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인구이동률이 47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은 경기 둔화와 무섭게 치솟는 주택 가격 여파로 이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으면 직장 내 타 지역 인사 이동이나 승진, 이직 등으로 새로운 집을 매매하거나 더 나은 조건으로 지역을 이동하는 인구가 늘어나는데 경기가 둔화되면 이러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 9·13대책 등 부동산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주택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 대책 강화 정책을 펼치면서 작년 주택매매 거래량은 전년에 비해 6.0% 감소했다.
29일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의 '2019년 국내 인구이동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인구이동자 수는 710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2.6% 감소했고 인구이동률은 1년 전보다 0.4%포인트 감소한 13.8%로 나타냈다. 인구이동률이 이처럼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1972년(11.0%) 이후 처음이다.
사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구이동률이 감소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나라 국내 인구이동률은 1989년 21.9%, 1999년 20.0%, 2009년 17.1%, 2019년 13.8%로 매년 쪼그라들었다. 국내 인구 이동률이 줄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작년 인구이동률은 9.4%였다. 일본은 아직 작년 4분기 및 연간 인구이동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4%대로 추정된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 과장은 "인구 이동률이 하락한다고 해서 경제활력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인구이동률 감소가 안정화 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인구이동 감소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데 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전년보다 0.7%포인트 감소한 2.0%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부동산 정보 사이트인 부동산 114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격은 8억2376억원으로 2017년 상반기 대비 40.8%(2억3852억원) 치솟았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자료를 보면 2019년 11월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 단지 평균 가격은 2017년 5월에 비해 32%, 개별주택 가격으로는 4억원가량 증가했다. 최근 2년 간 매년 1~2억원 이상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저출산·고령화도 영향을 미쳤다. 상대적으로 이동이 잦은 20~30대 젊은층 인구가 줄어든 반면 이동 성향이 낮은 60대 이상 노인들은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여기엔 KTX 등 교통수단 개선도 한 몫 했다. 서울인구는 10~20대 이외 모든 연령층에서 순유출을 기록했는데 집값 상승을 포함해 교통수단이 개선되면서 경기 등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한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꺼리는 현상으로 이동률이 높지 않은데 비해 한국은 이동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인구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결론적으로 인구이동 감소는 경제활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성승제기자 ban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