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적폐청산, 상대편 깨기 위한 화풀이… 국민 실망감 커져"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들지도 않은 칼로 재벌·검찰 죽인다? 결국 표 얻으려는 꼼수
최저임금 결정권 지자체로 나눠 업종별·지역별 차등화해야
민간경제 활력 죽어가고 있어 올 2.4% 성장 목표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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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적폐청산, 상대편 깨기 위한 화풀이… 국민 실망감 커져"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에게 고견을 듣는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근로자는 고용주가, 집 안가진 사람은 집 가진 사람, 중소기업은 대기업, 정부는 시장을 다 적폐로 보는 구도가 생겨났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적페청산을 외치면서 칼을 휘둘렀는데 그게 공정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았어요. 그 후유증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중략)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경제가 나쁘다는 것을 실제로 믿지를 않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상대하는 사람들은 공무원, 대기업 사람들, 대기업 노조 등 기득권층이고 이들은 지금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거든요.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 '할 말이 없다'고 할 수밖에요."

햇수로 4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정책적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까. 올 한 해마저 정책 수정 없이 질주하면 한국경제는 실낱처럼 남아있던 희망도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경제성장정책 연구에 매진 해왔고 '훈육된 자본주의'를 주장해온 숙명여대 경제학과 신세돈 명예교수로부터 한국경제 한국사회의 진단을 들었다. 신 교수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권력의 과잉에 빠져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신 교수는 "집권 세력은 그동안 권력에 너무 굶주려온 사람들로 권력의 칼을 함부로 휘두르고 있다"며 "그나마 그 '칼춤'이 국민을 위한 칼춤이어야 하는데, 자신들을 위한 칼춤이 되고 있다"고 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신 교수는 "우리 사회가 환골탈태하려면 사람에 대한 평가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질주의, 연고주의와 협량한 사고 수준 등이 지금과 같은 패거리 정치와 경제적 계층 심화를 만든 요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어떤 언행을 했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며 "우리 사회가 까마귀만 모인 사회로 전락하고 있고 백로가 자꾸 배제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인터뷰는 마침 한은이 작년 한국경제 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한 날 이뤄졌다.



-한은 작년 경제성장률 속보치를 보면 간신히 2.0% 턱걸이를 했는데요.

"속보치이기 때문에, 들어가야 할 데이터가 들어가 있지 않아요. 12월 자료가 많이 빠져 있다고 보면 됩니다. 주로 10월 11월 자료만 보고 추산한 거라고 봐야 돼요. 다음 달에 나오는 잠정치를 보고 얘기를 해야 정확합니다. 속보치만 갖고 분석을 해보더라도 몇 가지 놀라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어떤 점이 그런가요.

"2019년 전체는 물론 설비투자가 7분기 연속 감소예요. 7분기 연속 감소는 해방 이후에 한 번도 없던 일입니다. 최장기 신기록이에요. 작년에 2.0% 성장했다고 하는데, 민간부문 기여분이 0.5%포인트, 정부부문 기여분이 1.5%포인트예요. 민간 기여 0.5%포인트는 굉장히 낮은데, 얼마나 낮은가 봤더니 지난 50년 동안 네 번째로 낮은 겁니다. 나머지 세 번 낮은 경우를 봤더니 IMF외환위기, 석유파동, 미국 서브프라인 사태 때였어요. 그 정도로 민간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졌다는 겁니다. 정부 기여 1.5%포인트는 높이기로 따지면, 공동 4위인데, 언제 높았나 봤더니 IMF외환위기, 석유파동, 1975년 월남 패망 직후 다음으로 높았습니다."

-민간부문 성장 기여도가 낮고 정부부문 성장기여도가 높은 것은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우리경제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겁니다.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이 죽어가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예요. 저는 다음 달에 잠정치가 나오면 2.0% 추정이 깨질 수 있다고 봐요. 우격다짐으로 2.0%를 만들었어요. 올해 성장목표 2.4%도 달성이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작년 목표가 2.6~2.7%였다가 속보치로 나온 게 2.0%잖아요."

-지금 한국경제의 최대 위험요소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문재인 정부의 말이 맞는 부분도 있어요. 우리 경제가 경제동력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부터 쭉 내리막을 걸어왔어요. 특히 제조업 분야가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고 경제가 비실비실한 상태에서 2015년,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수출이 안 좋았어요.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제가 허약한 상황이었는데 2017년도 들어 반도체 특수가 터지면서 성장률이 반짝 올라오니까 문재인 정부는 '우리 경제가 괜찮다'고 생각을 하고 최저임금, 주52시간근무제 등을 터뜨려버린 거예요. 지금 경제가 안 좋은 것은 첫째, 2012년서부터 체력이 안 좋은 상황에 있었다는 것이고 둘째 그런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 타이밍을 잘못 맞춰서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한 것과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인 데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상승작용하면서 우리 경제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고 봅니다."

-현재 최저임금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능력이 되는 수준입니까.

"저는 최저임금 동결만으로도 부족하다고 보는데, 어쨌든 낮추자고는 못하니까. 앞으로 최저임금을 올릴 때는 업종별 지역별 차등화하자는 겁니다. 어떻게 서울 기업과 거제도 기업이 같을 수 있느냐는 겁니다. 지역에 따라서 형편에 맞는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합니다. 저는 광역 지방자치단체별로 최저임금의 결정 권한을 나눠갖는 게 좋다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바운더리를 정해주고 그 기준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플러스 마이너스 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요. 업종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그런 방식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가요.

"저는 노동조합의 정치적인 압력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정부가 노조의 힘을 얻어서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무시할 수가 없고, 또 노조 출신이거나 노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이들이 지금 정권 실세로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하기가 어렵다고 봐요. 이 정부에서는 씨가 안 먹힌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소위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사회 각 분야에 사정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데, 노조만은 예외예요.

"노조나 노동 부문에 있어서 적폐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분야보다도 개혁이 필요한 분야가 노동 분야라고 하는 것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그것이 되지 않았습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도 노조의 정치적 힘을 이길 수 없는 정치적 취약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투표권이란 정치적 힘을 갖고 있으니 무시할 수 없었어요. 예외라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전두환 정부 때 정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문 정부는 적폐청산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어요. 적폐청산이 순수한 적폐청산이 아니라 내편 네편 갈라치기 하는데 그치기 때문이에요."

-편가르기에 그쳤단 말씀인가요.

"검찰개혁 한 번 볼까요. 검찰개혁에서 조국이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했는데, 그런데 지금 하는 것 보세요. 올바른 방향이 아니잖아요. 그 사람들이 얘기하는 '적폐'라는 것은 자기들을 위한 '적폐' 대상인 거예요. 상대편을 깨기 위한 적폐라는 겁니다. 이것은 적폐청산이 아니고 분풀이고 화풀이라는 것이지요. 처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아름다운 말은 다 갖다 썼잖아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나요? 처음에는 국민들이 잘 모르니까 신선하다고 했는데, 지나놓고 보니까 그들을 위한 검찰개혁, 그들을 위한 적폐청산인 거예요. 자기들의 이익과 맞으면 적폐청산이고 맞지 않으면 아닌 겁니다. 이제 그들의 본심이 다 드러난 겁니다. 그래서 저는 '문재인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적폐청산 얘기하지 마라, 더 이상 공감 못 일으킨다' 그렇게 얘기하고 싶어요. 국민들의 지지를 잃었다고 보는 거예요. 앞으로 적폐 이야기 하면서 개혁을 또 들고 나오면 강력한 중산층의 반발을 얻을 뿐 아니라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긍정적인 생각을 전부 철회하는 상황을 맞을 거라고 봐요. 사실 저도 (문재인 정부에) 기대를 했었는데, 이제 사회가 좀 더 맑아져야 한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실망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 신뢰를 회복할 방법은 없습니까.

"김상조로 대표되는 참여연대 사람들은 적폐청산 대상을 재벌이라고 했잖아요.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저는 2016년서부터 '대기업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도 문제가 있다'고 했거든요. '중소기업은 소위 갑질 안 하나? 한다' 그랬거든요.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다 갑질로 얽혀있다', 신문사도 나는 갑질 한다고 봐요. 학교도 갑질을 한단 말이에요. 이런 근본적 비합리적인 것을 차근차근 고쳐나가는 것이 필요한데, 이 양반들은 재벌이 문제라고 하면서 달려든 겁니다. 사실 재벌문제라는 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지적을 해온 겁니다. 소위 중경회(中經會, 김대중 대통령의 후보 시절 정책적으로 도와줬던 학자들의 모임, 후에 김대중 정부 경제정책에 참여했음) 사람들이 계속 지적을 했잖아요. 그런데 잘 안 돼요. 왜 안 되냐? 대기업들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은 겁니다. 대기업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법부 사람'도 굉장히 많은 겁니다.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재벌 개혁을 못한다고 봤고, 못하는데 자꾸 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들의 표를 얻기 위한 꼼수다 이렇게 봅니다.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 전반의 생활 속 갑질부터 없애야 한다는 겁니다. 학교에서도 교장 선생님과 선생님간 평등한 관계에서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교회, 학교, 일반 중소 및 대기업 등 우리 사회 모두가 상대편을 존중하는 그런 사회가 되는 것이 적폐청산이라고 봅니다. 대기업만 타깃 삼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성공하지고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생활적폐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

-우리 사회 누구나 약간의 '지대'(rent)를 갖고 있잖아요. 그것을 합리적 선 이상으로 추구하는 것이 '적폐'라고 보는데, 특히 일부 지역에 폭등하는 전세가도 그 맥락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까도 말씀했지만, 우리 사회는 '적폐'로 얽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적폐 즉, 지대추구를 조금만 낮춰도 우리 사회는 평화가 찾아옵니다. 임대차 관계도 그래요. 예를 들어, 저는 전세를 주는 사람 입장인데, 많은 사람들이 전세를 주고 또 받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저 같은 경우는 그래요, 오래 전에 집을 넓혀가다 보니 2주택 가구가 되었는데, 전세 들어온 사람한테 그래요, '신 교수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물어봐요. 보일러 고장났다고 하면, 고치시고 영수증 보내세요, 수도꼭지 고장났다고 하면 고치시고 또 돈 보내줘요. 또 전세도 2년 단위로 계약할 때 저 같은 경우에는 시세가 4억 할 때 저는 2억에 줬어요. 절반에요. 저는 4억을 받아도 은행에 넣어봤자 세금 떼고 해봤자 보탬도 안 되는 것이고, 그리고 그분들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데 그걸 내가 시중에 전세값 올라갔다고 올려받을 수 있겠는가 생각을 한 겁니다. 그렇다면 잘 보세요. 내가 2주택자잖아요. 그러면 나를 중과세할 게 아니지요. 나같이 이런 식으로 하는 사람들은 혜택을 주고 권장을 해야하지 않겠어요?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임대차를 하면서도 서로 고마워하지 않겠어요. 혜택을 주고 받고 하는 구조라면 서로가 조금씩 양보를 하면 사회적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거예요. 이런 것을 권장해야 하는데, 이 정부 들어와서는 계속해서 날아오는 편지가 '임대소득 신고 하십시오'라는 겁니다. 2000만원 이하 소득자도 이제 소득을 죄다 신고하라는 거 아니예요? 그런데 저는 이번에 알았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제가 2억원 줬다고 했잖아요. 전세금이 3억 이상이어야 과세대상이 되는 거예요.(웃음) 그거 하나 혜택을 받은 겁니다."

-세금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우리가 생활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이런 문화가 기업에도 정착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내가 100명의 종업원을 둔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데, 회사가 좀 어려워졌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 직원들이 가정을 꾸리고 아이들 교육도 시켜야 하는데, 어려워도 자르지 않고 오히려 급여를 좀 올려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정부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기업 경영인이 하는 거니까 그에 대해 정부가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근로자들은 그런 고용주가 얼마나 고맙겠어요. 자기 고용주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도록 하는 분위기를 이 나라가 만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자꾸 세금 때려가지고 사람들 신경만 건드리지 말고 개개인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합리적 것을 고쳐나가고, 서로가 존종하고 이해하는 관점에서 적폐를 없애는 방법이 현명하다는 겁니다. 집 가진 사람들을 마치 적폐로 모는 지금과 같은 부동산 정책은 답이 아니라는 거지요. 들지도 않는 칼을 들고 재벌 죽인다고 하고 검찰 죽인다고 하면 되겠어요?"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홉스적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다 적인 거예요. 다 죽일 놈인 겁니다. 근로자들이 고용주를 죽일 놈으로 보는 분위기를 띄우는 거예요. 그 다음에 집, 기업하는 사람들은 정부, 노조가 다 죽일 놈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러니 정권 때려 엎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겁니다. 분노가 넘치는 이런 사회를 만든 것은, 애시 당초 문재인 정부가 실을 잘못 꿴 데서 비롯된 겁니다. 저는 문제를 그런 식으로 풀면 절대로 안 풀린다고 봐요. 옷을 벗기려면 바람으로는 못 벗기잖아요. 더우면 저절로 벗잖아요. 역발상을 해서 바른 쪽으로 정책 수정을 해야 합니다. 자꾸 때린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또 제대로 때리지도 못해요. 백날 재벌 때린다고 해봤지만, 이 사람들 변호사로 빠져나가고 정경유착으로 빠져나가잖아요. 국민들이 수십 년을 봐온 겁니다. 새 정부가 들어와서 막 무엇을 할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다 미꾸라지 같이 빠져나가고 마는 겁니다. 그러니 국민들은 믿을 놈 한 놈도 없다 그러는 거 아니에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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