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포럼] ICT 혁신 이끌 超저전력 반도체](http://contents.dt.co.kr/images/201808/2018083002102369640001[1].jpg "[포럼] ICT 혁신 이끌 超저전력 반도체")
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보관되어야 하는 상황은 스마트폰 사용의 증가가 가져온 중요한 변화중 하나이다. 최근 30여년 동안 생성된 데이터는 인류가 지난 5천년간 축적한 지식보다 월등히 많고 이는 최근 3년 동안 생성된 데이터보다는 훨씬 작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양의 데이터가 매일 생성되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들은 주요 포털 사이트나 SNS 업체에서 운영하는 데이터센터에 저장되어 있는데, 최근 언론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낮출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IC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로 인해 골치 아픈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를 '저렴하고 자연스럽게'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차가운 심층수가 있는 바다 깊은 곳이나 북극처럼 추운 곳에서 자연스럽게 냉각하는 방법을 찾거나, 아예 인적이 드문 사막에 태양광·열 발전소를 건설하여 냉각용 전력을 손쉽게 얻는 방법 등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공개된 미국 정부의 전력소비 예측 자료에 의하면, 미국 내 ICT용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은 매년 급속한 상승세를 보여 2030년에 미국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70%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 전력량의 1/3이 장비 냉각용으로 쓰인다고 하니 냉각비용의 절반정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공사비 단가가 높은 해저나 북극의 데이터센터 건설까지도 논의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데이터센터 냉각문제의 주요 원인은 IT 산업의 기반인 Si(실리콘) 반도체의 미세화에 따른 심각한 발열문제에 기인한다. 그동안 반도체 크기는 '반도체의 집적도는 1년 반마다 두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집적도가 증가한다는 것은 주어진 면적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2배씩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결국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지난 4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최근 10나노미터 (1nm=1mm의 백만분의 1)까지 작아졌으며 곧 Si 반도체의 한계로 여겨지는 7나노미터 기술이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반도체 연구는 더 작은 크기에 높은 성능과 더 낮은 가격이라는 혁신을 이룩해 왔고, 이러한 혁신을 바탕으로 지금의 ICT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Si 반도체 미세 공정이 수십 nm 이하로 줄어들면서, 양자역학적인 한계를 더 이상 피하기 어려워 졌다. 즉, 반도체가 너무 작아져서 전자가 소자 밖으로 새어나오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전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결국 전자의 10%만 트랜지스터 작동에 기여하고 90%이상의 전자는 빠져 나오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것이 심각한 발열의 원인이 되고 있다. Si 반도체가 고효율의 발열체가 된 것이다. 현재 Si 반도체의 면적당 발열량은 이미 원자력 발전소의 반응로나, 발사되는 로켓의 노즐 보다도 높다. 그런데 Si 반도체는 통상 85도 이하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그 이상 온도에서는 동작을 멈추게 되므로 발열 문제는 결국 반도체 기능의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물리적 법칙에 따른 Si 반도체 미세화의 한계'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데이터센터를 무한정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 산업의 혁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력공급 때문에 멈출 것 이라는 것이 맬서스 인구론의 ICT버전쯤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멜서스 인구론이 산업혁명이나 화학비료의 출현 등 새로운 기술 혁신에 의해 혁파 되었듯, 'Si을 대체하는 저전력 반도체'라는 새로운 기술 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 한다면 ICT발 전력난의 문제 역시 해결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현재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은 Si 반도체에 집중되어 있지만, Si를 대체할 수 있는 초저전력 반도체를 만들고자하는 노력도 연구소와 학계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기술 변화의 시기에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 기술의 초격차를 유지하려면, 당장 산업적 결과보다는 길게 내다보는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형 연구가 필요한 때이다. ICT혁신은 저전력 반도체 핵심기술을 선점하는 자가 미래의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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