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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문학] `연구의 자유`가 학술진흥을 달성한다

위행복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18-07-25 18:00
[2018년 07월 26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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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문학] `연구의 자유`가 학술진흥을 달성한다
위행복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
몇 해 전부터 인문학이 전에 없던 사회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인문학 열풍'이라는 말이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기도 했다. 삶의 메마름을 축여줄 '가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보급은 '인간 소외' 문제를 주목하게 했으며, 인문학이 경제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가능성 또한 달라진 것 등이 주된 까닭일 것이다. 과학발전만으로는 존엄한 삶이 보장되지 않으며, 자칫 기술발전이 인류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끊이지 않으니, 압축성장이 초래한 병폐를 잔뜩 안고 있는 한국은 인간존중의 원리 탐구와 제도 창출에 남다른 관심과 노력을 쏟아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인문사회 영역은 정부로부터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현 정부가 기초학문의 육성을 강조했지만, 인문사회 분야의 2018년도 연구예산은 오히려 감소했으며, 2019년 예산 역시 감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학계는 품고 있다. 정부가 학문분야 간 불균형 시정을 미루고 있는 것인데, 국가사회의 미래에 유념한다면 서둘러 학술지원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의 최대 공동목표로 '지속가능 발전'을 선정했고, 2017년 유엔 총회의 주제가 '사람을 근본으로'인 것을 보면, 지금의 학술정책은 시대적 요청이나 현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는 어긋나 보인다.

인문사회 영역에 대한 외면은 목전의 가시적 효용을 기대하는 시장의 인식과 그것을 추수하는 정부정책에 의해 초래된다. 인문적 가치나 방법론을 공유하는 공부들에서는 목적성이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뭇가지 하나를 무심히 땅에 꽂았지만 그것이 무성한 뿌리를 내리고, 그리하여 작심하고 기른 화초보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학문이 인문사회 영역이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치사도 이를 증명했다. '서체학 강의에 매료되었지만, 나중에 그것을 쓸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매킨토시 컴퓨터를 설계하면서 아름다운 서체를 구현하는 컴퓨터를 최초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 덕분이었습니다.'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의 지원에 가시적이고 즉각적인 성과를 전제하면, 연구의 자유가 억압받게 된다. 대학의 연구를 경제적 가치와 밀접하게 결부시키는 풍조 속에서 인문학이 위축되는 상황을 우려한 독일 정부는 2007년을 '인문학의 해'로 정했고, 인문학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재정지원을 발표했으며, 이 조치를 '인문학 연구의 자유'로 명명했다.

학문의 중요성은 가시적 유용성이 확보되는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으며, '미래에 형태를 부여하는' 인문학이 본령을 지키며 발전할 여건을 정부가 보장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세속적 인식이 야기한 인문학의 위기를 정부가 앞장서 막았고,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 지속적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인문학에게 '연구의 자유'를 부여했으며, 현재의 독일을 이루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에 경탄하고 주목한다면, 독일 정부의 '인문학 연구의 자유' 정책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2017년 9월 학술원상 시상식에 참석한 국무총리가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지원이 너무 빈약함을 지적했고, "성과를 빨리 내고 돈을 빨리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고 있다", "연구자 주도로 자유롭게 연구할 환경을 조성해가겠다"고 천명했는데, 이러한 인식은 2007년 독일 정부의 그것과 일치한다. 학계는 현 정부의 활력과 사람중심의 가치관이 학술정책 수립 과정에도 반영되리라 믿고 있다. 학자들이 주체가 되어 학술정책을 토론하고 발전시켜가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과학기술 분야에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등의 대규모 기관들이 이미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인문사회 분야는 그렇지 못하다. '국가학술위원회'와 같은 정부 차원의 조직과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학술발전을 도모하고 국가사회의 미래를 구축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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