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바닥'에 근접하고 있다는 전망이 또 다시 나왔다. 4분기 내림폭이 5%, 내년 1분기에는 그보다 더 작은 폭의 감소세로 바닥을 찍은 뒤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결과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판단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증설 움직임에도 완급조절과 미래 투자에 집중했던 만큼, 내년 2분기 이후 본격적인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1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4분기 D램 평균거래가격(ASP)는 전 분기보다 5% 감소할 전망이다. 이들은 "10월 거래량이 전 분기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는 구매자의 지불 의사가 늘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공급 업체의 재고 수준이 충분히 낮아지면 더 이상 가격을 인하할 필요가 없고, 이는 내년 D램 가격의 안정화와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2분기까지 D램 가격은 분기 당 20~25% 수준으로 큰 폭의 내림세를 이어갔지만, 3분기 들어 15~20% 수준으로 하락폭이 둔화했고 4분기에는 더 완만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내년 1분기에는 낮은 한자릿수 대의 가격 내림세를 예측했다.
D램익스체인지 관계자는 "삼성의 생산능력 확대 계획과 내년 중국 D램 제조업체의 웨이퍼 생산 시작은 시장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며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 대부분의 투자가 1z나노(㎚) 공정에 투자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 웨이퍼 용량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공급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둔화할 것"이라며 "중국의 경우 생산 최적화 등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년 D램 공급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상대로면 10월 말 기준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던 D램 가격은 이후 연말까지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예측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D램 재고물량은 내년 상반기 쯤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측했고, SK하이닉스도 연말까지 큰 폭의 재고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선제 대응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탄력적인 제품 생산 믹스로 이를 극복했고, 동시에 업계 첫 1z 나노 D램 준비도 차질없이 진행해 내년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1년 만에 처음 감산을 공식 선언해 재고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다.
마이크론 등도 감산에 동참하면서 우려했던 '치킨게임'은 일어나지 않았고, '다운턴'도 1년 만에 그 끝이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두 회사가 탄력적인 투자 속도조절과 미세공정을 앞세운 가격·성능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 중심의 영업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낸드플래시는 이미 올 3분기부터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내년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시 늘면서, 올해보다 20% 가량 늘어난 33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의 배 이상 늘어난 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치킨게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주요 사업자들이 경쟁보다는 시장 수요에 맞춰가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해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었다"며 "아직 미·중 무역전쟁 등의 불확실성으로 당장 낙관하긴 어렵지만, AI(인공지능)와 5G 시대 진입으로 내년 이후 수요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8월 6일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에서 반도체 패키징 생산 라인을 둘러보며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