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에 입당한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저와 똑같은 목소리를 내줄 분들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정의당과 새로운 출발을 함께 하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다시 이 험난한 곳에 들어와서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며 "노회찬 전 의원의 말씀을 기억하고 정의당에 입당했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이 떠 올린 노 전 의원의 말은 6411번 버스다. 노 전 의원은 구로를 출발해 강남을 향하는 새벽 첫 버스를 타는 청소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6411번 버스로 칭했다. 이 전 의원은 "노 전 의원이 말한 6411번 버스는 구로·대림·영등포를 지나 강남으로 간다. 구로·대림·영등포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이주민이 살고 있다"며 "같이 사는 주민인데 존재가 없다"고 6411번 버스에 이주민의 삶을 투영했다. 이 전 의원은 "어떻게 보면 이주민에게도 정의당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투명 정당일 수 있다"고 했으나 "정의당이 이주민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약속과 함께 큰 부담과 책임을 함께 나눌 것이라 했다. 정의당은 약자의 목소리를 대신 내고 행동을 함께하는 깨어있고 열려있는 분들이라 했다"고 정의당에 대한 신뢰감을 표했다.
이 전 의원은 "대한민국에는 250만 이주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직 이주민은 우리 사회의 약자고, 경험과 문화, 언어 여러 가지 차이가 차별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러니 아직도 6411번 버스 이용하는 이주민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이다. 제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고맙겠다"며 "주변에 조용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누군가를 응원한다면 조용히 응원하지 말고, 큰 소리로 응원하고 함께 행동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의정활동을 떠올리며 "저는 보편적, 기본적 권리에 대해 말하고자 노력해 왔으나, 그걸 말하는 사람이 저이기 때문에 왜곡되는 일이 참 많았다"며 "저는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다만 여러분과 한국사람이 되는 과정이 달랐을 뿐, 대한민국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도 여러분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것에 대해서는 "(의정활동 초기) 왜 하필이면 새누리당에 들어가냐는 질문이 많았다. 그 때 당시 (입당) 제의를 했던 당이 새누리당밖에 없었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나올 수밖에 없던 부분들은 (한국당이) 제가 추구하는 바가 굉장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한국당이) 우리 사회 곳곳의 약자들이나 그런 마이너리티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으나 그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은 입당과 함께 정의당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 전 의원은 당분간 21대 총선 출마 등 향후 계획보다 이주민인권 향상에 더 힘을 쏟을 생각이다. 이 전 의원은 "(지역구 출마보다) 지금은 이주민인권특별위원장을 맡은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의당의 모든 공천은 당원들이 결정하는 걸로 안다. 활동을 하고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정의당원들의 마음과 믿음, 신뢰를 얻게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입당식에서 "(19대 국회에서) 서로 앉은 위치는 달랐지만 이주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이 전 의원을 늘 응원했다"며 "진보정당이 더 단단하고 강했다면 처음부터 함께 할 수 있었을텐데, 늦었지만 이렇게 정의당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두 손 꼭 잡고 함께 나갈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심 대표는 "이제 우리는 '이주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더 이상 이주민을 다른 사람, 이방인 취급하지 않고 함께 공존하면서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동반자로 인식하는 성숙한 인권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 제도와 정책의 정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의당이 주장해왔던 '취업이주민의 노동 인권 보호', '폭력피해 여성 지원 강화', '여성차별철폐협약 권고에 따른 이행' 과 같은 조치들을 통해 이주민들의 권리를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귀화인 국회의원으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으나 최근 한국당을 탈당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이자스민 전 의원(왼쪽)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입당식에서 심상정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