면 주어진 문제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풀 수 있다. 2000줄이 넘는 프로그램을 10줄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작업시간을 10초로 줄일 수 있다."
-사업영역은 어떻게 구성되나.
"새로운 데이터 세계를 열기 위해 필요한 학문과 사람, 전문가용 툴을 직접 제공하고자 했다. 쉼 없이 책을 쓰고 강의하는 것은 학문을 위한 노력이다. 또 매일 새로운 데이터 기술을 연구한다. 사람도 중요하다. 자체 교육사업과 책을 통해 수십만명을 키웠다. 교과서 같은 책이 아니라 최고의 고수를 위한 무공비급 같은 책을 만들고자 했다. 이와 함께 '데이터웨어'라는 브랜드로 데이터 모델링·이행·보안·포털 10개 정도 솔루션을 개발했다. 3가지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20년이 걸렸다. 솔루션 사업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고, 앞으로 컨설팅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직원 교육에 올인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IT분야 10년 정도 경력자 10명을 뽑아서 데이터 전문가로 키우고 있다. 외부에 뽑을 만한 인재가 없으니 가르칠 수밖에 없다. 내가 직접 하루 8시간씩 3~4개월간 교육 하는데, 정신교육부터 시작해서 기술교육은 보통 유료과정에서 4일간 가르치는 것을 3주 정도 한다. 밑바닥까지 파고 들어가 진하게 시킨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 학습인데, 전체 중 학이 90%인 게 있고 습이 90%인 분야가 있다. 데이터는 후자다. 바둑을 아는 것과 프로 바둑기사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르듯이 데이터 전문가가 되려면 원리부터 숨은 비법까지 다 깨우쳐야 한다. 특히 컨설팅을 하려면 더 깊은 내공이 필요하다. 유능한 수사관이 무에서 유를 찾는 수사력과 논리력으로 범인을 찾듯이, 산업현장 전문가가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이끄는 눈을 길러야 한다. 작년에도 이런 방식으로 11명을 6개월간 가르쳤는데 현장에 나가면 마인드부터 다르더라."
-집필활동에도 공을 들여왔는데.
"그동안 5권을 썼는데 매우 힘든 작업이다. 이번에 내놓은 책은 10년이 걸렸다. 겨울이면 한달씩 산에 들어가 100쪽씩 써서 모은 결과물이다. 파워포인트 파일로는 수만장이 된다. 파워포인트로 개념을 만들고 시놉시스 작업을 해놓고 책으로 완성한다. 처음 쓴 책인 '대용량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은 15년 이상 베스트셀러였다. 열악한 전문서적 시장에서 20만권이란 기록적인 판매량을 남겼다. 그동안 약속해 놓고 못 쓴 책들이 많다. 몇년 후 은퇴하고 나면 집필에 몰두할 계획이다."
-36년 DB 인생에서 지금은 몇막 몇장인가.
"인생은 3막으로 된 연극이라고 생각한다. 1막의 주제가 DB였다면 2막은 데이터 아키텍처였다. 엔지니어로 전설적 역할을 했지만 그걸 버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1막에선 만들어진 것에서 문제를 고치는 역할을 했다면 아예 문제가 없게 설계하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 운이 좋게도 1막에서는 관계형DB와 타이밍이 맞았고, 2막에서는 EA·ITA(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IT아키텍처)와 흐름이 맞았는데 항상 내가 좀더 빨랐다. 데이터 아키텍처를 완성하기 위해 솔루션 개발도 시작했다.
지금은 3막이다.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시대다. 데이터를 가공하고 융합해 고급 정보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기술이 다양해지고 난이도가 높아졌다. 데이터 분석·융합·가공 등 종합 서비스로 가야 한다. 5~6년 전부터 변화를 시작했다. 길어도 5년 내에 인생 3막을 완성하고, 이후는 강의나 집필에 몰두하고 싶다. 그러면서 그동안 연구하고 결론 내린 것에 대해 100% 체계화하고 싶다. 마지막 한 방울, 한 톨까지 다 쏟아내고 떠나고 싶다."
-데이터 영역은 빠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사업 전략은.
"은행·통신·병원 등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는 핵심 영역에서 계속 참여할 거다. 데이터 거버넌스도 중요하다. 집의 인테리어를 고치려면 정밀 도면은 아니더라도 최소 부동산 중개업소 수준의 평면도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조차 갖춘 기업이 10%가 채 안 된다. 데이터를 융합하고 재활용하기 위한 기본이 안 된 것이다. 이 과정을 도와주고자 한다. 우린 컨설팅에 솔루션도 있어 강점이 분명하다. 그동안 공개 안 한 솔루션도 상반기 중 내놓을 거다. 월 사용료 방식의 구독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하고 정제해 통합하는 데이터 레이크와 데이터 분석도 중요한 영역이다. 마치 통역사처럼, 전혀 다른 이기종 DB끼리 '소통'을 가능케 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빅데이터를 수집·분류·저장·선별해 활용하도록 하는 DMP(데이터관리플랫폼)를 완성해 가고 있다."
-클라우드도 최근 시장의 화두인데.
"클라우드로의 변화도 필연적이다. 지금까지의 클라우드 이전이 있는 짐을 그대로 싸서 옮기는 이삿짐센터 식이었다면 이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집의 설계를 바꾸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것은 이삿짐센터가 할 수 없다. 우리 같은 전문가집단이 필요하다.
우리는 PET가 몸속 암세포를 찾아내듯, 클라우드 이전 과정에서 데이터의 문제를 찾아주는 솔루션이 있다. 또 구글번역기가 완전하진 않더라도 영어 문장을 한글로 바꿔주듯이 기존 오라클 데이터를 포스트그레SQL나 티베로 데이터로 자동 전환하는 기술도 있다. 사람의 수고를 100% 덜진 못하지만 상당 부분 대신해 줄 수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의 협력도 논의 중이다."
-어떤 게 진짜 가치 있는 데이터인가.
"정말 가치 있는 것은 정적 데이터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동적 데이터다. 그게 진짜다. 사람의 예금과 부채가 얼마인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의 행동과 몸짓, 표정에 녹아있는 마음과 성향, 습관이다.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흘리는 동적 데이터를 조합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데이터는 수집이 힘들다. 범인이 어쩌다 흘린 정보로 수사망을 좁혀가는 수사관처럼 강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구글이 공짜 서비스를 하는 이유가 이런 정보를 가져가기 위해서다. 이런 데이터를 레이크에 모아서 제대로 융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데이터를 연결하고 정제하는 게 핵심이었던 정적 데이터와 차원이 다르다. 정적 데이터가 물리적 결합이라면 동적 데이터는 화학적 결합이다. 제대로 융합하면 폭발이 일어난다. 서로 다른 영역의 데이터를 통합·정제·가공해 판매하는 데이터 가공·판매도 하려 한다. 조미료는 모든 식당에서 쓰지만 직접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데이터 분야의 조미료 역할을 하겠다."
-미래 데이터 승부는 어디서 갈릴 것으로 보는가.
"한정된 표본 데이터를 분석해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얽히고 설킨 광범위한 대상을 데이터 네트워크로 연결해 맞춤형 답을 얻어야 한다. 대형마트에서 기저귀와 함께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이 맥주라는 것을 찾는 게 기존 수준이었다면, 이제 대형 공장 안 특정 설비에 이상이 생겼을 때 영향을 받는 대상과 최적의 우회로를 찾는 분석까지 해내야 한다. 표본으론 부족하고 엄청난 데이터 네트워크가 갖춰져야 한다.
훌륭한 내비게이션은 전국 도로를 100% 옮긴 위에 실시간 교통정보를 얹고도 몇겹의 데이터를 더 엮어야 한다. 사고의 원인인 블랙아이스나 공사·사고구간을 피하거나, 몇 시간 후 기상정보까지 분석해 폭설지역을 피하는 경로를 찾아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 광범위한 데이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최적의 정보를 찾아주는 기술이 그래프 DB다. 몇몇 글로벌 기업은 복잡한 데이터의 연결·상관관계와 패턴이 데이터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세트를 쿼리하는 것을 넘어, 상관관계와 패턴을 찾는 데 유리한 DB가 필요해졌다. 그래프 DB는 도로, 교통, 물류, 소셜네트워크, 전력, 제조공정, 부정행위 탐지 등에 쓰일 수 있다. 새로운 장르의 DB를 만들고 있다. 밑바닥의 데이터를 종합하고 수많은 레이어를 연결하는 일은 우리가 지구 상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다. 내가 직접 개발해 새로운 길을 세상에 열어주고 시장을 만들겠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게 내 특기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naturea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