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현대자동차 등 2개 이상의 금융업종을 영위하는 6대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 금융그룹감독제도가 도입된 지 2년여가 지난 가운데, 금융당국이 올 1분기 중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는다. 그룹리스크 평가방안의 정교화,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인에 따른 그룹위험 관리 강화 등이 골자다.
29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그룹감독제도 향후 추진방향' 세미나를 개최하고 금융감독제도의 성과와 향후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금융그룹감독제도는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중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중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면서 금융지주가 아닌 금융그룹을 대상으로 한다. 지배구조, 자본적정성·유동성·리스크관리 등 5개 부문을 감독하는 모범규준으로 지난 2018년 도입됐다. 특정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부문 전체로 전이되는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현재 삼성과 한화, 미래에셋, 교보, 현대차, DB 등 금융그룹이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은 그룹차원의 위험요인을 종합적·포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금융그룹 스트레스테스트 실시, 위험요인별 그룹한도 설정, 계열사별 한도배분 등 그룹 스스로 위험요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제도의 정교화 및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그룹위험을 유형별로 나누어 평가하기 보다는 다양한 그룹 위험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그룹위험 평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룹 위험의 정확한 위험액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등급산출 방식으로 평가를 추진하고 그룹위험관리 평가결과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자본적정성 평가등급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금융그룹 차원의 주요 위험요인 공시를 통해 시장과 투자자의 자율감시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이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이는 주요국 중앙은행·은행 감독 당국 대표들로 구성된 바젤위원회가 정한 바젤 기준 규제(필라Ⅰ∼Ⅲ) 중 하나인 필라Ⅲ를 말한다. 금융그룹의 재무상황, 지배구조와 리스크관리 등에 대해 접근이 쉽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적절하게 시장과 투자자에게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특히 현행 모범규준은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과 위험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 규율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연의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그룹이 스스로 리스크를 측정·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감독당국은 그 시스템을 점검하는 소위 필라Ⅱ 제도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선진국은 일찍부터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을 체계화하는 데 비해 한국은 국제적 정합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제시된 과제들과 논의된 내용들을 토대로 1분기 중 금융그룹 감독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으로는 모범규준을 개정·연장 시행한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