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BMW 등 국내 기만
화재 위험 알고도 침묵만 지켜
글로벌 완성차 공룡과 정면충돌
증거편재·기술 열위 등 '삼중고'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등
평평한 운동장 만들어줄 제도 시급
화재 위험 알고도 침묵만 지켜
글로벌 완성차 공룡과 정면충돌
증거편재·기술 열위 등 '삼중고'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등
평평한 운동장 만들어줄 제도 시급
'수입차 저격수' 하종선 변호사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에 독일차 업체의 '요소수 조작', BMW의 '화차 포비아'까지…. 이만하면 수입차 저격수다. 약 30년 전 현대자동차 법무실 소속으로 기업을 방어했던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사진)는 이제 소비자를 위해 글로벌 완성차 '공룡'들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하 변호사는 현대해상화재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주행 중 잇단 화재사고에 휘말린 BMW 소송도 마찬가지다. 하 변호사는 19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3가지 정도로 나눠 소를 제기했다"며 "화재 발생한 차량, 리콜(결함시정) 대상 차량이면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차량, 작년부터 판매한 차량 등이 대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두 합쳐 600명 이상이 참가 중이며 추가로 400명 정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결함은폐'다. 그는 "BMW는 2016년부터 화재 발생을 인지했지만, 감추고 리콜을 하지 않았다"며 "조용히 해온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했다. 현재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모듈 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BMW는 기술적으로 고압 EGR 시스템만 채택한다"며 "다른 제조사는 저압과 고압 EGR을 함께 적용하는데 고압 EGR만 적용하면 근본적으로 화재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배기가스 저감장치인 DPF를 거치지 않은 물질들이 EGR 밸브에 낄 수밖에 없고 고온의 공기가 지속해서 발생해 화재 위험이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EGR 모듈을 교체할 게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돼 있는 흡기다기관 제품을 금속 재질로 바꾸거나, 다른 업체들처럼 고압·저압 EGR을 장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은 이르면 내년 여름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형사 고소한지 21일 만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경찰 수사 결과는 앞으로 민사소송에서도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하 변호사는 이번 소송 외에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소송과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등 독일차 5개사의 유로6 차량 요소수 탱크 담합, 벤츠·만·볼보 등 상용 트럭 소송 등도 진행 중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수입차 저격수'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하 변호사는 "결함이 생기고 결함에 대해 인정할 건 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맞다"며 "미국에선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상하게 끝까지 가자는 식으로 소비자를 대한다"며 "프리미엄 자동차 메어커로서 독일차 업체가 하는 부분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증거 편재(偏在)와 경제적 열위, 기술적 열위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하 변호사는 "기업과 소비자의 대결은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르는 경기와 같다"고 했다. 내로라하는 세계 기업이 유독 국내만 들어오면 '두 얼굴'이 된다.
일단 증거 편재가 문제다. 기술력도 자동차 제조사와 상대가 안 된다. 경제적으로도 소비자가 열위다. 이를 소송에서 극복하는 것은 어렵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만 이상하게 법이 기업에 유리하게 돼 있는 점을 악용해 소송해서 끝까지 가자는 식으로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를 바로 잡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운동장을 평평히 만들어줄 제도가 시급하다. 하 변호사는 "강조하고 싶은 건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재판에 앞서 원고가 피고 측 관계자를 불러 심문까지 진행할 수 있게 한다. 물론 피고 측 역시 원고를 불러 심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법원에서만 대질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증인신문 역시 시간적 제약이 있다. 결함 입증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 하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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