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기름값 잡을 요인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과 함께 국제유가가 3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했다. 우선 18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던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지난주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ℓ당 30원가량이 인하돼 연중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다만 국제유가 하락분이 국내 석유제품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필요해 곧바로 반영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1주 휘발유 가격은 ℓ당 1660.37원으로, 전주(10월 5주)보다 29.67원 떨어졌다. 올 들어 최대 인하 폭이다. 그동안 국내 휘발유 가격은 지난 6월 4주를 시작으로 1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왔다.
경유 가격도 마찬가지다. 휘발유와 마찬가지로 18주 연속 올랐었다가 이달 1주 ℓ당 1475.39원으로, 전주보다 19.88원 빠졌다. 정부가 유류세 15%를 인하하겠다는 한시적인 정책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24 달러(7.1%) 하락한 55.69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WTI는 12거래일 연속으로 약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11월 16일 이후로 1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루 낙폭으로는 2015년 9월 이후로 3년여 만에 가장 컸다. 이번 주까지 포함하면 6주 연속 하락세다. 지난달 초 4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것과 비교하면 20% 이상 하락했다.
국내유가가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는 데는 약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유류세 인하와 국제유가 하락이 겹치며 국내 기름값이 더 내려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다만 정부가 기대한 수치만큼 시장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자영주유소들의 동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체는 직영주유소에 곧바로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했지만, 이는 전국 주유소 10%, 약 1000개에 그친다. 애초 정부는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이 각각 123원, 87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주간 기준으로 휘발유는 30원 떨어지는 데 그치고 있다.
실제 과거 정부는 세계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유류세 인하 카드를 꺼낸 바 있다. 그해 5월 3주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16.98원이었지만, 다음 주인 4주에 1876.62원으로 59.64원이나 급등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급등이었다.김양혁기자 m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