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긴장 반복되면 국제유가 100달러 갈 수도"
12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해 12월말 배럴당 67.27달러, 서부텍사스유(WTI)는 61.05달러에 각각 거래돼 9월말 대비 10.4%, 12.9% 각각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4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및 러시아 등 비회원국의 증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5~6월 급락했다. 이후 혼조세를 보이다 4분기 이후 다시 오르는 분위기다.
연초에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 우려감이 고조되는 등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WTI가 지난해 5월 이후 약 8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극단적 긴장이 반복되면 국제 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아 글로벌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과거 사들인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익이 증가한다. 또 유가상승은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마진에도 긍정적이다. 국내 정유사는 두바이유 수입비중이 80%를 넘는데 한국으로 들어오는 데 통상 한달여가 걸린다.
하지만 정유업황의 글로벌 수급부담이 여전해 유가상승이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인도와 중국 등에서 공급이 대폭 증가한 데다 지난해는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수요마저 위축돼 고유가 기조가 판매단가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4분기는 특히 중국 티폿(소규모 민간 정유사)들이 연말 쿼터(할당) 소진을 위해 가동률을 높이는 시기여서 공급부담이 가중된다.
하지만 이 경우 단기적 비용부담이 커 선박유를 벙커C유대신 저유황유로 대체할 것이란 예상도 나와 디젤 등으로 수요가 분산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분위기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MO 2020 규제 시행에도 디젤 등 정제마진 변화는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유가 상승으로 분기 영업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평균판매단가(OSP) 상승과 정제마진 축소로 정유부문 수익성은 부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재고자산 평가익이 증대는 실적부진을 일부 상쇄할 만한 요인이어서 2018년 4분기와 같은 대규모 적자는 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도 정유사의 지난해 4분기 예상실적을 전망치보다 낮추고 있지만 적자까지는 내다보지 않고 있다. 2018년 4분기의 경우 정유 4사는 1조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정유업황이 어렵지만 4분기 유가상승은 부진을 일부 상쇄할 만한 요인으로 꼽힌다"면서도 "업황 불황은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렵고 IMO 2020에 대한 호재 예측 시점도 늦어지는 양상이어서 이란 사태 완화에도 앞을 내다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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