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北核, 춘래불사춘

박미영 정경부 정치·행정팀장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DT현장] 北核, 춘래불사춘
박미영 정경부 정치·행정팀장
창밖엔 봄볕이 내리쬐고 봄바람이 살랑대기 시작했는데, 한반도의 봄은 아직 멀었나 보다.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서막을 열 것이라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예상하고 싶지도, 예상치도 못한 결과였다. 최소한 '스몰딜'은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대체적이었다. 그러나 트럼프와 김정은은 '사단'을 내고 말았다. '노딜, 노프로미스(No deal,No promise)'. 합의도, 만남의 기약도 없이 양 정상은 하노이를 떠났다.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결과에 트럼프도 김정은도 국내외적으로 타격을 입었지만 그 사이에 끼어있던 우리 정부는 '의문의 1패'를 당했다.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다.

2차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대는 상당히 높았다.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는 2차 미북정상회담을 생중계하기 위해 대형 TV도 설치했다. 기자들을 위한 '서비스'라지만, 내심 트럼프와 김정은의 '세리모니'를 함께 지켜보며 축포를 터트리고 싶었을 거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서 '스몰딜'은 아닐 거라 장담했다. 어떤 형식이든 '종전선언'도 이뤄질 거라 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신(新) 한반도 체제'의 돌입을 선언했다. '쾌도난마'식 타결을 기대했던 걸까. 지난달 28일 하노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확대회담 직전까지 보여준 '캐미'에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활짝 열릴 거라는 확신에 찼다. 그러나 '축포'를 너무 일찍 터뜨렸다. 기대와 확신은 30분여 만에 처참히 무너졌다. 트럼프는 회담장을 박차고 나갔고, 김정은은 떫은 미소를 띄우며 숙소로 돌아갔다. 기자실은 술렁였고 청와대에서는 "몇 시간 만에 분위기가 이렇게 이렇게 바뀔 수 있느냐"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우리 정부는 뚜벅뚜벅 갈 길을 가야 한다. 그러나 우선해야 할 건 회담 결렬의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는 거다. 그래야 또 다른 기회의 장을 열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의 판단을 보면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의 결렬된 게 '미국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북한이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해서 들어줄 수 없었다 했고, 김정은은 완전한 제재 해제가 아니라 유엔 대북 제재 중 5개 만 해제해달라 했는데 미국이 영변 외에 다른 것까지 내놓으라 해서 합의할 수 없었다 했다.

2016년 이후 이뤄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5건은 원유 반입·석탄 및 노동자 반출 등 사실상 대북제재의 핵심이기 때문에 북한이 전체를 요구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미국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다고 하면, 마치 우리 정부가 북한의 편에 선 듯한 인상을 풍길 수 있는 대목이다. 양국 정상 간 논의의 결과에 대해 한쪽 입장에 치우쳐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본이나 중국은 어느 한 편을 들어도 되지만 중재를 자처하는 문 정부는 균형을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회담을 통해 확실해진 건 미북 간 대북 제재에 대한 인식 차다. 우리 정부는 남북 경협 등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미북 관계도 개선돼 종국엔 북한을 완전한 비핵화로 이끄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결렬되면서 대북 제재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당장 유엔 안보리도 당분간 대북제재 해제 논의는 없을 거라 못 박았다. 남북경협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이제 우리 정부의 구상을 손봐야 한단 얘기다.

'비핵화 완료 전까지는 돈은 못준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급해진 건 김정은 쪽이다. 핵 보유와 제재 해제는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을 북한에 인식시키고 핵을 포기할 때 분명한 대북 지원 의사가 있음을 보여줘 핵 포기 결단을 도와야 한다. 지금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이미 미국은 남북관계 발전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북한 핵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고려해 과속페달을 밟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 기대어 '헛된 희망'을 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영변 외 시설'을 다음번 카드로 준비하라 설득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 '북한을 만나 설득해달라'고 한 것도 이런 메시지를 전해달라 한 것일 거다. 문 대통령은 한미·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에서 끊어진 미북 간 다리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그 지난하고 부단한 노력에는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와 번영이 우리의 목표지만 선결 조건은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다. 한미동맹이 바탕이라는 원칙이 깔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너무 쉽게 들뜨거나 좌절해서도 안된다.

박미영 정경부 정치·행정팀장 mypark@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타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